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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1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 신뢰 주며 기다리다 툭 던진 한마디, 김양의 ‘살인의 침묵’ 깨다 이춘재·고유정 사건, 진실 드러낼 때까지 기다렸다, 끈질기게 2 부천 링거 살인 사건 ‘동반 자살’ 정황은 상세한데 동기는 단 한 줄, 진술 분량이 살의를 밝혔다 3 전남 여고생 살인 사건 유일한 용의자가 자살하자, 심리 부검 통해 살해 경위를 밝혔다 수사관 출신 프로파일러, “과학수사는 선택 아닌 필수” 4 전주 고준희 양 실종 사건 “펜션 온 가족, 여자아이 없었어요”, 준희 한 풀어준 단서 ‘법최면 수사’에서 나왔다 프로파일러의 연장통 속 수많은 도구, 법최면도 그중 하나죠 5 아산 갱티고개 노래방 여주인 살인 사건 “차 뒷좌석에 담뱃재… 공범이 있다” 풀리기 시작한 퍼즐 스릴러 영화에 매료됐던 중학생, 최연소 프로파일러 되다 6 의정부 여자친구 연쇄살인 사건 밥 먹듯 거짓말하는 연쇄살인범, 거짓말 기법으로 자백 끌어내다 7 울산 자살방조 강간 추행 사건 “같이 죽으려 했다” 진술에 숨겨진 진실 밝혀낸 ‘자살 심리 부검’ 넓은 시각에서 피의자의 주변부까지 바라볼 때 결정적 증거가 보입니다 8 안인득 방화 살인 사건 자신이 피해자라고 되뇌던 안인득, 다섯 번 면담 끝에 속을 드러냈다 임상심리사 출신 프로파일러, “사건보다는 사람에게 더 집중하고 싶다” 9 현직 프로파일러들이 말하는 오해와 진실 “우린 초능력자 아니에요, 과학·직관으로 파헤치는 협업 수사 지원군” 10 오사카 니코틴 살인 사건 가족과 지인 통한 ‘심리 부검’ 해보니, 단꿈 꾸던 신부가 신혼여행 가서 자살? 아니다! 11 부산 아파트 단지 연쇄절도 사건 “설마 내가 훔쳤겠나” 버티던 절도범, “수사관이 날 이해해줘” 범행 자백 ‘명탐정 코난’ 꿈꾸던 소녀, “프로파일러는 통역기” 12 송파 데이트 폭력 사건 성적 학대에도 ‘위험한 연애’ 지속? 두려움의 시각으로 보자 퍼즐이 풀렸다 “물증 없는 데이트 폭력, 프로파일링이 범죄 찾아내죠” 13 정남규 연쇄살인 사건 13명 목숨 앗아간 살인마, 프로파일러가 불쑥 던진 한마디에 입을 열다 “특수부대 키우듯 프로파일러를 양성해야 치안 서비스 높아져” 14 인천 모자 살인 사건 남편이 두 사람을 살해하는 과정에 아내가 개입한 정황, 거듭된 반전 15 ‘어금니 아빠’ 추행·살인 사건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한 사건부터 아내 자살방조 사건까지 16 보성 어부 살인 사건 20대 여행객 4명, 평범한 70대 시골 노인의 넉넉한 인심을 믿고 배를 탔다 17 창원 골프연습장 살인 사건 9일간의 도주극 이면엔…, 6년 전 금은방을 털던 단순 강도에서 살인강도로 18 울산 봉대산 불다람쥐 연쇄방화 사건 17년간 100차례 가까이 산불, 현상금 3억 원 걸린 방화범의 정체 19 대구 중년 부부 살인 사건 배관공으로 위장해 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간 20대 대학생, 재판부는 사형 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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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을 처음 만나본 이경위는 사건이 예상보다 단순하지 않음을 직감했다. 김양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만났다는 박양이 자신에게 부여한 캐릭터들을 흉내 내며 진술을 피했다.
