괴물을 사랑한다. 이 말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매체를 뛰어넘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영상과 글을 넘나들며 작업을 하고 있다. 단편영화 〈BJ PINK〉와 〈소년의 자리〉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단편 수상 작품집 2021』에 수록된 단편 「토막」과 안전가옥 앤솔로지 『호러』에 수록된 단편 「습습 하」를 집필했으며, 단편집 『그분이 오신다』를 출간했다.
"나는 열심히 살았는데 세상이 날 괴롭힌다 이런 거? 니 논리로 따지면 암 걸린 살인도 용서하겠다?" "그게 무슨…." "피해자인 척, 불쌍한 척, 억울한 척하면 니가 한 좆같은 선택들은 뭐, 갑자기 박수 받을 일이 되는 거냐고. 이 비겁한 새끼야." "그럼 나더러 어쩌라고!"
어떤 종(種)은 길러진다. 누군가의 식탁 위에 오르기 좋은 모양으로 자라나고 수확된다. 보편타당한 기준에 통과되지 못하면 도태된다. 한 번 떨어진 등급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헐값에라도 팔리려면 스스로를 깎아내야 한다. 더 보기 좋고 더 먹기 좋게. 새로운 요리가 되는 수밖에. 하지만 그마저도 누구를 위한 요리인지 알 수 없다. 무엇에 삼켜지는지도 모르면서 피와 살을 찌
그저 본능에 따라 압도적인 힘으로 남자들을 찢고 삼키는 여왕의 존재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오경혜의 눈에 박혔다. 저 몸. 저 근육. 저 힘은 완벽하다고. 한 치의 흠결 없이 아름다웠다. 실패한 자신의 몸과 다르게 여왕의 몸은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았고, 자신의 욕망을 참지도 않았으며, 그저 본능만으로 모든 것을 압도시켰다.
위험은 언제나 매뉴얼로 만들어 관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안전한 범주에 모든 것을 가두고는 스스로 안도한다. 우리가 길들이지 못할 것은 없다는 환상, 우리가 만든 것은 반드시 우리 편일 것이라는 기만, 그리고 그 모든 착각이 아무런 경고도 없이 무너지는 순간을 나는 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