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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상식과 법률 사이
여전히 낯선 젠더 박스 완벽한 피해자 자전거 시대 PART 2 만들어진 가족 만드는 가족 시누이 혁명 아내를 팝니다 시그널, 우리를 구하는 신호 할머니의 쌈짓돈 PART 3 보이지 않는 노동 그녀들의 1919 보이지 않는 손 등불을 든 여인 편리하긴 합니다만 PART 4 혐오에서 존중으로 Just My Body 26만의 과거 어느 묵시록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PART 5 미래가 현재에게 작별의 축제 있지만 없는 것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그려 보니 솔찬히 좋구만 |
지식채널ⓔ 제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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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화계에는 신선한 시도가 있다. 성별에 따른 전형적인 모습과 행동을 뒤섞거나 뒤집는 젠더 벤딩, 영화나 드라마 원작의 남녀 배역을 바꿔 보는 젠더 스와프 같은 것이다. ‘말괄량이 삐삐’가 남자아이라도 똑같이 매력적일지 생각해 본다. 아마 현실에서 여자아이들이 받는 요구를 가볍게 뛰어넘는 삐삐의 모습에 열광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남녀의 자리를 바꿔 보며 성별 고정관념을 깨닫고 누구든 그 사람 자체를 보려는 노력은 분명히 더 자유롭고 더 자기다운 삶으로 가는 길이다.
---pp.27~28 아동 성폭력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영국에서 13세 이하 아동 성폭력은 무조건 무기징역이다. 스위스도 무조건 종신형을 선고하고 평생 사회에서 격리한다. 중국은 14세 이하 어린이와 성적 관계를 맺으면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사형이다. 이란도 무조건 사형이고, 예멘은 공개 처형이다. 미국은 투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2000년부터 도입했는데, 이는 아동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두 번 받으면 무조건 무기징역이 선고되는 제도다. (…)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아동 성폭행범은 기본적으로 6~9년형을 선고받는다. 그나마 범죄자가 심신미약 같은 감경 영역에 있을 때는 5~7년으로 줄고, 가중 영역에 있을 때조차 7~11년을 선고받는 데 그친다. ---pp.39~40 2002년 사우디아라비아, 화재를 피해 기숙사 건물 밖으로 나오던 여학생 열다섯 명을 종교 경찰 무타윈이 막아섰다. 여학생들의 옷차림이 부적절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 여학생들은 화재를 피하고 있었기 때문에, 눈과 손발을 빼고 온몸을 가리는 전통 복장 아바야를 챙겨 입을 시간이 없었다. 결국 불이 나는 건물에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다시 들어가야 했던 여학생 열다섯 명 가운데 단 한 명도 살아 나오지 못했다. ---p.51 방역 당국이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안전한’ 집에 머무르라고 호소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집은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동 제한 조치 이후 가정폭력이 30퍼센트 증가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싱가포르에서도 가정폭력 상담 전화가 33퍼센트 늘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가정폭력 상담 전화가 25퍼센트 정도 늘었다. 급기야 안토니우 구테호스 유엔 사무총장이 성명을 발표했다. “수많은 여성이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위협에 노출돼 있다. 경제적·사회적 압박과 공포가 커지면서 끔찍한 가정 내 폭력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있다.” 그는 가정폭력을 코로나19 방역 관리의 일환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각국에 요청했다. ---p.93 남성 독립운동가 1만 5454명을 서훈하는 동안 여성 독립운동가는 고작 477명이 서훈 대상이었다.(2020년 3월 1일 기준) 여성 독립운동가를 단순한 조력자 정도로 생각한 탓이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남성을 그저 돕기만 한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싸웠다. 사실 독립운동을 뒷바라지한 여성들도 독립운동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재생산노동이 없이는 독립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거창하고 훌륭한 일도 사람이 하는 이상 재생산노동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남성 못지않게 왕성한 활동을 펼친 여성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pp.124~125 사실 여성이 남성보다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는 주장은 대부분의 사회지표와 통계를 무시하는 것이다. 2014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가사 분담률은 16.5퍼센트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 성별 임금격차는 OECD가 조사를 시작한 뒤로 계속 1위였다. (…) 범죄 피해율을 봐도 사정이 비슷하다. 대검찰청이 해마다 발표하는 범죄 분석 자료에서 2014년 흉악 범죄 피해자의 84퍼센트 이상이 여성이었으며 성폭력은 여성 대상 범죄의 93.5퍼센트에 이른다. ---pp.137~138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자신이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몇이나 될까? 소라넷과 n번방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고발한 여성들은 다른 여성의 피해를 못 본 체할 수 없었고, 그 마음으로 힘을 모아 변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공권력이 과연 디지털 성폭력을 뿌리 뽑을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되었다. 소라넷 운영자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하고, 회원들의 이용료와 성인용품 업체의 광고료가 있었지만 ‘불법 수익금으로 볼 증거가 없다’고 한 재판부의 판단 때문이다. ---pp.189~190 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 이미 차별 금지법과 유사한 법이 존재한다. 