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내뱉고 들이쉬는 이만 번의 호흡에 새겨진 각각의 사정과 아름다움을 수집하기 위해, 그리고 각기 다른 그 숨이 전부 어렵게 내뱉어졌다는 걸 기록하기 위해 이 소설집은 생겨났다. 정선임은 그렇게 모든 일상의 면면을 세계의 희망으로 받아들여 채록한다. 작은 생명이 군집되어 우글거리는 미니어처와 디오라마, 그리고 옥상 정원의 풍경 속에서 멸망 직전의 우주를 구해내는 역설로 말이다.
이 소설이 주목하는 건 심오한 뜻과 원대한 계획마저도 쉽게 박살 내고 마는 인간의 변덕스러움이다. 인물들이 악을 지르고 반항하기를, 뒤틀리고 바스러지기를, 그렇게 용기를 내기를 바라며 소설을 읽었다. 그리고 밧줄처럼 구불구불 떨어지는 수많은 나뭇가지 아래에 누워 무지개색으로 몸을 빛내는 작은 기계를 한참이나 생각했다. 모두가 모두에게 불량품일 뿐인 세계, 그 찬란함과 강인함을 보여 주는 경이의 증거에 대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