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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 할머니
책상은 두고 가! 공생 암행 중 엄청나게 중요한 일 낯선 아저씨 특별한 날 당당히 받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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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머리 할머니》를 쓴 이경순 작가는 오래전 읽은 기사 내용에서 착안하여 이야기를 구상했습니다.
“집을 나간 엄마가 어느 날 돌아와서 가구를 가져갔다. 아이는 좋아하는 가구를 붙잡고 ‘이건 두고 엄마만 가!’라고 외쳤다.” 한창 엄마의 사랑을 갈구할 나이에 오죽하면 아이가 엄마에게 가라고 소리쳤을까 생각하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작가는 밝혔습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부모가 해야 할 마땅한 도리이자 의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돌보지 않고 심지어 학대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경악스러운 사건이 잊을 만하면 뉴스에 오르내리며 충격을 줍니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아동 학대 건 중 가정 내 사례는 79.5%였고, 이 중 방임도 20% 정도로 꽤 많았습니다. 가장 따뜻하고 평화로운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정이 지옥이 된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입니다. 건강하게 자라야 할 우리 아이들이 이런 지옥 같은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건 사회와 어른들이 깊이 반성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가정이 어떤 이유로든 아이들의 보호막이 되어 주지 못한다면 사회가 나서야 합니다. 위기에 처한 아이들에 대해 수시로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가정 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 정책과 제도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지요. 양 부모가 있지만 사실상 방임 상태에 놓인 동화 속 도희, 도규 남매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 대한 촘촘하고 세심한 정책도 너무나 절실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파랑 머리 할머니 같은 이웃의 역할입니다. 남의 가정사니까 보고도 못 본 척, 알고도 모른 척 지나친다면 어리고 여린 생명들을 구할 적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미래 세대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돌보아야 할 현 세대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위기에 처한 아이들에게 파랑 머리 할머니 같은 이웃이 한 사람만 있어도 희망은 있습니다. 그렇게 너도나도 파랑 머리 할머니가 된다면 상처 입은 아이들이 더 크고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파랑 머리 할머니는 도희, 도규 남매를 돕지만, 단순히 필요한 것을 주는 방식이 아닙니다. 빨래하는 법, 라면 끓이는 법 등 부모의 도움 없이도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생존 방법을 알려 주지요. 할머니의 독특한 도움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설 수 있는 자립심을 배우며 점점 단단해집니다. 할머니는 또한 일방적인 도움이 아니라 서로 돕고 살아가는 공생의 의미를 일깨웁니다. 할머니를 따라 폐지를 모으며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주는 공생의 법칙을 경험한 아이들은 당당하고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지요. 《파랑 머리 할머니》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어둡거나 우울하지 않습니다. 괄괄하고 괴팍한 할머니와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남매가 아웅다웅하며 정들어 가는 이야기는 더없이 따뜻하고 희망찹니다. 그래서 더욱 큰 울림과 감동을 선사하지요. 어른에 대한 경계심과 불신이 강했던 도희, 도규 남매는 파랑 머리 할머니를 만나고 생각이 바뀝니다. 세상에 착한 어른도 있다고 말입니다.‘세상에 착한 어른도 있다’가 아니라, ‘세상에는 착한 어른만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래서 세상 모든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밝고 맑게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