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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인의 장편 <집으로 가는 길>은 이복 남매의 사랑을 다루고 있으며 그 사랑의 배면에 제주 설화를 장치하여 소설적인 흥미를 한껏 드러내고 있다. 제주 설화의 현대적 변용이 바로 이 소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모든 설화가 그렇듯이 운명의 엇갈림, 사랑의 비극성, 한의 맺힘과 풀림이 이 소설에 그려져 있다. 이명인은 여기에다 생명의 끈질김을 강조한다. 2대에 걸친 아비 부재 상태 속에서의 임신은,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한 현 세태에 대한 이명인식의 저항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주제적 당위성보다 이 소설이 독자들을 끌리게 하는 것은 청비라는 한 여인의 주술적 힘이다. 근친상간도 넘어설 수 있는 사랑을 만들어내는 청비의 보이지 않는 손은, 도덕 너머에 있는 사랑과 생명에 대한 원초적인 갈망으로 읽혀질 수 있다.
이명인은 제주 설화를 단순히 소재의 차원에서 차용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신과 인간이 함께 숨쉬고 살기를 바라는 주제 의식과 결합한 의도적인 차용인 것이다. 작가는 인간은 인간답게, 신은 신답게 서로의 자리를 잃지 않고 각자의 영역을 지켜 공존하는 균형잡힌 세상이 되길 바라며 설화의 주인공들에게 '인간의 옷을 입혀 세상에 나들이'를 시킨 것이다. 사랑했으나 이루어질 수 없었던 청비와 홍로, 이복남매인 줄 모르고 사랑했던 강림과 채운, 그들은 모두 사랑을 이루지 못한 가슴아픈 인물들이지만 그들 안에서 고통스럽게 화해를 이끌어낸 작가의 시선을 따른다면, 모두 돌아가야 할 제자리로 돌아간 것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이 소설의 제목은 <집으로 가는 길>이다. 주인공들은 세상살이의 곤고함을 겪고서야 사랑과 생명의 시원(始原)인 제주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