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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난 어디에 가는가 자작나무는 말이 없다 햇빛을 아쉬워하는 사람들 잔설殘雪 네바강Neva River은 알고 있다 동백꽃은 꺾이는가 선창 귀가 가을 가을 강변 등대 찐 고구마 희남산방姬男山房 개산 앞에서 울었다 솔잎에 대하여 설날 장끼 피아골 유화, ‘어느 선착장’ 2부 해변 소묘 솜 타던 날 여치와의 노숙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 늑대가 울었다 냉이 캐는 여인 선창 다방 북아현동 사람들 막내 추석 후야秋夕後夜 해미읍성의 피에타Pieta 만찬 주일날 오후 여인숙 통영에서 빈 배 붕어빵 땅강아지 눈 내리는 밤에 3부 폭설의 고요 호수가 흐른다 장다리꽃 잠뜻하다 섬 어디만큼 쌓이는 것 토하젓 호반湖畔으로 가는 길 영포榮浦 오일장 바람새 발치 청령포에서 수문포에서 어떤 실루엣 여정旅情 섬진강 횡단 예배당 소묘 아버지 2 4부 국수 외갓집 봄이군요 바람의 얼굴 울음 미라Mirra 바람 부는 언덕 새가 하늘을 난다는 것 낚시찌 슬픈 늑대 목화밭 떨림 긴 나무 의자에게 돌무덤 의정부행 태인도 어린 바위처럼 눈 내리는 저녁에 시인詩人과 낙타 시평 - 박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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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고구마 상 위에 찐 고구마가 조그만 소쿠리에 안겨 있다 아무 때나 이무럽게 엄니가 놓아둔 밥테기 묻은 고구마 어린 날 옛집 뒷마루에서처럼 한참 먹다가는 흙냄새 같은 지금거리는 소리가 난다 가만히 들어보면 언덕 위 밭고랑 붉은 황토를 찰지게 먹고 있었다 사랑은 먹는 일이다 어머니는 흙이셨다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은 얼마나 든든하고 넉넉한 저녁인가 종탑의 십자가와 은행나무와 나무숲이 쑥국새 우는 소리와 흘러가는 강물이 아름다운 눈물처럼 늘상 곤한 영혼을 씻어주듯이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 한마디가 잔잔히 나의 골방에 남아 있다면 장막이 열린 창가에 서 있지 않아도 어느 땐가 내가 슬픔이 될 때 울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잃어버린 양 한 마리의 그림자까지도 늘 챙기시는 사랑처럼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창 흔드는 세미한 그 바람 소리 만찬 맑은 유리잔엔 붉은 포도주가 절반쯤 담겨 있습니다 하얀 접시엔 식빵이 서너 개 놓여 있습니다 벽에는 작은 나무 십자가가 걸려 있습니다 식탁 옆에는 빈 나무 의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슬프지 않게 제가 앉아 있습니다 토하젓 논에 물꼬를 트고 발을 치고 토하가 쌓이고 고모는 방죽가에서 아침 햇살을 건졌다 짭짤한 맛이 논흙처럼 깊고 생강이 산밭처럼 향긋하다 너를 만나면 흙내가 내 살 같다 땡감나무에 까치가 울고 먼 데 나그네가 돌아오는 날 저녁 겸상을 하고 싶다 오매간 간절한 사람아 우리 지경을 넘어 태곳적 흙내를 나눠보자꾸나 예배당 소묘 벽돌 벽이 높다란 붉은 예배당은 못내 그리운 전설마냥 군데군데 새하얀 겨울이 걸려 있다 동박새가 날아들 때면 통째로 꺾인 동백꽃은 낮게 누웠고 개산에서 쑥국새가 산국화 물고 와 구성지게 울고 간다 세찬 바람 몰아치면 앙상한 가지 드러나도록 은행잎은 쌓이고 영혼의 불씨를 가슴 깊이 묻고 온기를 서로가 다독이며 종탑의 십자가는 성루의 깃발처럼 휘날린다 흰옷 입은 사람들과 수채화 같은 읍내 시가지를 보듬은 거룩하신 오랜 기다림처럼 봄이군요 잎이 트고 연초록 바람이 오랜 예배당 붉은 벽돌 가에 불고 왜 세상은 모두가 불행한 건 아닌 것처럼 이 땅 위에 하늘나라가 임하시기를 기도하는 것처럼 이때쯤 지리산 어느 골에 가서 또 가서 그 땅을 밟고 싶네요 하나님은 어려운 데에도 계시고 그리고 하찮은 일에도 계신다고 봄이군요 분노의 눈빛들을 망각의 아픔들을 우리 봄의 찬가를 부르지 않겠어요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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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언제 나오냐고 묻는 목소리도 멀어졌다.
사람들은 다들 시를 품고 산다는 것 나의 시가 따습고 가난했으면 좋겠다. 늘 함께하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 「시인의 말」 최용호崔龍昊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별을 바라봅시다요』를 출간한다. 최 시인은 2002년 기독신춘문예(한국기독공보사)에 당선하고 월간 『조선문학』에 추천받아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최용호 시인은 이번 제3시집에서 자연 세계의 시공時空을 넘어 자신이 체험하고 경험한 세계를 자상하게 되살려내고 있다. 고향의 자연지리 속의 풍경과 살아온 세월에서 인연因緣을 맺었던 모든 인간관계를 재현시킨다. 전래의 토착어로 고향의 인문 지형에 자신이 살아온 세계를 재구성한 것이다. 자신의 잠재한 전의식前意識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자가류自家類의 토속적인 경험 세계를 신기루처럼 그려내며 자신의 정체성을 토착 언어로 각인시켜준 시업詩業이었다. - 박이도(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