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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제1부 ‘정성’과 ‘순종’을 걷어차는 인생론 인생은 자신감이다 14 나를 반짝이게 했던 열정의 기록 중년이 된 빨강머리 앤 18 평범한 아줌마가 되었지만 즐거운 인생 알뜰한 당신 23 왜 엄마들은 그렇게 바리바리 들고 다니는가 로봇청소기는 사랑과 행복일지니 29 살림은 정성이 아니다 1 나의 아름다운 반려가전들이 없었다면 33 살림은 정성이 아니다 2 큰소리 떵떵 치는 일의 효능이란 38 “내가 너의 세 배 이상을 벌어다 주마” 부부의 세계 42 어느 아줌마의 고백 딸이 ‘있어야 하는’ 인생은 없다 47 아들들은 다 어디로 갔나? 가족 간에도 쉼표가 필요하다 51 어머니의 택배 상자를 받아들고 행주치마에 돌을 나르던 여인들처럼 55 82cook.com의 멋진 언니들과 함께 잘 가요, 나의 마음속 친정 언니 58 개굴굴이 자스민을 추모하며 합주의 즐거움에 관하여 62 같이 하는 음악은 얼마나 신나는가? 어떤 것도 우리를 멈출 순 없다 66 준비된 지휘봉이 내려가고 음악이 시작되면 제2부 가족은 나의 힘 순종은 내 취향이 아니다 (상) 72 어린 시절 교회의 풍경 순종은 내 취향이 아니다 (하) 76 생각이 많으면 사는 게 불편해진다고? 시어머니와 철없는 며느리의 9박 10일 여행 81 나의 시어머니 이야기 1 우리는 새로운 모녀가 되어간다 86 나의 시어머니 이야기 2 어느 명절에 분연히 일어난 며느리 91 나의 시아버지 이야기 1 “저는 식사 중에 물 안 마십니다” 96 나의 시아버지 이야기 2 사람이 어떻게 변하느냐고? 103 나의 시아버지 이야기 3 우리는 서로의 엄마 같은 존재니까 107 K-장녀의 유일한 비빌 언덕, 남편 화장실 습관과 애정의 척도 112 살림과 배려의 상관관계 모성애를 강요하지 말라 117 세상의 초보 엄마들에게 전하는 위로 인사를 잘하면 걷다가도 떡이 나오나 123 아이들의 배꼽 인사를 생각한다 너는 게임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겠니 129 내 속은 조금 쓰릴지라도 제3부 나의 친애하는 주방에서 살림은 정성이 아니다 134 정성 같은 소리 좀 그만하세요 즉석국이 대체 무슨 죄가 있나 140 그 끝나지 않는 밥, 밥, 밥 집에서 먹으면 그게 곧 집밥이다 145 ‘내가 한 밥’이라는 허상을 극복하기 코로나 시대의 주방 149 집의 급식소화化란 무엇인가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음식 155 뼈가 부서져라 해 먹인 보람이 있다 그래, 이 맛이야! 160 천연의 맛 VS MSG 한식 예찬 (상) 165 나물은 그런 음식이 아니다 한식 예찬 (하) 169 먹는 네 몸에만 좋은 애증의 음식 너와 나의 밥솥에 관하여 173 그래도 곧잘 주방일은 한다 급식실 조리사님, 청소 이모님 178 여사님과 이모님 그 사이 어디선가 엄마와 커피 (상) 184 그때는 그 궁상맞음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엄마와 커피 (하) 187 싱크대에 기댄 엄마와 나, 그 둥근 순환 제4부 나도 내가 중년이 될 줄은 미처 몰랐지만 당신의 미래를 장담하지 마라 192 인생을 생각한다 1 인권의 사각지대이자 극한 직업, 부모 197 인생을 생각한다 2 일 년에 한 번은 각 잡고 쓰는 이력서 202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나를 알겠느냐 녹색학부모회 교통봉사 207 아이는 한마을이 다 같이 키우는 존재 장민자 선생님을 추억하며 211 빨강머리 앤을 좋아하던 소녀는 어느덧 중년이 되었지만 나의 스타일론(論) 217 옷은 이렇게 입어보라 진심은 말보다 물질로 225 현금이든 유가증권이든, 실반지나 호떡이든 “미인이시네요”는 너무하잖아요? 229 당신이 황홀한 미남이 아니라면 여자가 광어나 도다리도 아니고 232 자연산 같은 건 없다 인생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같다 236 사는 것이 숨 가쁘고 지칠 때 1 안단테 칸타빌레: 느리게, 노래하듯이 240 사는 것이 숨 가쁘고 지칠 때 2 오드리 헵번으로 태어나진 못했지만 244 어떻게 늙을 것인가 살아간다는 것, 그 고단함에 관하여 249 도도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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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친정 언니 같은 이웃이 있으면 좋겠다. 서로 선을 넘지 않고 정말 필요할 때 키다리 아저씨처럼 서로 도울 수 있는 언니, 동생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작은 고민이나 살림의 팁을 얻을 수 있는 이웃이 있으면 참 든든할 것이다. 가끔 좋은 이웃을 만나기도 했지만, 아파트의 문은 생각보다 견고했다. 부침개를 넉넉히 부친 비 오는 저녁, 한 접시 나누어 줄 수 있는 옆집 언니, 이웃 형님이 되고 싶다. 나도 그런 언니나 선배가 있으면 좋겠다.
