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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설계 vs. 프로세스
1장. 들어가며_ 나는 베네치아가 싫다 도시는 ‘설계’가 아닌 ‘프로세스’의 결과다 그들이 말하는 도시 ‘보기’ 도시에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2장. 자본_ 도시, 돈, 비非장소 부동산은 힘이 세다 3장. 권력_ 힘의 과시 수단일지라도 포스트모더니즘을 품은 권력 투명한 권력이라는 환상 권력의 투기장: 스코틀랜드 의회 의사당 지독한 관료주의 4장. 성적 욕망_ 벌거벗은 채 유예되는 남성 동성애자들이 사랑을 나눈 공간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5장. 노동_ 일자리는 도시 환경에 형태를 부여한다 로프트에서 광활하게 살기 예술가를 생산하는 암스테르담 NDSM 창조노동: 암스테르담 더 퀴블 캘리포니아 드리밍: 할리우드와 창조산업 실리콘밸리의 풍경 6장. 전쟁_ 가장 전면적인 프로세스 군산복합체 전면전에서 회색전으로 테러와 도시 9.11 7장. 문화_ 미술관이 된 창고와 공장 최고의 미술관보다는 최고의 카페 퐁피두 센터, ‘보부르를 무너뜨려라!’ 산업적인 것이 더 문화적인 시대 도널드 저드 박물관 베이징 798 예술구 미술관들의 최근 추세 8장. 나가며_ 프로세스, 도시의 얼굴을 만들다 감사의 말 주 찾아보기 |
Richard J. Willi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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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설계자의 존재 대신 다음 두 가지에 주목한다. 첫째, 이 책은 프로세스를 살펴본다. 이 책에서는 특히 자본의 흐름, 정치 권력의 작동, 성적 욕망의 변화하는 속성, 노동의 변화하는 속성, 전쟁의 영향, 문화의 영향이라는 여섯 개의 프로세스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나는 이 프로세스들이 도시 경관에 어떻게 영향을 미쳐왔고 미치고 있는지를 검토할 것이다. 둘째, 이 책은 도시의 이미지와 시각 문화를 살펴본다.
--- p.10 영화나 미술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 도시들, 관광 책자에 이름이 올라 있지 않은 도시들을 볼 때, 어느 부분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 p.22 자본이 아니라면, 건축은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다. 부동산 개발의 역사를 따라가보면, 건물들 상당수는 그 지어진 근본적인 이유부터가 자본의 증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건물은 여러 투자 대상 가운데 가장 비싼 대상에 속한다.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자재비용, 노동비용, 법률비용 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건물은 자본 투기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 p.58 브뤼셀 부동산 시장은 유럽연합이라는 단 하나의 클라이언트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뤼셀의 가용한 사무용 공간 가운데 절반 이상을 유럽연합이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은 브뤼셀의 모습을 은밀히 바꿔왔다. 2차 대전 직후만 하더라도 브뤼셀은 19세기에 지어진 7~8층짜리 중산층 주택이 거의 전부인, 인구 8만의 도시였다. 지금의 브뤼셀은 주거용 건물과 상업 공간은 거의 없고, 유럽연합의 사무실 건물이 압도하는 도시가 되었다. 이렇게 된 것은 한편으로는 브뤼셀 전체를 유럽연합의 사무용 도시로 만들고자 했던 유럽연합의 끊임없는 요구의 결과였다. --- p.126~127 NDSM은 맨 처음 1946년 마셜 플랜의 일환으로 지어진 후, 네덜란드계 정유회사 셸의 대형 선박을 건조하는 공간으로 사용되다가, 1984년에 문을 닫았다. 이후 NDSM의 선박제조창 건물은 내부의 엄청난 넓이 때문에 스콰팅squatting이라 불리는 빈집점거운동의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 2000년, 암스테르담시는 NDSM 지역의 재생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하는 공모전을 개최하여, NDSM 지역을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개발하자는 계획안을 당선시켰다. --- p.181~182 도시는 그 도시를 만든 권력자들, 이를테면 도시 개발자, 정부, 설계자의 의도와는 큰 관계가 없다. 그보다는 그 도시에 직접 살면서 그 도시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이용해 나가는 이들과 더 깊은 관계가 있다. 건축 비평과 도시 비평은 건축물과 도시가 만들어진 바로 그 시점에만 시선을 멈춘다. 나는 그 만들어진 시점들을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보고자 했다. --- p.290 우리는 왜 도시가 지금보다 더 정돈되고,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알아야 비로소 앞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시가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도시의 외관은, 통제해서도 안 되고, 통제할 수도 없는 여러 프로세스의 결과다. 이 사실을 이해할 때에야 우리가 사는 도시들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 p.2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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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vs. 프로세스