--- p.16 대중들의 눈에는 프로파일러라고 하면 수사팀과 별도로 움직이는 독립적 존재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수사팀과 긴밀히 협력하며 현장을 누빈다고 한다. --- p.29 “동반 자살은 분명 아니었어요. 용의자에게 슬픈 감정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문제는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 사건이 살인인지를 증명하냐는 거였죠.” --- p.31 수사팀으로부터 사건 협조 요청을 받은 신경사는 물증이 아닌 진술만 있는 이 사건을 뒤덮고 있는 ‘말’들을 차근차근 따라가보 기로 했다. --- p.33 유력한 용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피해자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목격자마저 전혀 없다. 그러나 피해자가 살해됐을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 p.45 “성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임기응변에 능하며 자존심도 강한 유형, 한마디로 완벽주의자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 p.52 이경사가 프로파일링을 통해 분석한 최씨의 가장 일관된 특성은 ‘충동성’이었다. --- p.95 최씨가 애정을 쏟은 여성 세 명이 6개월 사이에 모두 세상을 떴다는 점에서 조씨의 사인을 두고 해석이 갈렸다. --- p.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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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점성술사도, 해결사도 아니고, 수사 지원을 하는 사람들!”
프로파일러의 구체적인 역할과 실제 활동 사례 국내에 프로파일링 기법이 도입된 때는 2000년대 초반이다. 1990년 이전까지만 해도 살인의 이유는 원한이나 치정, 금전 문제 정도의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90년대 중반 지존파와 막가파처럼 기존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조직범죄가 등장했고,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유영철과 정남규, 강호순 같은 무고한 피해자를 노리는 연쇄살인범이 잇달아 나타났다. 즉 기존의 수사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이상 범죄’가 증가하던 시기에 한국의 프로파일링은 시작됐다. 이처럼 모든 사건에 프로파일러가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파일러는 미제 사건이나 연쇄 범죄, 동기가 쉽게 밝혀지지 않는 사건 등을 주로 다룬다. 동기가 쉽게 밝혀지지 않는 사건 특히 유죄를 입증할 직접증거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거나, 여러 증거가 있는데도 피의자가 자백하지 않는 경우 프로파일러의 분석은 돌파구 역할을 한다. 심리 부검: 고인의 주변 사람들을 면담해 생전의 심리 상태를 복원하는 프로파일링 기법이다. 일반 부검이 시신을 해부해 고인의 물리적 사망 경위를 밝히는 일이라면, 심리 부검은 마음을 뜯어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평소 고인과 잘 알고 지내던 주변 사람들을 상대로 그의 전반적인 삶, 생활 모습과 환경,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과 행동 등을 재구성한다. 자살 심리 부검: 피의자의 대인 관계와 사회생활 등 생애 전반의 정보에 토대해 그 사람이 실제 자살하려는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를 분석하는 프로파일링 기법이다. 우선 피의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에 기초해 심층 면담을 진행한 뒤 진술의 신빙성과 범행 의도를 살펴본다. 성향 분석은 성격 검사와 심리 분석, 자살 위험성 평가 등 총 세 가지로 이뤄져 있다. 진술 분석: 대명사 활용이나 연결 어구 적절성, 시간의 불일치, 단어의 변화, 정보의 생략, 정서 표현, 중요하지 않은 정보 등 준거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하는 기법이다. 프로파일링 보고서: 프로파일링 보고서는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기능을 한다. 객관성이 담보돼야 하기에 큰 사건에는 프로파일러 여러 명이 투입된다. 최근 법정에서 프로파일링 보고서가 증거 목록에 포함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002년 ‘아산 갱티고개 살인 사건’을 분석해 정리한 프로파일링 보고서가 법원에서 최초로 증거로 채택됐다. 이제 ‘프로파일링은 수사 기법일 뿐이지 법정 증거로는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은 옛말이 됐다. 물론 법원이 보고서 하나를 단독 증거로 두고 양형을 하지는 않지만, 재판부가 심증을 형성할 때 많이 인용되고 있다. 검사 중에서도 프로파일링 보고서를 먼저 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2018년 동반 자살을 하자고 여성을 유인해 강제 추행하고 자살을 방조한 울산 자살방조 강간 추행 사건, 2017년 경기 양평 전원주택 살인 사건, 장기 미제로 남았다가 풀린 2002년 아산 갱티고개 노래방 여주인 살인 사건 등에서 프로파일링 보고서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됐다. 