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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문관 _ 008
조주의 개 _ 010 백장의 여우 _ 014 구지의 손가락 _ 018 달마는 수염이 없다 _ 022 향엄의 나무에 오르다 _ 026 세존이 꽃을 드시다 _ 030 발우는 씻었느냐 _ 034 해중이 수레를 만들다 _ 038 대통지승?앎과 깨달음 _ 042 청세는 외롭고 가난하다 _ 046 조주가 암주를 감파하다 _ 050 서암이 주인공을 부르다 _ 054 덕산의 탁발 _ 058 남전이 고양이를 베다 _ 062 동산의 방망이 60대 _ 066 종소리와 칠조가사 _ 070 국사가 세 번 부르다 _ 074 동산의 서 근 _ 078 평상심이 도 _ 082 큰 힘을 가진 자 _ 086 운문의 똥막대기 _ 090 가섭의 찰간 _ 094 선악을 생각지 말라 _ 098 말을 떠나다 _ 102 앙산의 꿈 이야기 _ 106 두 중이 발을 걷다 _ 110 마음도 부처도 아니다 _ 114 용담의 촛불 _ 118 바람도 아니고 깃발도 아니다 _ 122 마음이 곧 부처다 _ 126 조주가 노파를 감파하다 _ 130 외도가 부처에게 묻다 _ 134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다 _ 138 지혜는 도가 아니다 _ 142 천녀, 혼이 떠나다 _ 146 길에서 깨달은 이를 만나다 _ 150 뜰 앞의 잣나무 _ 154 소가 창살을 지나다 _ 158 말에 떨어지다 _ 162 정병을 걷어차다 _ 166 마음을 가져오너라 _ 170 여자를 삼매에서 깨우다 _ 174 수산의 죽비 _ 178 파초의 주장자 _ 182 그는 대체 누구인가? _ 186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더…… _ 190 도솔의 세 관문 _ 194 건봉의 한길 _ 198 후서 _ 202 무문관을 읽고…… _ 206 작가의 말│『무문관』 연작을 새기고 _ 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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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울리는 그림으로 묵직한 화두를 전달해온 판화가 이철수가 데뷔 40주년을 맞아 선불교의 가르침을 담은 대표적인 지침서 『무문관』을 주제로 한 연작판화집을 엮었다. 『무문관』은 1228년 중국 남송의 승려 무문 혜개가 선 수행의 규칙으로 삼아야 할 48가지 공안을 고르고 해설과 송頌을 덧붙인 책이다. 옛 선사들의 오묘한 속뜻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이 글귀들은 범인으로서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읽는 이의 해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어 세심한 접근을 요한다.
『문인가 하였더니, 다시 길』은 이철수가 『무문관』을 십 년 이상 곁에 두고 탐독한 끝에 얻은 깨달음을 화폭에 담은 작품들이다. 각각의 작품은 『무문관』의 내용을 그대로 해설한 삽화가 아니라, 작가가 수행자로서 스승들의 말씀을 새겨 지금의 현실에 맞는 화두를 길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스승에게 대거리하듯 말을 걸기도 하는 독자적인 공부의 결과물이다. 판화 뒤에는 그와 짝을 이루는 공안을 함께 수록하여 그림과 글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팔백 년의 세월을 이어온 불가의 가르침과 나란히 놓인 그림들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작가가 40년간 일궈온 예술적 성취와 성찰의 깊이에 감탄하게 된다. 『무문관』은 수행의 깊이를 스스로 가늠케 해주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제시한다. 이 책이 전하는 핵심적인 화두 중 하나가 판화 〈수산의 죽비〉에 드러나 있다. 수산 화상이 좌중 앞에 죽비를 내보이며 ‘이 물건을 죽비라고 하면 저촉되고 죽비라고 하지 않으면 위배되니 이를 무엇이라 부르겠는가’ 하고 묻는 장면이다. 언어나 문자가 진리를 곡해하는 일을 경계했던 선승들의 가르침이 그림을 통해 현대인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이처럼 『무문관』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으로 독자들을 몰아붙인다.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매달려 있는데 입을 열어 묻는 말에 대답해야 하거나(〈향엄의 나무에 오르다〉, 26~27쪽), 누군가를 대할 때 말하지도 침묵하지도 말아야 하는 등(〈길에서 깨달은 이를 만나다〉, 150~151쪽) 속세에 매인 인식으로는 돌파할 수 없는 상황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무문관』은 이러한 인식의 한계 너머에 깨달음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경계의 역할을 한다. 이철수의 판화는 문이 나 있지 않은 그 경계를 통과해 보이며 현대인의 일상 공간을 깨달음의 장소로 바꿔내고 있다. ◆ 『무문관』은, 머리맡에 책상머리에 두고 읽던 여러 조사어록과 고경古鏡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은 처지라 짧고 깊게 읽을 수 없어, 조사어록을 십 년 이상 곁에 두고 쉬엄쉬엄 읽었습니다. 비 오시는 날은 빗소리 함께 조사를 뵙고, 천둥 치면 오늘은 ‘할喝!’이 잦으시구나 했습니다. 눈 쌓인 겨울에는 노장들께 군고구마와 더운 차를 권하기도 하면서 읽었습니다. 오래 잊고 지내다 다시 뵈면 더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공안집이 곁에 모시고 사는 어른들 말씀처럼 여겨졌습니다. 어려운 말씀도 오래 들으니 알 듯하고, 때로 노인네 잔소리처럼 못 들은 체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대꾸도 하고 시시비비도 하면서 『무문관』 연작을 만들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만든 연작입니다. (……) 마음자리가 풀 한 포기 없는 불모의 땅이 되고 있는 시대에,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세간의 평판을 극복하고, 곧장 마음으로 들어가는 언어도단의 힘도 거기 생생한 현실에서 찾는 것이 옳습니다. 마음자리가 불모가 되어가는 시대 상황이 역설적으로 선의 노다지를 캐는 조건이 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가상현실이 실감을 더해가는 중입니다. 존재의 실상을 이야기하기도 좋은 ‘호시절!’입니다. 시대를 함께 사는 착한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싶습니다. 이 어려운 시대를 우리 모두 살아서 건너갈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부디 아무도 죽지 않기를, 누구도 이 생을 도중에 포기하지 말기를…… _이철수, ‘작가의 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