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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상 - 조업밀집구역
윤살구 - 바다에서 온 사람 김혜영 - 토막 박선미 - 귀촌 가족 황성식 - 알프레드의 고양이 심사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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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경찰과 마주치기라도 한 듯 만우가 화들짝 놀라 몸을 뒤로 뺐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래요! 쉿! 봉팔이 검지로 입을 가렸다. 이건 우리 가족의 생존이 걸린 문제야. 전쟁이라고. 먼저 싸움을 걸어온 건 그쪽이고. 싸움에서 제일 중요한 게 선빵이라는 거, 알지? 오픈하자마자 영업정지를 받으면 충격이 클 거야. 먼저 나가떨어지게 만들어야 해. 어느새 봉팔의 목소리에 비장함이 흘렀다. --- p.24 「조업밀집구역」 아무튼, 할머니가 막 뭍에 올라왔을 때 사진이 좀 남아 있다. 할머니는 그 사진들을 없애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손주들이 물어보면 꺼내서 보여주었다. 사진 속 할머니는 허리 아래가 확실하고 훌륭한 곡선이었다. 격자무늬 비늘이 촘촘히 덮여 있는 모습은 틀림없는 인어였다. 보통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그게 그렇게 대단한 비밀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할아버지는 전쟁 때문에 내려갔던 항구 도시에서 할머니를 만난 후 그곳에서 오래 살았는데, 그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할머니에 대해 알고 있었다. 산에서든 바다에서든 이런저런 게 많이도 솟아오르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이 마을에는 나무 속에서 태어난 남자가 살고, 또 저쪽 마을에서는 못에서 건져온 아이가 물갈퀴 달린 발로 걸음마를 하고 그랬단다. 어른들의 태연함은 나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정말 놀라운 일들을 젊었을 때 모조리 겪는 바람에 훈련된 게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다. --- p.67 「바다에서 온 사람」 “우리, 규칙을 정하는 게 어때? 우는 소리는 내가 외출할 때만 내는 거야. 밤엔 나도 너도 잠을 자는 거지.” ―침묵. “그리고 바닥 청소할 때는, 기분 나쁠지도 모르지만, 네 머리를 단정하게 올려 묶을게. 너도 머리카락이 먼지랑 뒤섞이는 건 싫을 거 아니야. 나도 걸레질할 때 불편하고.” ―침묵. 머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말에 대답했으면 머리는 좀 더 꺼림칙한 존재가 될 것 같았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알아들을 수는 있는지 내가 이 제안을 하고 난 뒤부터는 밤중에 울음소리를 내지 않았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문고리에 열쇠를 집어넣는 순간까지는 “흐으흐으”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문을 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뚝 울음을 멈춰서, 말 잘 듣는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처럼 흐뭇해지기도 했다. 바닥 청소를 위해 머리의 머리카락을 묶었을 때는 조금 재미도 있었다. --- p.102 「토막」 며칠 후 저녁, 수리가 끝나가는 집 안을 둘러보면서 연우는 다음으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머릿속에는 정아의 말이 떠올라 사라지지 않았다. “그 보안 스티커, 가짜예요.” 연우는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일지 생각했다. 생각에 잠긴 채 쓰레기를 버리러 집 앞에 나간 연우는 자기도 모르게 정아의 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아의 낡은 집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연우의 농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불이 꺼져 있었다. ‘외출했나’ 하고 돌아서려는데 어딘가에서 여자의 신음이 들려왔다. 연우는 재빨리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고, 휠체어와 함께 길에 나동그라져 있는 정아를 발견했다. --- p.187 「귀촌 가족」 나는 가끔 영상 속의 바깥세상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때는 마치 내가 직접 그 거리를 걷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그런 느낌을 받을 때마다 나는 다급히 10년 전의 그 순간을 떠올렸다. 그럼 다시 마음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래, 나한테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 모니터라는 창문으로만 보는 세상. 실제로 저곳은 시궁창일 테니까. 때로는 갇혀 있기 때문에 바깥세상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법이다. 웨인은 하루 두 번씩 교체되는 카메라에 점차 적응해나갔다. 나 또한 웨인이 가져다주는 영상에 익숙해졌다. 그렇게 무심히 틀어놓은 낮 영상 속에 낯선 사람이 등장한 것은 얼마 전이었다. --- p.222 「알프레드의 고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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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작가,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즐거움
매년 독자들의 취향은 다양해지고 새로운 작가를 찾는 움직임은 활발해진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재능 있는 신진 작가들을 끊임없이 찾고 있는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올해도 다섯 편의 단편을 선정해 독자에게 소개한다. 새로운 이야기와 작가를 기다리던 독자들이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이야기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별했다. 〈조업밀집구역〉: 길 건너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또 다른 편의점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은 편의점 사장 봉팔. 관련 기관에 항의해보지만 돌아온 것은 제재할 근거가 없으니 상생할 방법을 찾아보라는 말뿐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는 직접 방법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다. 고민하던 봉팔은 아들을 보며 묘책을 떠올리고, 길 건너 편의점을 무너뜨리기 위한 비밀 작전이 시작된다.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자영업자의 무거운 현실을 재치 있는 입담으로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뛰어난 이야기꾼의 탄생을 알린다. 〈바다에서 온 사람〉: 인어였던 할머니와의 이야기를 인간 손자의 시선으로 따뜻하게 풀어낸 〈바다에서 온 사람〉. 