--- p.5, 「서문」 중에서 나는 앤에게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품위와 자존감, 자신감, 공감 능력 등이 개인의 평범함을 가장 비범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배웠다. 살림과 육아, 주방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들, 그리고 내가 포기하지 않은 나의 일이 스스로를 지키고 이 우주를 지탱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그것을 이 책에서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다. 앤이 내게 그래주었듯, 힘들 땐 언제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이웃집 친정 언니 같은 존재로 다가가고 싶었다. --- p.22, 「중년이 된 빨강머리 앤」 중에서 로봇청소기를 출근길에 돌리면 먼지 없는 집으로 귀가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직장에서 앱으로 한 번 더 작동시키면 훨씬 더 깔끔하다. 어딘가에 걸려 멈추면 퇴근 후에 그곳부터 다시 청소기를 돌리면 된다. 실로 완벽하다. 밤에 아이들을 재운 후 소음이 없는 물걸레 청소기를 돌리면 내가 왕실의 귀족이 된 기분이다. 마당 쓸어주는 마당쇠를 거느리는 대갓집 마님이 된 기분이랄까. --- p.31, 「로봇청소기는 사랑과 행복일지니」 중에서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내가 숨 쉴 수 없다면 거리를 두자. 그 숨 쉴 수 있는 거리가 나와 시어머니를 더 끈끈하게 연결해 줄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정성’을 다하지도 ‘순종’하지도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머니를 더 깊이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었다. 가족 간에도 쉼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51, 「가족 간에도 쉼표가 필요하다」 중에서 나는 천천히 지휘대에 올라선다. 무대의 조명이 환하게 켜진다. 아이들을 한 번씩 둘러본다. 엄마 미소와 눈짓으로 ‘우리 잘해보자’라는 사인을 한 명 한 명에게 보낸다. 아이들은 긴장했지만, 지휘자가 웃으며 쳐다보면 모두 표정이 풀어지며 밝아진다. 나는 그 풀어짐과 밝음을 바라보고 싱긋 웃는다. 호흡을 들이마시고 참는다. 허공에 준비된 지휘봉이 내려가며 음악이 시작된다. 이제 그 어떤 것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 --- p.69, 「어떤 것도 우리를 멈출 순 없다」 중에서 나는 내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용감한 투사는 아니었지만, 숙고를 거듭한 뒤 내 입장을 알렸다. 내 입장이 정당하다면 발언하는 일을 주저하거나 피하지 않았다. 관철이 안 되더라도 조금씩 행동했다. 세상을 바꾸는 투사의 그릇은 못 되더라도 내 후배가, 내 자녀가 살 세상은 조금이라도 덜 부조리했으면 했다. --- p.79, 「순종은 내 취향이 아니다」 중에서 그 이상한 멤버로 조합된 이상한 여행은 다시 갈 수 없다. 어머니의 친구분들도 많이 늙으셨고 몇 분은 돌아가시기도 했다.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며느리의 시간도 빠르게 흐르지만, 시어머니의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른다. 흐르는 시간을 잡을 수는 없지만 삶을 마무리하는 그날까지 두 여자가 건강하게 살면서 새로운 형태의 모녀지간으로 사이좋게 늙어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 p.85, 「시어머니와 철없는 며느리의 9박 10일 여행」 중에서 시부모님은 고분고분하지 않은 며느리에게 적응하시느라 나름 힘드셨으리라. 이제는 시부모님들이 나를 잘 아신다. 나도 그분들을 잘 알게 되어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오랜 세월을 통과해 왔다. 이제 시아버지와는 웃으며 정치 얘기도 하고, 의견이 맞지 않으면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씀도 드린다. 여전히 어렵고도 먼 관계지만 갈등이 생겼을 때, 내가 수용할 수 없는 일이 생겼을 때 피하지 않고 대화를 나눈 것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 p.101, 「“저는 식사 중에 물 안 마십니다”」 중에서 모성애를 강요하지 말라. 방긋방긋 웃는 예쁜 아기를 볼 때 만 모성애가 샘솟지 않는다. 