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88
골목길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에는 '깍두기'가 있었다. 편을 가르고 남는 친구나 어린 동생들이 주로 깍두기가 되었다. 이 깍두기들은 게임을 잘 못해도 괜찮았고,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나는 특혜를 누렸다. 이들을 깍두기라 부른 까닭은 무 반찬을 만든 뒤 어중간하게 남은 나머지로 깍두기를 만든 데서 유래했다는데, 놀기 바쁜 어린이들은 호칭의 유래 따위를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깍두기를 챙긴다는 건 귀찮은 일일 수도 있지만, 각자의 자리를 조금씩 내어주어 소외되는 친구들을 놀이에 참여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 · · · ·자신과 모양이 다른 존재를 보고도 편견을 가지지 않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생긴 대로 사는 사람들을 내버려두어도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다양함'이 빛을 발할 때 삶이 훨씬 풍요롭고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어린이들이 겪어보았으면 좋겠다. 이미 경험해본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서로의 경험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나는 끊임없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