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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동안에 부에나도 지꺼져도
오설자 저
푸른향기 20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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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머리에 - 사라지는 것들을 받아쓰고 싶습니다

1 부에나도 지꺼져도화가 나도 기뻐도

다정한 말들
여름의 조각들
엄마가 느량 ㄱㆍㄷ던 말씀
지나간 것들은 그리운 풍경이다
돌담에 이불을 널고
ㅊㆍㅁ지름 빠레 방앗간에 간다
고향의 음식
눈 오는 밤에
오늘도 웃고, 내일도 웃고
지석이 삼춘 이야기
- ㅊㆍㅁ 벨 일도 다 이섯주참 별 일도 다 있었지

2 ㄱㆍㄹ앙 몰라말해도 몰라, 말로 다할 수 없어

참 좋은 하루
농사일은 끝이 없고
어린 날의 고구마
태풍과 함께 온 것들
토끼와 나
어느 택시 기사 아저씨의 넋두리
할망네 국수
ㅈㆍㄴ셈 이신 어른이었쪄
외갓집 고갯마루에 노을이 지고
할머니 시집을 읽으며
문이가 들려준 아버지 이야기
- 넉둥베기 재미지게 헹 왕 보난…윷놀이 재미나게 하고 와 보니…

3 늬영 나영너랑 나랑

우리 영혼이 혼자 떠도는 밤이 되지 않기를
행운을 들고 오는 남자
카라반의 밤
맹고넹이 선생님
플라워 카페에 앉아서
은선이표 모자
곶자왈에서 나는 온순해진다
스페인에서 친구와 제주어를
산책길에서 만난 풀꽃들
감자 한 알
아버지 이야기
- 대나무에 고장 피민대나무에 꽃이 피면

4 ㅎㆍ근 생각온갖 생각

모든 삶은 아름답다
이 세상에 새로 온 얼굴들
우리가 잠든 사이에
손수건
비 오는 날, 옥수수를 먹으며
참 아름다운 선물
산책길에서
10년이면
새벽 강에서 해돋이를
아낌없이 주는 나무
내 인생의 여행가방

나가며 - 당신은 제주어를 살리셨습니다

저자 소개 1

눈이 하영(많이) 온 날,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솥 굽는 마을 새동네에서 태어났다. 코풀레기(코흘리개) 시절부터 활자로 된 것들을 즐겨 읽었다. 놀기 좋아하고, 농사일은 싫어하는 간세다리(게으름쟁이)였다. 신성여고와 제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35년 동안 교단에 섰다. 명퇴 후, 몇 년 동안 동번서번 낯선 나라들을 돌아다녔다. 틈틈이 글을 쓰다 『에세이문학』으로 등단했다. 학부모 교육서 『야무지고 꼼꼼하게 선생님이 알려주는 초등1학년』(공저)과 수필집 『지금은 나를 사랑할 시간』을 썼다. 좋은 이야기는 좋은 삶을 만든다. 나의 삶이 좋은 이야기로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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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18g | 140*200*13mm
ISBN13
9788967821524

책 속으로

베랭이, 몰멩져, 코풀레기, 간세다리, 귄닥사니 벗어져, ㅁㆍ지직허다, 과랑과랑허다…. 벌레, 야무지지 못하고 시원찮다, 코흘리개, 게으름쟁이, 정나미 떨어져, 강단이 있고 야무지다, 햇살이 아주 세다…. 도무지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없는 말들입니다. 하지만 리드미컬한 언어입니다. ~멘, ~헨, ~런… 같이 말랑말랑하고, ~랑, ~방, ~왕… 같은 어미는 프랑스 말 같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런 말들이 어느 틈에 입에 척 붙어 있을 것입니다.

어떤 말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습니다. 입안에 굴리고 나면 나직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곤 합니다. 손안에 쥔 듯 가만히 만져지는 말. 말랑해지고 마음이 따듯해지는 말. 고향의 언어에는 그런 말들이 있습니다.

ㅁㆍㄹ랑ㅁㆍㄹ랑. 손으로 자꾸 만지고 싶은 말입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아기를 만질 때 딱 어울리는 말입니다. 막 찐 호빵을 자꾸 손으로 누르면 손끝에 닿은 ㅁㆍㄹ랑ㅁㆍㄹ랑한 느낌은 마음까지 ㅁㆍㄹ랑하게 만듭니다.

