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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73 폐쇄병동-봄눈 173 폐쇄병동-달 173 폐쇄병동-생존의 법칙 173 폐쇄병동-옆 173 폐쇄병동-속살을 보는 시간 173 폐쇄병동-잠 173 폐쇄병동-리튬 173 폐쇄병동-가지 않는 시간 173 폐쇄병동-점경(點景) 173 폐쇄병동-좌선(坐禪) 173 폐쇄병동-문(門) 173 폐쇄병동-폐관(閉關) 173 폐쇄병동-김기팔 씨의 생존 법칙 173 폐쇄병동-그, 173 폐쇄병동-안정실 173 폐쇄병동-트랙터 173 폐쇄병동-앵녀(櫻女) 173 폐쇄병동-주먹붓 173 폐쇄병동-6인실 173 폐쇄병동-분절음 173 폐쇄병동-분절음에 관한 연구 173 폐쇄병동-죄 173 폐쇄병동-호곡(號哭) 173 폐쇄병동-진눈깨비 173 폐쇄병동-바둑 173 폐쇄병동-역설 173 폐쇄병동-우울증 블루스 173 폐쇄병동-사라진 우물 173 폐쇄병동-나를 읽는 시간 173 폐쇄병동-탁구 173 폐쇄병동-상처 173 폐쇄병동-함박눈 내리는 강변 173 폐쇄병동-환청 173 폐쇄병동-당신의 눈동자 173 폐쇄병동-분홍 173 폐쇄병동-마늘 173 폐쇄병동-공용손톱깎이 173 폐쇄병동-ECT 173 폐쇄병동-세상을 살피다 173 폐쇄병동-밤 10시 173 폐쇄병동-조화(調和) 173 폐쇄병동-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 173 폐쇄병동-동병(同病) 173 폐쇄병동-River room 173 폐쇄병동-금환일식(金環日蝕) 173 폐쇄병동-쥐에게 옆구리를 뜯어 먹힌 암탉에 대하여 173 폐쇄병동-잉여 173 폐쇄병동-파묘 173 폐쇄병동-F, 173 폐쇄병동-투약 시간 173 폐쇄병동-늘보 173 폐쇄병동-꽃의 형식 173 폐쇄병동-12월 173 폐쇄병동-새 173 폐쇄병동-노래 173 폐쇄병동-집에 대한 몽상 173 폐쇄병동-용서받지 못할 사랑 173 폐쇄병동-성만찬 173 폐쇄병동-잔월(殘月) 173 폐쇄병동-24 173 폐쇄병동-달만 보면 내 가슴이 쿵쾅거리는 이유에 대하여 173 폐쇄병동-목련 [해설] 폐쇄병동, 그 고통스럽고 성스러운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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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폐쇄병동-봄눈〉
강화유리창 밖으로 봄눈이 내립니다 내리는 족족 형해(形骸)도 없이 녹습니다 사랑이 아무리 깊다 해도 녹는 슬픔보다 깊겠습니까 봄눈으로 왔다가 봄눈으로 가는 사람처럼 야속하겠습니까 강화유리창 밖으로 봄눈이 내립니다 사랑도 때로는 환시(幻視) 약 먹을 시간인가 봅니다 ――――――――――――――――――――― 〈173 폐쇄병동-달〉 밤하늘에 해골이 떠 있다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나의 해골이 떠 있다 원효(元曉)도 아닌데 나는 저 해골바가지에 무슨 물을 담아 마실까 무슨 물을 담아 마셔야 감로수가 될까 좌선의 시간 무념의 시간 무상의 시간 강화유리창 밖으로 대오(大悟)가 떠가고 있다 차다 ――――――――――――――――――――― 〈173 폐쇄병동-분절음에 관한 연구〉 쪼개진 말들이 병동 복도를 떠다닌다 분해된 말들이 병동 복도를 흘러다닌다 좀처럼 해석이 안 되는 해독도 안 되는 말들 저들은 지금 왜 해독도 안 되는 글을 쓰고 있는가 논문을 쓰고 있는가 불모의 강의를 듣는 동안 사람은 누구나 해독되어선 안 될 글 한 편씩을 갖고 있음을 안다 논문 한 편씩을 갖고 있음을 안다 해석되어서도 안 될 논문 한 편씩을 감추고 살고 있음도 안다 무료의 극기를 위해 나도 쪼개진 말로 나만의 논문을 써본다 분절의 언어로 나만의 글을 써본다 이 논문으로, 글로, 한 삼일은 또, 잘 죽이겠다 ――――――――――――――――――――― 〈173 폐쇄병동-세상을 살피다〉 강화유리창 안에서 강화유리창 밖으로 세상을 살핀다 새가 날고 꽃이 피고 강변북로는 차로 꽉 차 있다 만난 지 오랜 세상 조금씩 잊어먹은 잊혀진 세상 세상은 지금 평안한가 건강한가 안녕한가 폐쇄병동은 필요하지 않는가 저 유리창 문을 열고 나가 세상을 만져주고 싶지만 아무도 열어주지 않는다 압수당한 스마튼폰에도 한 세상이 들어 있을 텐데 스마트폰이 없어 더욱 잊혀진 세상 잊혀진 창밖으로 새가 날고 꽃이 핀다 강변북로가 차로 아직도 꽉 차 있다 열심히 살아라 세상!