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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레를 아십니까
새하곡 맹춘중하 그해 겨울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필론과 돼지 들소 해설_형식의 균열과 텍스트의 무의식/ 손정수(문학평론가) |
Lee Mun-yol,李文烈,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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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이 유난히 추웠다는 아무런 근거는 없으나 어쨌든 우리에게는 지독한 추위였습니다. 농장에도 별일이 없고 성냥 공장도 그만둔 뒤였으므로 그 겨우내 우리 나자레의 백여 명 형제들은 모두 방구석에만 처박혀 긴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마침 방학 중이어서 공부한다는 명목은 있었지만 실은 바로 그 추위 때문이었습니다. 열기라고는 며칠에 한 번밖에 비치지 않는 방이라도, 담요나 몇 장 겹쳐 두르고 등을 맞댄 채 서로의 체온에 기대앉았으면 그런대로 그 겨울의 낮은 견딜 만했던 것입니다. --- pp.18-19 「나자레를 아십니까」 “결국 입대와 함께 우리에게는 갑작스러운 의식의 과장이 일어난 거야. 바깥의 것은 무조건 크고 화려하고, 안의 것은 무조건 작고 초라하다는 식의 ― 그리고 그것은 너희들도 일부 인정하고 있더군. 집에 금송아지 안 매 둔 놈 없다는 얘기 말이야.” “…….” “마찬가지로 ― 우리가 제대를 한다는 것, 그것도 너희들이 믿는 것처럼 전혀 새로운 세계에로의 출발은 아닌 것 같아.” --- p.99 「새하곡」 ……필론이 한번은 배를 타고 여행을 했다. 배가 바다 한가운데서 큰 폭풍우를 만나자 사람들은 우왕좌왕, 배 안은 곧 수라장이 됐다. 울부짖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 뗏목을 엮는 사람……필론은 현자(賢者)인 자기가 거기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았다. 도무지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배 선창에는 돼지 한 마리가 사람들의 소동에는 아랑곳없이 편안하게 잠자고 있었다. 결국 필론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돼지의 흉내를 내는 것뿐이었다. ---p.289 「필론과 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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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소설 세계의 원형을 이루고 있는 『필론과 돼지』
「필론과 돼지」에서 사건의 본격적인 전개는 제대 군인들을 태운 기차 객실에 한 무리의 현역병들이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불합리와 폭력’에 근거한 갈취는 주인공인 ‘그’를 비롯한 제대 군인들로 하여금 무기력한 군중으로의 전락을 경험하게 만든다. 소설은 이 심리적인 경험의 과정을 예리하면서도 차분한 시선으로 그려내다가 마침내는 그 억눌린 분노가 분출하여 상황이 반전되는 과정까지 이끌어 간다. 그런데 불합리한 폭력에 항거하여 마침내 그 상황을 진압한 제대 군인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눈먼 증오와 격앙된 감정’이다. 그렇기 떄문에 사건이 종료된 시점에서 ‘그’는 “동료들이 부상당하고 피해를 당하고 있을 때 그들을 분기시키지 못했던 것처럼, 이제 불필요하게 난폭하고 잔인해진 그들을 만류할 능력 또한 그에게 없었다”는 또 다른 회의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권력과 군중의 관계라는 관념적일 수 있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으되 그것을 상황의 묘사와 행동으로부터 소외된 주인공의 의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이념의 내용보다도 이념 형식 자체를 바라보면서 그 속성에 대한 비판을 수행하는 관점은 이후 이문열 소설의 기본적 태도를 이루게 되고 가면 갈수록 더욱 굳어지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맥락에서 생각해 보면 「필론과 돼지」에서는 그 이후에 더 발전된 단계에서는 오히려 찾아볼 수 없는, 어떤 사유가 발생하는 순간 특유의 긴장이 돋보인다. -손정수(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