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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모험, 내일의 댄스
노윤주 에세이
노윤주
보틀프레스 202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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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에세이 top2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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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 정전기력으로 커지는 세계
1. 이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것은 나의 주먹뿐
2. 복싱의 시작
3. 멀리 가는 사람, 멀리 가는 대화
4. 망하면 망한 대로
5. 위스키- 하면 모두가 웃게 되지
6. 문댄스 시네마
7. 단순함은 멋있다
8. 피치를 올린다
9. 누나가 달려드니까
10. 팟캐스트 〈다정한 사람에게 다녀왔습니다〉의 노난입니다
11. 나의 스페인어 선생님
12. 정동진 독립영화제에 다녀왔다
13. 록키를 만난 날
14. 왼손잡이 복서
15. 최초의 스파링
16. 누군가의 인생 첫눈을 함께했네
17. 인생 첫 카피
18. 노난 갈비
19. 혼자서 하는 2인분의 여행
20. 꺽다리 복서
21. 한 해의 마지막 날엔 복싱을
22. 이번 주말에는 승마를 하고 싶다
23. 비봉은 무섭다
24. I have a+N dream
25. 복싱은 멋있다
26. 배신자의 다짐
27. 1인 가구의 가장입니다
28. 이사의 마음 노동
29. 내 기준의 필수품
30. 공동 거주 실험
31. 유아 낫 슈가
32. 서울의 수영장 기록
33. 5만 원어치의 새해 계획
34. 집의 주인
35. 1인 가구의 목소리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36. 통영은 도다리다
37. 유람선이 보이는 목욕탕
38. 이체를 멈췄다
39. 사장님 운동
40. 고모 유니언
41. 나의 고향
42. 토요일 아침의 쓴맛
43. 선생님의 발차기
44. 밑으로 밑으로
45. 두 손을 꼭 잡고 각자의 방향으로 뛰는 관계
46. 인생, 70부터 파티야
47. 귀는 풍! 하고 뚫린다
48. 다친 다리가 만난 사람들
49. 내가 나에게 주는 용기
50. 내가 가본 가장 먼 바다
51. 넘어지는 것은 쪽팔리지 않다
52. 이야기를 먹었다
53. 호심술 트레이닝을 시작합시다
54. 어른의 톨레랑스
55. 조금만 기다리면 아무렇지 않아질 텐데
56. 완벽한 스포츠 드라마
57. 타히티를 꿈꾼 자의 최후
58. 도시의 여자, 도시의 모험가
59. 애착 뒷머리와의 안전 이별
60. 반쪽 세상
61. 점멸등에서 좌회전
62. 우리가 친애하는 동료로 함께 나이를 먹는다면
63. 당신 배고픈 이 아니에요?
64. 인생이 고덕만큼 넓어졌다

저자 소개 1

이노션, 대홍기획 등의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와 광고기획자로 20년 넘게 일했으며, 현재는 독립하여 프리랜서 ‘아이디어 라이터’로 살고 있다. 모든 브랜드는 희한하고 골치 아픈 문제들을 가지고 있으며, 나의 일은 그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남다른 아이디어를 남들이 공감하도록 쓰는 것을 좋아하며, 기획서와 카피를 작성하는 틈틈이 《컨셉 라이팅》, 《오늘의 모험, 내일의 댄스》 등의 책을 펴냈다. 일요일에는 뾰족한 글쓰기를 도와드리는 ‘컨셉 라이팅 워크숍’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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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56g | 148*210*17mm
ISBN13
9791191725018

책 속으로

“이제 슬슬 나갈까?”라는 말에 “10분만 있다가”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미 일어서 있는’ 사람이 있다.
--- 책의 첫 문장

그래서 무엇을 발견했느냐 하면 다음 날 점심시간에 떠들 이야깃거리를 얻었다. 전날과는 다른 점심시간을 만들게 되었다. 어떤 날에는 점심시간으로는 부족한 긴 이야깃거리를 얻었다. 지난 달과는 다른 술자리를 만들게 되었다. 어떤 날들의 발견은 어떻게 살고 싶다는 각오가 되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생을 구체적으로 그리게 되었다. 재미있었다.
--- 「서문」 중에서

