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영국 킹스턴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 「펀자이씨툰」을 연재 중이며 출판, 방송 분야에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외계에서 온 펀자이씨』, 『어디로 가세요 펀자이씨?』, 「순간을 달리는 할머니」 1, 2권을 출간했습니다. 『토요일엔 가가 할머니』는 첫 번역 그림책입니다.
재수 작가는 배우자를 통해, 또 아이를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을 틈틈이 기록합니다. 아이를 보고 웃는 아내를 보며 작가가 웃고, 그 모습을 보며 독자인 우리가 다시 웃게 되는 마법. 얼마나 깊이 관찰하고 애정을 쏟아야 이토록 내밀한 장면들이 보일까요? 관계 속에서 서로를 기꺼이 내어주며 어느새 서로의 일부가 되어가는 이 사랑스런 가족, 어제와 오늘은 유사해 보이지만 그것을 통과하는 우리 경험은 매번 다른 농도로 쌓여갑니다. 그의 연필 끝이 이토록 다정하고 단단한 것이 참 감사합니다.
골목길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에는 '깍두기'가 있었다. 편을 가르고 남는 친구나 어린 동생들이 주로 깍두기가 되었다. 이 깍두기들은 게임을 잘 못해도 괜찮았고,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나는 특혜를 누렸다. 이들을 깍두기라 부른 까닭은 무 반찬을 만든 뒤 어중간하게 남은 나머지로 깍두기를 만든 데서 유래했다는데, 놀기 바쁜 어린이들은 호칭의 유래 따위를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어렵게 아기가 찾아왔다. 어느덧 열 달이 지나 진통이 시작되었다. 분만실에 도착하여 차분히 짐을 풀고 음료를 마시던 파콘은, 점점 심해지는 진통에 고통스러운 숨을 몰아쉬는 나를 보더니 그게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라도 되는 줄 알았나보다. 갑자기 내 손을 꼭 잡고 외쳤다."유진, 우리가 알게 된 지 올해 정확히 십 년이 되었어. 지금 두 명에서 세 명이 되고 있어. 꼭 살아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