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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와 무자치
운수 좋은 날 홍길동을 찾아서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 달아난 악령 그 여름의 자화상 술 단지와 잔을 끌어당기며 김 씨의 개인전 시인의 사랑 해설_불가능한 것의 요구와 귀향의 힘/류보선(문학평론가) |
Lee Mun-yol,李文烈,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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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지나가 버린 젊음은 황폐하고 삭막한 것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내가 장황하게 술회하는 삶의 쓸쓸한 이력도 실은 때늦은 일탈을 변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과장한 것은 아닐까. 사랑의 이데아와 실재를 이어 주는 형체 모를 갈망이라는 것도 어쩌면 이제 더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된 중년의 비뚤어진 욕정에 지나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길을 잘못 들어 엉뚱한 곳에서 자신을 낭비하고 만 속된 영혼이 다시 엉뚱한 곳에서 그 보상을 구하려 한 것인지도 모른다.
--- p.176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 내게는 사악한 아름다움의 전형으로만 인상 지워졌지만 악령의 얼굴은 분명히 반듯하면서도 이지적인 데가 있었다. 세상의 고민을 혼자 다 짊어지고 있는 듯한 그 꾸며 낸 표정도 우수로 덮인 듯 보일지 모르고, 그래서 그가 지닌 치명적인 감염력(感染力)의 원천도 어쩌면 지각한 사회주의 논리보다는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런 얼굴에 있는지 모른다. --- p.217 「달아난 악령」 “바깥 것들은 모두가 한입으루 선상님 작품이라고 하니 워쩌겠슈? 여기 이 부스럭 돌들은 그것들을 파내느라 생긴 것들인데, 그래도 내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유. 그거 파내느라고 흘린 내 땀하고…….” 그러고는 긴 한숨에 이어 도통한 사람처럼 보탰다. “내가 몇 달 밤낮으로 애써 만든 저 작품들을 사람들이 자꾸 선상님 것이라고 하는 게 첨에는 정말 억울했슈. 하지만 이제는 왜 그러는지 알겠구먼유. 차차로 진짜 내 작품도 나오겠쥬.” --- p.354 「김 씨의 개인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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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의 귀환과 그 의미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의 소설들은 그렇게 무심하게 넘길 소설들이 아니다. 이 소설집에는 점점 더 본래적인 것에서 멀어지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는가 하면 전통적인 내러티브와 보편적인 내러티브를 결합해 전혀 새로운 내러티브를 발명하려는 기법에의 의지가 있고, 무엇보다 우리가 처해 있는 ‘변경’적 상황에서 진정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하는 한 작가의 평생을 바친 고투의 과정이 있으며, 더 나아가 그러한 과정 끝에 찾아진 우리 모두가 바라보고 갈 만한 의미 있는 좌표가 있다. 우리는 한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시대적 분위기 때문에『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의 소설들이 행한 값진 성찰을 흘려보낸 적이 있다. 이 값진 성찰들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억압된 것이 귀환할 때 그것은 곧 새로운 진리 절차가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의 귀환은 무조건 환대할 일이다.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과 더불어 견고했던 상징 질서 너머를 엿보는 것이 가능해졌고, 우리 스스로가 원초적으로 억압했던 타자와 다시 대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으로 돌아갈 차례다. -류보선(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