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좋아합니다. 강렬한 태양의 광휘를, 장맛비의 운치를 사랑합니다. 여름의 향기를 품은 생기 가득한 소설을 쓰겠습니다. 2023년 샘터 문예공모전 생활수필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집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산문집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로 2024년 알라딘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산문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쓰고, 단편소설 앤솔러지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에 참여했습니다.
가을바람을 맞으며 피우는 담배맛은 끝내주었다. 엄마는 동네 입구 하천 다리 위에 또다시 차를 세웠다. 남은 맥주를 들어 꿀꺽꿀꺽 마시고는 빈 캔을 다리 난간 너머로 던졌다. 내가 들고 있던 빈 맥주 캔도 빼앗아 말릴 새도 없이 난간 너머로 던졌다. 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자 엄마는 어쩌라고 하는 표정으로 응수했다.가을밤이면 나는 그날 밤을 떠올린다. 창으로 쏟아져드는 가을바람의 냄새를, 엄마와의 늦은 밤 드라이브를. 그것은 오래된 영화처럼 멈춰선 시간의 그리움이다.
기사는 내가 못 보는 사람인 걸 그새 잊어버리고 창문을 열어주었다. 창밖에서 군중의 환호와 불꽃이 수도 없이 터졌다. 기사도 밖을 보는지 탄성을 터뜨렸다.나는 어둠을 훑어보았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어둠뿐이었다. 하늘을 수놓은 수백 송이의 불꽃이 궁금했다. 그러나 지금 저 불꽃을 볼 수 없다 해서 아쉽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불꽃은 더 찬란하고 빛나기 때문이었다.창을 닫고 반듯이 앉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는 나의 불꽃을 보았다. 땅에서 시작된 빛무리가 하늘에 올라 산산이 흩어지며 하얗고 노란 빛이 되어 쏟아졌다. 빛은 금방 사그라졌지만 내 가슴에 반짝이는 수를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