미국과 영국, 독일, 호주, 캐나다 등이 저마다 이름은 달라도 포괄적 차별 금지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차별 영역 중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문제 삼아 차별 금지법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일부 기독교계는 앞서 예로 든 나라들이 우리보다 기독교 전통이 약해서 차별 금지법을 시행하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세계 곳곳에서 아시아인을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것, 일본 정부가 북한의 군사적 행위를 이유로 재일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것 그리고 눈 색깔로 우열을 가리는 것처럼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도 비합리적인 차별의 근거는 아닐지 말이다. ---pp.204~205 스톤월 항쟁으로 불리는 사건을 통해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년 뒤인 1970년 6월 뉴욕 센트럴파크에서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동성애자 퍼레이드가 펼쳐졌고, 이 물결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성소수자들이 6월을 축제 기간처럼 여기는 이유다. 2016년 6월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스톤월’과 주변 공원이 동성애자 인권 운동의 발상지로서 국가기념물로 지정되었다. ---pp.215~218 이이효재를 ‘사회적 어머니’로 마음에 품은 이가 많을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대결을 가르치지 않았으며 부성에도 모성만큼 큰 사랑이 있다면서 생명 있는 모든 것을 품은 그는 진정한 페미니스트의 길을 닦았다. “모성뿐만 아니라 부성에도 사랑의 능력은 있어. 이걸 깨치면 전쟁보다는 평화를 부르짖을 수밖에 없지. 생태를 살리자고 할 수밖에 없어. 그래서 나는 희망이 있다고 봐.” ---pp.256~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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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의 벽을 허무는 공감 메시지
조선 중기의 시인 허난설헌은 아버지를 비롯해 형제들과 나란히 문장으로 가문의 명성을 떨칠 만큼 글재주가 뛰어났는데, 자유롭던 유년기의 행복과 대비되는 보수적인 집안의 아내이자 며느리 구실로 피폐하게 살다 스물일곱 살에 세상을 떠났다.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버지니아 울프는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였던 아버지의 서재에서 마음껏 책을 읽고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랐지만 남자 형제들이 모두 간 케임브리지대학에 갈 수 없었다. 딸에게 필요한 것은 그 대학 출신 남편이지 그 대학의 교육은 아니라는 아버지의 판단 때문이었다.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남성으로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1977년에 선출직 공직자가 된 하비 밀크는 시의원에 당선하고 1년도 안 됐을 때, 동성애를 반대하던 동료 의원의 총에 살해당했다. 여성,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대상이 달라도 혐오의 맥락은 같다. 나와 다른 존재를 별난 소수로 몰아 차별이 정당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마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로서 존중받아 마땅하다. 역사는 세상이 점점 더 다양한 존재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의 재능과 욕망 앞에 솔직하던 허난설헌과 버지니아 울프와 하비 밀크가 시대와 불화하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어도 오늘날에는 진정한 나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지지와 공감을 받으며 영원히 살고 있다. 무지개의 아름다움, 다양성의 힘 2011년 스웨딘 칼스코가 시에서 모든 정책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다시 평가했더니 성차별과 상관없을 것 같던 데서 문제가 드러났다. 차가 다니는 큰 도로에서 시작해 인도와 자전거 도로 순으로 하는 제설 작업이다. 평범한 제설 작업의 순서에 젠더 데이터가 빠져 있었다. 보통 여성이 남성보다 많이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국적에 상관없이 운전자는 여성보다 남성이 많다. 또 남성은 직장과 집을 오가는 단순한 이동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전 세계 무급 돌봄 노동의 75퍼센트를 맡은 여성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직장에 갔다가 장을 보고 집에 돌아가는 식으로 짧은 이동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우가 많다. 즉 큰 도로는 남성이, 인도는 여성이 더 많이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깨달은 칼스코가 시는 보행자와 대중교통 이동자 중심으로 제설 작업의 순서를 바꿨으며 이 조치로 보행자 사고 발생률이 절반 이상 줄었다. 통념과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도입한 덕에 평등한 정책이 세워지고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2019년 춘천여고 학생회장단은 ‘교훈을 우리 손으로’라는 공약을 지켰다. 85년 전 학교 설립 때 만든 교훈에 왜 순결이 있는지 의아해하던 재학생 그리고 깨끗한 마음가짐과 정신을 뜻하는 순결이 왜 문제냐는 졸업생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회의와 토론으로 3개월을 보낸 뒤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새로운 교훈을 정했다. ‘성실·순결·봉사’와 작별하고 맞이한 새 교훈은 ‘꿈을 향한 열정, 실천하는 지성’이다. 여성에게는 순결을 강요하면서 남성의 성욕에는 관대한 순결 이데올로기의 이중성은 많은 문제를 일으켰으며 일으키고 있다. 여성이 ‘그러면 안 된다’는 편견과 힘겹게 싸우듯이 남성이 ‘그래야 한다’는 편견과 싸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여성성이나 남성성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간성을 회복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성적 정체성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레즈비언이든 게이든 양성애자든 트랜스젠더든 행복한 관계를 바란다면, 사회가 덧씌운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자유로우면서도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