지리적 프로파일링: 연쇄 범죄가 발생할 때 그 범죄의 발생 위치나 공간적 특성을 분석해 용의자가 있는 곳이나 다음 범행이 예상되는 곳을 예측하는 과학수사 기법이다. 거리 함수와 공간 통계 등이 사용된다. 국내에선 한국형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인 ‘지오프로스’의 기능이 많이 확대돼 일선 경찰들까지 활용하고 있다. 법최면: 증인이나 피해자가 심리적 외상이나 정신적 충격을 받아 사건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 또 시간이 많이 지나 사건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진 경우에 법최면을 실시하면 대뇌에 남아 있는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다. 이때 ‘사건과 관련 없는 기억의 수도꼭지는 잠그고, 수사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흘러나오도록 집중하게 하는 게’ 핵심이다. 실시간으로 뇌파 상태를 체크해 피검사자가 거짓 연기를 하는지, 깊은 최면에 빠져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최면에 걸린 척 거짓말을 할 때는 호흡이나 안구 운동 등으로도 구별해낼 수 있다. 거짓말 기법: 피의자를 신문할 때 구체적으로 질문하기보다는 포괄적으로 또는 자유서술형으로 질문함으로써 거짓말을 할 여지를 일부러 열어두는 신문 전략이다. 거짓 진술을 한 피의자에게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제시하면 거짓말을 한 것이 들통 날수록 상당한 압박감을 받게 되므로 결국 막다른 골목에 몰려 진실을 얘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신뢰를 형성할 다양한 방법에 대한 고민 대중매체에서 프로파일러는 ‘초능력자’처럼 묘사되지만, 실제 프로파일러들은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린다. 피의자에게 차분히 내면을 드러낼 기회를 주고, 프로파일러는 피의자가 진실을 꺼내는 순간까지 신뢰를 형성할 다양한 방법을 고민한다. 2013년 ‘인천 모자 살인 사건’에서 프로파일러는 직접 범행 현장에 가 사건 당시를 구성하며 피의자 옆에서 잠을 자보기까지 했다. 식사를 하지 못하는 피의자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사다 준다든가, 연락이 끊긴 가족 대신 속옷을 챙겨주면서 신뢰를 형성한다. 그 신뢰 관계에 토대해 피의자의 내면을 파고드는 것이 프로파일러의 일이다. 최근엔 프로파일러가 사건 초기부터 수사팀과 함께 현장에 투입되는 일이 많아졌다. 수사팀과 서로 의견을 내고 논의하면서 용의자 후보군을 좁힌다든가, 피의자가 자백할 환경을 만드는 게 주요 임무다. 이때도 프로파일러가 수사팀에게 ‘저 사람이 범인’이라고 특정하는 경우는 없다. 범인의 유형이나 탐문 방법 등을 조언하는 식으로 수사를 지원하다.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유지하려는 노력 프로파일러는 다른 사람을 분석하는 직업이니만큼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피의자의 범죄 동기를 파악하려면 관찰력뿐 아니라 피의자의 심리와 일치가 돼 그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야 하기에 공감 능력도 중요하다. 그래서 많은 프로파일러들이 프로파일러로 적합한 유형으로 ‘흡수력이 좋은 사람’을 꼽았다. 수사관과 검시관, 과학수사 요원 등과 함께 수시로 협업해야 하는 일이어서 협력과 토론에 능해야 한다. 또 본인이 생각하는 방식에만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는, 개방되고 흡수력이 좋은 사람이 프로파일러로서 좋은 역할을 한다. 프로파일러의 말 피의자가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프로파일러의 제1 덕목이다. 수사 기간이 제한돼 있어 시간에 쫓기지만 그럴수록 피의자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중대한지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데 집중한다.__이진숙 인천경찰청 과학수사과 경위 장기 근속한 일선 형사도 프로파일러를 만나게 되는 경우는 한두 건에 불과하다. 그래서 보통 형사들은 그 한 번의 경험으로 프로파일러를 평가한다. 한 번이라도 제대로 못 하면 ‘프로파일링이라는 거, 수사에 전혀 도움 안 되더라’ 같은 소리를 듣는다. ‘프로파일러가 도와주니 사건이 술술 풀리네.’ 이 소리를 듣는 게 프로파일러로서의 내 목표다.__최규환 충남경찰청 과학수사과 경위 지금까지 살인 사건 수백 건을 다뤘다. 토막살인 같은 흉악 범죄 사건에서 온갖 잔인한 시체를 봐도 우린 아무렇지 않다. 그런데 그렇게 강한 경찰관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어린 아이,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아이가 변을 당했을 때다. 한 달 동안 지역 경찰이 사건에 죽을 듯이 매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__박주호 전북경찰청 과학수사계 경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