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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가로수길 | 6
발라드 | 17 루샤 | 29 미인 | 49 안티고네 | 51 늑대 | 68 타냐 | 72 파리에서 | 108 겐리흐 | 126 나탈리 | 152 차가운 가을 | 209 까마귀 | 219 깨끗한 월요일 | 231 예배당 | 260 작품해설 | 262 옮긴이의 말 | 273 작가 연보 | 276 |
Ivan Alekseyevich Bunin,Иван Алексеевич Бунин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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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했던 마지막 말과 그녀의 손에 입 맞추었던 것을 생각하니 부끄러웠다. 그 순간 부끄러워하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녀는 내게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들을 선사하지 않았던가?’
--- 「어두운 가로수길」 중에서 그에게 그녀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되어 있었다. 키가 낮은 숲 어둠 저편으로 푸르스름한 미명이 사라지지 않고 떠 있었다. 그 빛은 저 멀리 하얀 호수에 약하게 반사되었다. 강가에서 이슬을 머금은 풀 향기가 강하게 풍겨왔다. 〈중략〉 모든 존재들이 어딘가에서 바스락거리고, 기어다니고, 돌아다녔다. --- 「루샤」 중에서 그 문 뒤로 누군가가 조용히 걸어 다니며 비밀스럽게 무언가를 하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호흡을 가다듬고 침대에서 기어나와 첫 번째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는 귀를 기울였다. 두 번 째 문 너머에서 무엇인가가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그는 얼어붙어버렸다. 정말 그녀의 방일까! --- 「안티고네」 중에서 그녀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그와 헤어지지도 이별하지도 않고, 절망에 빠져 헛되이 기다리면서 고통스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예전 같은 생활로 완전히 되돌아갔으면 했다. 타냐는 그런 생각을 지우려고 애쓰면서도 밤이나 낮이나 정원, 들판, 탈곡장 그 어디에서든 얼마든지 자유롭게 오랫동안 그가 자신의 곁에 머무르게 될 행복한 여름을 상상했다. --- 「타냐」 중에서 아침에도 전보는 오지 않았다. 그는 전화를 했다. 연미복을 입은 눈이 큰 젊은 이탈리아 미소년 심부름꾼이 그에게 커피를 가져왔다. “편지도 전보도 없었습니다, 나리.” 그는 파자마를 입은 채 바다로 쏟아져 황금 바늘처럼 흔들리는 햇빛에 눈을 찡그리며 바닷가를 바라보거나 산책하는 수많은 인파를 바라보기도 하고, 발코니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행복과 즐거움에 기진맥진한 이탈리아 노래를 들으며 발코니 쪽 문 옆에 한동안 서서 생각에 잠겼다. “빌어먹을 여자 같으니. 이제 다 알겠어.” --- 「겐리흐」 중에서 그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침대 머리맡에서 타다 남은 양초 아래 회중시계 초침의 째깍째깍 소리가 들릴 정도로 집 전체가 어둡고 고요해지는 은밀한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나는 모든 것이 놀라우면서도 무서웠다. 신이 동시에 서로 다르지만 격정적인 두 개의 사랑을 주며 나를 벌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 「나탈리」 중에서 언젠가 그가 죽는다면 견딜 수 없을 거라고 경솔하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죽음을 견뎌냈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내가 겪었던 모든 일들을 돌이켜보며 내 자신에게 되묻고는 한다. ‘대체 내 삶에 무엇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스스로에게 대답한다. ‘오직 그 차가운 가을 저녁만이 있었을 뿐이야.’ --- 「차가운 가을」 중에서 나에게 그녀는 수수께끼 같고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우리는 아직 완전히 가까워지지 못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나를 끝없이 압박하면서도 고통스러운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와 함께 보내는 매 시간마다 나는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 「깨끗한 월요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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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부닌의 작품 세계는 우리에게 낯설거나 어렵지 않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우리 주변의 사랑에 빠지는 모든 남녀이거나, 나 자신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그리는 남녀의 이야기는 지독한 기다림, 위선, 배신, 절망, 상실 등 온갖 슬프고도 비극적인 사건들로 가득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가로지르는 것이 있다.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이다. 3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사랑을 기억하며 홀로 살아온 옛사랑 앞에서 할 말을 잃는 남자... 때때로 찾아와 특별한 기쁨을 남기고 떠나가는 그를 매번 기다리며 지쳐가는 그녀... 사랑에 대한 기대를 점점 잃어가던 그 앞에 나타난 사랑스러운 그녀, 그는 그 사랑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전쟁터로 떠나야 하는 약혼자와 헤어지던 날 밤의 차가운 가을의 온도... 2년 전 그날처럼 고요하고 맑은 날 저녁 만난 그녀의 모습은 그의 기다림을 끝내게 만들었다. 부닌의 작품 속 사랑의 주인공들은 불안과 절망, 배신, 기다림, 이별, 비극을 거쳐 간다. 하지만 어떻게든 사랑이라는 결말에 이른다. 부닌이 이야기하는 갖가지 색깔의 사랑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자연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사랑 못지않게 처연하고 차가우면서 아름답다. 늦은 가을 파리의 습한 저녁, 라일락에 서리가 내려앉은 추운 저녁에 보는 모스크바의 맑고 투명한 하늘, 이탈리아의 아늑한 불빛으로 뒤덮인 롬바르디아 평원의 바람, 전차가 지나가는 어스름 속에서 푸른 불꽃이 별처럼 떨어지는 흐린 겨울 저녁의 풍경... 부닌의 서정적이고 섬세한 묘사는 자연에서 인간에 이른다. 그리고 동양적인 정서가 묻어나오는데, 그것은 동양의 문화와 불교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주인공츼 피부나 외모가 동양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인간에게 가장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에서 깊숙한 울림을 전달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풍경들을 놓치지 않고 전하는 그의 이야기는 다른 어떤 러시아 작품보다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의 이야기가 보편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속에 예상치 못한 반전, 설마 했던 불행이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긴장감과 함께 흥미를 유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