우영팟듸텃밭에 익은 수박을 따서 백중날 바당에 갔습니다. 하루 종일 과랑과랑쨍쨍한 햇살 아래 절파도을 타다가 산물용천수에 담가 둔 수박을 먹곤 했습니다. 수왁수왁 급하게 깨물면 수박 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빨리 바당으로 들어가 절을 타며 놀고 싶었거든요. 수왁수왁에는 바당 소리가 납니다. 여름이 들어 있는 말. 수왁수왁.

마루 끝에 앉아 유지낭유자나무 이파리들이 바람에 뒈싸지는 것을 오래 바라봤습니다. 쏟아지는 빗방울 따라 멀리 시선을 보내면 아득히 먼 세상으로 떠나가는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어쩐지 슬프고 외톨이 같은 생각. 열한 살 여름 소나기. 막 사춘기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아기를 돌보듯 키운 꽤를 담벼락에 세워 말리고, 코투리가 벌어지면 한약 약사발을 나르듯 꽤단을 날라, 한여름 불같은 갑바에 엉덩이가 데이면서도 한 알도 땅바닥에 튀지 않게 털어 모았습니다. 그것으로 송아지도 사고 우리들 학비며 동생의 병원비를 댔습니다. 그 귀한 꽤로 뺀 기름을 담아 보내주셨습니다.

모멀ㄱㆍ루메밀가루를 반죽하여 끓는 물에 숟가락으로 둑둑 끊어 넣고 소금 간을 하면 제주도식 수제비인 모멀 ㅈㆍ베기수제비가 됩니다. 모멀ㄱㆍ루로 빙떡을 만들고, 모멀 ㅆㆍㄹ메밀 쌀을 끓는 물에 붓고 휘저어 모멀죽을 만들었습니다. 엄마는 그걸 좋아했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거나 아플 때 엄마는 닝닝하고 미끄덩한 뜨거운 모멀죽 한 그릇을 먹고 기운을 냈습니다.

고기 볶는 코소롱한 냄새가 마당에 가득합니다. 생이들도 머리를 조짝조짝거리며주억거리며 마당에 모여 있습니다. 빨랫줄에는 셍성옥돔 세 마리가 걸려 있습니다. 숯불에 굽고 제상에 올릴 것입니다. 덜 마르면 오고셍이본래 그대로 굽기 어렵기에 꾸득하게 말려 궤양조심스레 구워야 합니다.
정지에는 엄마와 동네 삼춘이 제사음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빙떡을 말고, 적갈산적을 만들고, 아버지는 마당 구석에서 고기를 삶고 있습니다. 만들어진 빙떡을 차롱소쿠리에 담아 동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나눕니다. 제삿날 내가 하는 중요한 부름씨입니다. 차롱을 들고 가다가 푸더지면넘어지면 음식을 버리기에 돌부리에 걸리지 않게 멩심해서명심해서 걸어야 합니다.

싸락눈도 멈추고 편지지 위에 펜이 사각이는 소리만 들립니다. 등잔에 배염처럼 똬리를 튼 심지의 호야 불꽃이 흔들릴 때마다, 벽에 걸린 스위트?홈이라고 수놓아진 하얀 횃대포에도 크고 작은 굴메그림자가 일렁이고요. 눈 오는 밤은 그렇게 사각사각 도란도란 깊어갑니다.?

봄이면 감꽃 향기가 집안으로 들어왔고, 여름을 몰고 오는 빗방울이 유지낭 잎사귀를 두드릴 때마다 초록이 짙어지고, 화장실 뒤 대나무밭에는 초록비가 내렸습니다. 학교에서 왔을 때 송아지가 막 태어나 마당을 비틀거리며 걸었고, 엿장수 가윗소리 맞춰 해피가 짖으면, 우리는 꿀꺽 침을 삼키며 쇳조각을 봉그레주우러 다녔습니다. 저녁마다 미역이며 자리를 사라고 웨울르는외치는 해녀가 올레 앞으로 지나갔고요. 마당에 친 모기장 안에서 별을 보다 잠이 들면 이슬이 내리곤 했습니다.