“이 장갑을 끼면 웃음이 날 거야. 어때, 주먹패라도 된 기분이지?”
그 말을 듣고 학생이 우쭐한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자 관장님이 다시 말했다.
“그래. 그건 너만 아는 웃음이야.”
맙소사! 그것이 무엇이든 나도 알고 싶은 웃음이다.
--- p.15, 「복싱의 시작」 중에서

영화를 보고 와서 맞이한 주말에 일없이 앉아있자니 나도 소리를 내는 일을 해보고 싶어 졌다. 소리로 공간을 다정하게 데우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소속감을 느껴보고 싶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 p.53, 「팟캐스트 ‘다정한 사람에게 다녀왔습니다’의 노난입니다」 중에서

“나 눈 처음 만져봐!”
뭐라고? 이 고백에 가까운 선언에 나는 그만 감동을 해버리고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캐롤을 틀었다. 산타 클로스 이즈 커밍 투 타운. 손에 닿는 순간 녹아버리는 싸락눈을 맞으면서도 루돌프처럼 기뻐하는 나의 손님들을 보며 나는 오래도록 이 눈을 기억하고 싶어졌다. 내 눈앞의 풍경보다 소녀들 눈앞의 풍경이 더 아름답기를 바랐다. 그렇게 누군가의 인생 첫눈을 함께했다. 내 나이에 머물면서 아주 저 멀리 어린 시절로 여행을 다녀온 날이었다. 이날 나는 맥주를 마시면서 또 한번 놀라게 되는데, 이번에는 티파니가 맥주잔에 입술을 슬쩍 대보고는 “써! 나 술 처음 마셔봐!”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봐요, 손님들. 인생의 이토록 중요한 순간들을 나와 함께 보내도 되는 건가요? 나는 손님들의 잇단 고백에 아찔해지는 기분이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짐했다. 나는 여러분의 가이드, 여러분의 DJ, 그리고 여러분의 흑장미. 손님이 남긴 498.5mL의 생맥주를 대신 마시며 소녀들의 앞날에 눈처럼 맑고 개운한 음주 나날이 펼쳐지길 건배했다.
--- p.76-77, 「누군가의 인생 첫눈을 함께했네」 중에서

You’re not sugar.
그 말이 마치 얼음땡 놀이의 땡!처럼 해방감을 줘서 다급하던 두 발이 여유로워졌다. 나는 설탕이 아니니까. 녹지 않으니까. 털 끝 하나도 녹아 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 나의 속도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 p.142, 「유아 낫 슈가」 중에서

쫄딱 젖은 내 인간다움 옆으로 리트리버의 보드가 느리게 지나갔다. 카메라가 내게 왔다. 고꾸라지며 자존심까지 물에 잃어버린 나의 입이 마음대로 떠든다. “와~ 개가 사람보다 낫네~” 컷.
이왕 이렇게 된 거 갈 데까지 가보자는 마음에 우리는 촬영을 마치고 PD와 스태프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우리의 원대한 꿈을 설명하며 응원 한 마디를 따게 해달라고 말했다. 방송국놈들이 흔쾌히 인터뷰에 응하며 우리 카메라를 앞에 두고 외쳤다. “TV 동물농장이 응원합니다! 타히티로 가자! 파이팅!”
--- p.242, 「타히티를 꿈꾼 자의 최후」 중에서

춤추듯 걷는 아가씨를 보고 나자 내가 꿈꾸는 도시가 이런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오밤중에 여자가 엉덩이를 흔들며 걸어가는 도시. 여자들이 술 한잔 걸치고 활개치듯 걷는 도시. 겁도 없이 싸돌아 다니는 여자가 많은 도시. 그런 도시야말로 꽤 살 만한 도시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 p.245, 「도시의 여자, 도시의 모험가」 중에서

출판사 리뷰

강력하진 않지만 자주 타닥거리는
정전기형 인간,
여간해서 흥이 나지 않는 날도
눈 질끈 감고 풍덩 뛰어들어본 이야기.