무엇이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가 이 책을 읽다 보면 하나의 통념과 부딪히게 된다. “도시는 설계되었다”는 명제다. 설계는 도시 계획, 조경, 토목 설계를 포괄한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도로 옆 나무 한 그루도 인위가 아닌 것이 없다. 그렇다면 그 설계의 집합체인 도시는 설계의 산물일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도시는 철저히 인간의 자취를 따라 변화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NDSM(네덜란드 선창 조선 회사) 지역의 변화는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이곳은 조선소가 있던 자리였지만 회사가 문을 닫고 버려졌다. 조선 산업 부지였던 만큼 엄청나게 넓은 이 공간은 빈집점거운동의 중심이 되었고, 암스테르담시가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일상적이지 않은 예술도시”로 재탄생했다. 그러나 관제 개발에 저항하는 예술가들은 이러한 정책에 귀속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NDSM의 사례는 도시가 하나의 유기체임을 알려준다. 건축물의 외관이 설계 당시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찰나에 불과하며 인간이 그곳에 살게 되면 변화는 즉시 시작된다. 도시가 유기체임을 받아들인다면 앞서 마주한 통념은 자연스레 희미해질 것이다. 도시는 설계되었다는 고정관념을 거꾸러뜨리는 6가지 프로세스 책에서 언급되는 6가지 프로세스는 자본, 권력, 성적 욕망, 노동, 전쟁, 문화다. 자본은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게 해주는 기본적인 요소다. 저자는 모든 건축물이 돈 없이는 지어질 수 없는데, 부동산 개발에 들어가는 자본을 간과하는 학계 분위기를 지적한다. 나아가 건축물은 자본 투기의 한 형태라는 주장을 편다. 뉴욕 맨해튼 마천루들의 높은 공실률은 이곳이 실제 생활을 위한 공간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초고층 빌딩들은 인간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돈을 묻어두는 금고인 것이다. 권력은 거대한 건물을 지어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며 투명함을 가미해 청렴하다는 이미지를 만들려 한다. 장대한 워싱턴 내셔널 몰과 그 주변 정부 청사를 둘러보면 우리는 스스로를 작은 존재로 느끼게 되며, 런던 시청사와 독일 국회 의사당은 투명한 유리 구조로 권력의 투명성을 강조하려 한다. 성적 욕망은 도시 곳곳에서 피어나 도시를 변화시킨다. 뉴욕 허드슨강 동안의 첼시 부둣가는 뉴욕 해상운송의 중심지였지만 쇠퇴를 거듭하며 버려졌다. 그러나 맨해튼에서 걸어갈 수 있는 이곳이 남성 동성애자들의 만남의 장소로 떠오르고, 이어 예술가들이 이 지역을 주목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휘트니 미술관이 들어선 이곳은 이제 세계 미술계의 중심이 되었다. 1인당 경제 소득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 가운데 하나인 실리콘밸리. 이곳에는 기념비적인 건축물과 공적 공간이 없다. 대신 기업들이 이 지역을 대학 캠퍼스를 연상케 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낮은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존 건물을 개조한 것이 대부분이다. IT 산업을 선도한 개발자들이 젊은 시절 모여 살았던 주거 공간이자 노동 공간인 방갈로 주택 또한 현재 실리콘밸리의 기본적 주택 양식으로 남아 주목할 만하다. 실리콘밸리의 풍경은 새로운 노동 환경을 보여주며 창조산업 분야에서 일과 놀이의 구분을 허물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전쟁은 한 도시를 완전히 바꾸어놓는다. 로스앤젤레스는 2차대전을 거치며 군수산업의 중심지가 되었고 미국의 주요 방위산업체가 로스앤젤레스에 모이며 초거대 도시로 성장했다. 현재도 30만 명이 군수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문화가 산업화되며 도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제는 산업적인 것이 문화적으로 보인다. 버려진 창고와 공장들은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테이트 리버풀은 부두 건물을, 테이트 모던은 화력발전소로 쓰던 건물을 고쳐 만들었고, 발틱 현대미술관은 제분소를 개조해 만들었다. 『무엇이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가』에 담긴 이러한 이야깃거리들은 도시가 6가지 프로세스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하며 설계보다는 인간 활동의 결과로 현재 모습을 띠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책을 통해 얻은 안목으로 발견할 수 있는 도시의 얼굴은 전보다 더 입체적일 것이며, 독자들은 도시의 다양한 표정을 엿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