인동고장인동꽃 따먹고 찔레도 꺾어 먹고, 밭담 가시낭 얽어진 곳에 열린 보리탈멍석딸기을 타 먹고, 앞밧듸서 삥이싱아도 뽑아 먹고, 삼동 타 먹고, 입안에 단물 조금씩 남기며 계절을 보냈습니다. 계모임 갔다 온 부모님이 내미는 동고리를 입 한쪽이 찢어져라 물고, 『집 없는 천사』를 읽으며 눈물 ㅈㆍ베기수제비, 굵은 눈물 흘리던 밤들. 서오누이 아옹다옹 다투다가 부지뗑이부지깽이로 매맞아 울기도 하고, 베또롱 잡고 깔깔거리기도 하던 그 시절 이야기들이 살아 숨 쉬던 집에서 우리는 훌쩍 자랐고, 짝을 만나 모두 육지로 떠났습니다.

아이고, 무사 기억 안 나느니. 아방이 올레 들어오자마자 경찰이 조차 들어왕 탕탕탕 총 쏘난 맞앙 픽 쓰러지지 않허느냐, 게난 우린 집 뒤이 곱았당 어멍이영 뛰어강 아방, 아방 불러신디, 총 맞은 디서 배설이 와락 ㅅㆍㄷ아지는 거라. 그걸 어멍이 손으로 쓸어 담았시녜.

할망네 국숫집을 떠올리면 어느덧 나는 새내기 교사로 돌아가게 됩니다. 파릇했던 내 젊은 시절. 동학년 선생님들과, 매일 껌처럼 붙어 다녔던 선배 언니와 지냈던 일들이 국수 가락처럼 이어지곤 합니다. 늦게까지 학교에서 일하고 할망네 골방에서 국수를 먹던 시절, 그리운 한순간이 스냅사진으로 남아 있습니다. 잠시 허리를 펴고 문틀에 기대어, 흐뭇하게 우리를 지켜보시던 할머니도 늘 거기에 서 계셨습니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제주의 삶과 아픔을 이해하고 어루만지는, 성숙하고 흥미로운 문학적 시도, 제주어의 보물창고
2021년 출판콘텐츠 창작지원사업 선정작!


낯설지만 말랑하고 감각적인 제주어를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운율이 느껴진다.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주어에 표준어 주석을 달았고, 제주어 빈도를 달리하면서 완급을 조절하였다. 제주어로만 쓰인 글은 표준어로 다시 옮겨놓아 제주어와 표준어를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이 책에는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고, 생소한 제주의 음식들이 있다.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천혜의 관광지로서의 제주도와 역사적 비극의 현장으로서의 제주도. 그 양면성을 담담한 서사와 섬세한 묘사로 보여준다. 제주인들의 삶과 아픔을 제주어로 어루만지는 흥미로운 문학적 시도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주의 바람을 맞으며 그곳의 현지어를 들어보자. 제주가 한 발 더 앞으로 다가오고, 제주의 속살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그리운 마음의 고향을 만나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제주어의 보물창고와도 같은 『우리 사는 동안에 부에나도 지꺼져도』는 2021년 출판콘텐츠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된 도서이다.

추천평

작가는 체험과 사색을 통한 삶의 가치를 독자들에게 펼쳐놓음으로써 감동을 공유한다. 독자들에게 스며들지 못하는 글은 문학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잃고 마는 것이다.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제주어로 쓴 문학작품이 독자에게 스며드는 문학적 보편성을 얻으려면 다양한 모험을 시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설자의 제주어 에세이는 새로운 아포리즘과 제주어의 미학적 결정체로서 독자들에게 크게 클로즈업될 것으로 기대한다. - 한기팔 (시인)
제주어를 안다는 것은 제주어로만 표현될 수 있는 감각을 안다는 것이며 제주어로만 증언될 수 있는 삶과 역사를 안다는 것이다. 제주어를 살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런 감각의 생생한 경험에 대해, 그런 삶과 역사에 대해 쓴다는 것이다. 제주어로 우리 감각어의 목록을 촘촘히 채우는 흥미로운 문학적 시도, 할머니와 어머니와 아버지의 제주어 육성을 옮겨 쓰며 그들의 삶, 나아가 제주의 아픔을 이해하고 어루만지는 성숙한 문학적 위무. 이 일들을 작가는 겸손하면서도 의연하게 해내고 있다. - 현순영 (문학평론가)
제주어가 녹아든 잔잔한 이야기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고향의 한 시절 소묘를 보는 것 같아 뭉클하였다. 담담한 시선으로 그린 섬세한 글은 아련하고, 따뜻하고, 다정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으로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들 삶 전체가 ‘참 좋은 하루’이길 바라게 된다. - 김사경 (KBS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 작가)
리뷰 총점 9.4
한줄평 총점 10.0

클린봇이 부적절한 글을 감지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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