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ty Crow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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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지탱하기 힘든 당신에게
마법처럼 다가오는 희망과 위로 늘 신화와 전설에서 이야기의 원천을 찾는 깊이 있는 작가 키티 크라우더는 《메두사 엄마》에 이어 이번에도 민담 스타일로, 마법에 걸린 거인, 문제를 해결하러 떠나는 길, 눈물 뒤에 마침내 얻어지는 사랑과 행복을 아름답게 그립니다. 예로부터 전해 오는 전형적인 구조에 언제 본 것 같은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지금 우리의 삶을 건드리는 현대적인 이야기임을 독자들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아니의 시간은 반복되는 일상과 서툰 관계와 불쑥 솟는 외로움에 좌절하다가도 어떤 작고 사소한 계기를 부여잡고 다시 일어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그렇게 지친 우리의 마음을 파고들어 한참을 무겁게 가라앉히더니, 바로 희망과 사랑으로 부드럽게 부풀립니다. 키티 크라우더의 주인공들이 누리는 평화와 행복은 그냥 주어지는 평화가 아니라 밑바닥까지 추락해 한없는 절망과 아픔을 견뎌내고 얻는 행복입니다. 《아니의 호수》에는 지친 영혼에 전하는 근본적인 위로, 어려움을 이겨내며 쌓은 진정한 관계, 서로에 대한 부드러운 응시, 상냥함, 다정함 이 모든 게 다 들어 있습니다. 약한 청력을 뛰어넘은 치열한 관찰, 보고, 느끼고, 상상하고, 사유하는 습관이 만든 ‘보이는 것 너머의 이야기’ 그림을 그릴 때, 나는 그 대상에 진정으로 내가 있으려고 노력해요. 어떤 나무를 그리면, 그 나무가 뿌리가 있고, 바람과 비와 햇빛을 받고 자란 걸 생각해요. 나는 아름다운 이 에너지를 최상으로 재현하려고 애써요. _키티 크라우더 마음을 감싸는 부드러움 속에 우직한 뚝심을 담은 키티 크라우더는 환상적인 사랑 이야기를 한없이 무겁게 시작하지만, 독자의 마음이 어두워질 무렵 곧 분위기는 마법처럼 확 바뀝니다. 호수 바닥에 닿고서 기절한 아니가 거인의 손바닥 위에 소중히 놓인 장면은 더없이 평화롭고 상냥하며 부드럽습니다. 질식할 것만 같은 화면에 밝은 레몬색 거인들이 환한 빛과 숨 쉴 공기를 불어 넣지요. 독자들은 주인공 아니와 마찬가지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좀 현실에서 벗어난 기분으로 시적인 여행을 함께 떠나게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물’에 눈을 뜨고 ‘장소’의 아름다움에 민감했던 키티 크라우더, 《아니의 호수》에서 모든 것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새롭게 탄생시키는 ‘물’의 역할은 아주 중요합니다. 물에 빠짐으로써 비로소 다시 태어난 아니, 하나의 캐릭터처럼 중요한 물은 잔잔한 호수부터 검푸른 바다까지 비취색 물빛부터 진한 청록색까지 화면 곳곳에서 투명하게 반짝입니다. 푸른 호수, 붉은 머리, 노란색 거인, 진홍빛 하늘 등 맑디맑은 색감과 부드러운 선은 더없이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빛납니다. ‘움직임과 생산이 키워드인 세상에서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어떤 적요함을 전해주고 싶어’한 키티 크라우더, 《아니의 호수》는 마음속 깊은 위로와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는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그림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