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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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시인은 승한 스님의 이번 시집 원고를 정독한 뒤 “승한 스님 시집 속의 ‘173 폐쇄병동’은 우리의 고통스런 이 사바세계이며, 실감 있는 삶의 현장 그 자체이다. 스님은 이 연작시들을 통해 삶과 죽음, 폐색과 개방, 속됨과 신성, 실재와 환(幻), 그리고 자유에 대해 끝없이 질문한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무상과 무아를 깨닫게 한다. 아, 이 시편들은 한 편 한 편이 아프고 격렬하다. 고성(高聲)으로 몰아쳐 가며 읽는 불경(佛經) 같다. 그러나 시심의 결이 곱고 여리기도 하여 우리는 이 시편들 속에서 '오른쪽 뺨에 고이는 볼우물'과 같은 애틋함과 순수, 사랑을 함께 발견한다”고 평했다.
황치복 문학평론가는 “고통과 상처로 얼룩진 공간, 감시와 처벌의 감옥과 같은 공간이 구도(求道)의 공간과 성스러운 공간으로 변화되는 극적인 장면을 보는 것은 감동적이다. 시집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가슴 아린 통증을 느끼면서도 극단의 폐쇄적 공간에서도, 그리고 극도로 고독한 상황에서도 깨달음을 향한 인간의 정신이 형형하게 살아 있음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고 해설했다. 승한 스님의 이번 시집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출가수행자’로서 감추고 싶은 자신의 ‘비밀’을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커밍 아웃(coming-out) 하고 있다는 점이다. 승한 스님은 이에 대해 “처음엔 저의 정신건강 문제가 부끄럽고 수치스러워 삶의 비밀로 꾹꾹 눌러두고 살았으나, 출가수행자가 되면서 모든 것을 내리고 비우고 참회하고 헌신하면서 제2의 삶을 새로 시작하기 위해 저의 삶의 여정과 연혁을 모두 고백하고, 오히려 그 아픔과 비밀을 시로 승화시켜 저처럼 정신적 아픔과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승한 스님은 또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직한 메시지를 통해 우리 사회가 그들을 좀 더 따뜻하게 안아주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잘 보듬어주길 기원하는 마음에서 5년 전부터 이 시편들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승한 스님은 더불어 “사람들은 누구나 정신적인 문제를 조금씩은 갖고 있다”면서 “오히려 그런 정신적인 아픔과 고통을 감추고 싶은 병(病)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그 병의 본질을 바로 봄으로서 삶의 목적과 자유, 도덕, 행복, 인간의 존엄성 등을 찾아가는 원동력으로 삼아 더욱더 인간적이고 차원 높은 삶을 살아가는 ‘구원의 문(門)’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나의 173 동료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그들과 함께 나는 진화하고, 생존했다. 앞으로도, 나는, 그들과, 함께, 진화하고, 생존할, 것이다. 모든 삶은 진화하고, 생존하다, 명멸한다." -저자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