어느 날 할머니의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바다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하고, 서로를 깊이 사랑하는 할머니와 손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별을 준비한다.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로 써 내려간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독자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토막〉: 취업 준비만 5년째, 게임 중독 주인공의 방에 어느 날 여자 귀신의 머리가 솟아오른다. ‘머리’를 없애려는 시도는 족족 실패하고, 공생을 해야 하나 생각하던 중 또 다른 토막과 함께 살고 있는 로라펑을 알게 된다. 둘은 토막이 나타난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고 실험적인 시도들을 해보지만 더 큰 위기에 봉착하고 마는데…. 독특하고 실험적인 소재와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현실이 맞물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작품은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기묘한 유머를 통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귀촌 가족〉: 시골 마을로 귀촌하러 온 한 가족. 돈깨나 있어 보이지만 뻐기지 않는 태도에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교장 선생 가족’이라 부르며 환영한다. 친절한 것 같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마을 사람들의 행동과 옆집 정아의 묘한 태도에 교장 선생의 딸 연우는 이상함을 느끼고, 이야기는 독자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과 묵직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반전의 묘를 보여주는 이 작품에는 스릴러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작가의 필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알프레드의 고양이〉: 배트맨을 닮은 길고양이 웨인의 밥을 챙기며 자신을 집사 알프레드라고 칭하는 히키코모리 수정. 어느 날 웨인이 다쳐서 돌아오자 수정은 보호를 위해 웨인의 목에 카메라를 단다. 녹화 영상을 확인하던 수정은 수상한 장면을 목격하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지만 히키코모리에게는 모든 과정이 쉽지 않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박진감 있게 진행되는 사건 속에서 독자가 주인공에게 자연스레 공감하게 하는 작가의 능력이 돋보인다. 자신에게 딱 맞는 작가를 발견할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 기쁨을 누리고 싶다면 당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다섯 명의 작가를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1》을 통해 만나보자. 수많은 작품들 속에서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최종 선정된 다섯 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자신만의 작가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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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업밀집구역〉 작가의 능청스러운 입담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배를 잡고 웃게 하는 한편 자영업자의 처절한 현실을 풍자적으로 보여주면서 제법 묵직한 주제 의식까지 드러내는 데도 성공했다. 제목만으로는 절대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주무르면서 독자의 허파를 간질이는 작가의 실력에 박수를 보낸다. - 전건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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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온 사람〉 단편소설이 가져야 할 장점을 고루 갖췄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반짝반짝 빛났던 것은 이야기 안에 깃든 따뜻하고 정겨운 감성 덕분이었다. 이 환상적인 작품은 작가가 세밀하게 새겨넣은 ‘사랑’의 정서 덕분에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가 되었다. - 전건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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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귀신에 대한 주인공의 예상치 못한 대처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지만, 단순히 ‘웃긴’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로테스크한 공포를 잘 살려 분위기를 조성했다. 삶의 밑바닥으로 떨어진 순간 보이는 ‘머리’의 함의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주인공의 발버둥이 우리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 정해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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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가족〉 친절한 듯 보이지만 어딘가 오싹한 마을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검은 사슬에 얽혀 벗어날 수 없는 정아, 이 상황을 지켜보는 귀촌 가족의 모습은 스릴러 특유의 긴장과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살려낸다. 단편소설은 결말이 완성도를 좌우한다. 이 작품 속 회심의 반전에는 그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작가의 필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정해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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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의 고양이〉 배트맨과 집사 알프레드의 관계를 빌려온 설정부터 고양이를 통해 사건을 알아낸다는 서사 구조까지 무척 신선하다. 각각의 사건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된 이야기는 독자의 상상을 훌쩍 넘어 신나게 달려나간다. 또한 억지를 부리지 않고도 주인공에게 공감하게 하는 것, 바로 그 지점에서 작가의 역량이 드러난다. - 전건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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