“나는 자주 나가고 싶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고층 빌딩 안에서 키보드를 치며 살고 있지만 동경하는 세계는 언제나 밖에 있었다. 한낮을 활보하는 사람들, 근육을 쓰고 땀을 흘리는 사람들, 깊이를 모르는 물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 밖을 베이스캠프로 둔 사람들이 하는 경험이 진짜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몸을 움직여 체득한 지식이야말로 지혜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 서문 중에서

누군가 “슬슬 나갈까?” 하면 “잠깐만 있다가”라고 말하는 사람 옆에 ‘이미 일어서 있는’ 사람이 있다. 저자 노윤주다. 그는 나가는 것도 좋아하지만 당장 나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렇다고 엄청난 추진력을 가졌는가 하면 뒷심이 부족해 화력보다 미진한 정전기력 정도를 지녔다고 말한다. 주말에 누워만 있기는 아까워서, 갑자기 처음 해보는 일을 하고 싶어서, 1인 가구의 가장으로서 내가 나와 잘 노는 것이 중요해서 자주 타닥거리며 밖에 나가볼 뿐이라고. 건물 밖으로, 경로 밖으로, 직업 밖으로, 시선 밖으로, 두려움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다 주머니가 불룩해지면 집에 돌아온다. 한번 저질러보는 동안 몸으로 배운 것을 거친 호흡이 가라앉기 전에 촘촘히 기록했다. 그렇게 바깥을 구르고 노닐며 발견한 이야기에는 온기와 활기가 감돈다.

“어떤 날들의 발견은, 어떻게 살고 싶다는 각오가 되었다.”
- 서문 중에서


내가 아는 세계의 바깥으로
딱 한 발만 멀리.

나와 잘 노는 나의 뒤에
그래서 잘 살게 된 내가 있으니까.


생동감도 옮는 것인지, 노윤주의 글을 읽다 보면 리드미컬한 문장을 따라 어디라도 유쾌한 곳에 당도할 것만 같다. 바깥에서 그는 미지의 영역으로 달려가고 싶어 찾아간 복싱장에서 달려드는 누나가 되었다가(49쪽), 동네 수영장에서 발차기를 잘하는 선생님으로 불려 얼굴이 시뻘개질 때까지 발차기를 멈추지 않기도(못하기도) 하고(184쪽), 글로벌기업(에어비앤비)에서 알아봐준 덕분에 서촌으로 손님들을 모셔 인생 첫눈과 첫술을 함께하기도 한다(73쪽). 단풍에 흥이 나지 않는 마음이라도 꽃이라면 달래질 것 같던 날에는 꽃꽂이를 배우러 갔다가 술집에서 여는 영화제 기획자가 되고(33쪽), 회사의 지원금으로 타히티 서핑여행을 가려다 양양 앞바다에서 만난 서핑 잘하는 개와 함께 TV 출연도 하고야 만다(239쪽).

한번도 안 해본 일을 일단 저지르는 쾌감에 뒤따르는 것은 사람 사이에 정전기처럼 일어난 작은 웃음이다. 유람선이 보이는 목욕탕에서 바닷가 여자들이 나눠 먹던 김밥에 침흘리던 순간, 같이 여행한 친구가 헤어지는 길에 쥐여준 편지를 펼치던 순간, 공동 거주 실험을 한다며 한 집에 모여 취한 밤에 우르르 눈을 맞으러 나가던 순간 들에 배어나는 미소와 웃음소리 같은 것. 아주 오래전에 듣고 한동안 들어본 적 없는, “00아 노올자”는 말이 귀에 들리는 듯도 하다.

핫플레이스 대신 사람에게 잘 다녀오는 따스함을 지닌 이 글이 웅크리고 있던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설령 누군가 밖에 나가자고 하면 “잠깐만 있다가”라고 말하는 쪽이더라도 마음만은 제주 오름에 오른 것처럼 활짝 펼쳐지는 글이므로, 오늘은 안 해본 일을 해보겠다는 결심이 설 것이다. 그것이 내가 나에게 주는 용기라는 생각도 든다면 그렇게 바깥으로 나간 우리에게도 모험이, 어쩌면 절로 춰지는 댄스가 찾아올 것이다. 그러고 나서야 우리는 ‘나와 잘 노는 나’, 그래서 ‘잘 살게 된 나’를 만난다. 다시 찾아올 단풍에도 흥이 나지 않는 날이 오면, 멸치의 고장 통영에 가서 앤초비 호텔 간판을 보고 짭조름한 앤초비의 맛을 떠올리며 웃고 싶다. 그리고 솔직히… 쉴 새 없이 타닥거리고 있을 저자가 다음 주말엔 뭐 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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