아픈 아기 둘러업고 병원 응급실로 뛰어다니며 고열로 축 늘어진 아기를 어루만질 때, 장염으로 밤새워 설사하는 아기를 1시간 간격으로 자다 깨서 물로 엉덩이 닦아주고 기저귀를 갈아줄 때, 새벽에 깨서 이유 없이 대성통곡하는 아기를 업고 달랠 때, 내 눈꺼풀은 너무 무겁지만 아기를 업은 거실 창밖으로 희붐하게 날이 밝아올 때 모성애는 천천히 쌓여간다. --- p.122, 「모성애를 강요하지 말라」 중에서 정성은 그 일을 감내하는 자가 자발적으로 마음을 기울이는 행위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직장에서 상사라는 이름으로 강요할 일이 아니다. 자기의 인생에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모두가 자기의 인생을 걸고 매 순간 정성을 다해 전쟁 중이니 그놈의 정성 타령 좀 넣어 두자. --- p.139, 「살림은 정성이 아니다」 중에서 집에서 했으니 이것도 집밥이다. 즉석국, 포장 음식, 배달 음식 모두 영양학적으로 전혀 무리가 없는 식품이다. 가족들이 편하게 맛있게 먹었으면 그걸로 다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다들 명심했으면 좋겠다. 집에서 먹으면 그것이 바로 집밥이다. --- p.144, 「즉석국이 대체 무슨 죄가 있나」 중에서 나물 하나하나에 이런 각고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뻔히 아는데, 나물을 화날 때 대충 때워서 먹는 음식으로 자리 잡게 한 작가들은 집에서 나물을 한 번도 무쳐보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주부가 나물을 화내면서 비벼 먹는다면 그건 굉장히 부지런한 주부일 거다. 그렇게 왕창 비벼 먹고 나면 또 사다 다듬고 무쳐야 하는데 말이지. --- p.168, 「한식 예찬」 중에서 내가 좀 더 배우고 교육받았지만, 경력이 단절되고 궁핍해지면 나이 든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청소 여사님은 어쩌면 내 미래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분들이 눈치 보지 않고 쾌적한 휴게실에서 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소속된 곳에서 열리는 행사에 기꺼이 함께 초대받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환하게 웃으며 즐겁게 일하는 여사님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기를 소망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일이기도 하니까. --- p.183, 「급식실 조리사님, 청소 이모님」 중에서 인생은 항상 행복하고 삶은 풍요로워야 하나? 글쎄다. 항상 행복하고 풍요롭다면 더 큰 행복과 풍요를 추구하느라 또 불행해지겠지. 생은 항상 힘들고 가혹하지만 가끔씩 선물처럼 받는 행복이 있다는 걸 안다. 길을 걷다 어느 골목에서 마주칠 아주 작은 행복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무거운 배낭을 지고 안단테 칸타빌레로 걷고 또 걷는다. --- p.243, 「안단테 칸타빌레: 느리게, 노래하듯이」 중에서 불과 2년 전만 해도,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역병을 겪으며 아이들이 학교에 못 가고 온 인류가 마스크를 쓰는 시대를 상상할 수도 없었다. 현실은 절망스러워도 우리는 우리의 고단함을 버텨야 하고, 나는 내 삶을 살아내야 한다. 이러나저러나 살아야 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며 자기만의 소금물을 긷는 모든 여인들에게 깊은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싶다. --- p.253, 「살아간다는 것, 그 고단함에 관하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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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옆집 언니’
우아하고 명랑한 중년의 비망록 “오드리 헵번으로 태어나진 못했지만 헵번처럼 늙어가리라.” 주방의 기름때를 차근차근 닦고, 엄마표 꽈리고추볶음을 위해 고추를 천천히 손질하는 어느 주부 유튜버의 영상이 있다. 그 영상을 800만 명이 넘게 보며 위안을 받는 세상이다. (유튜브 채널 ‘하미마미Hamimommy’) 미국에선 어느 아버지가 넥타이를 매는 법, 면도하는 법을 유튜브에 올려 수백만 명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Dad, how do I?’) 사람은 영국 여왕이나 귀하디귀한 핏줄이 아니고서는, 장을 보고 식단을 짜고 청소와 빨래를 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돈을 버는 일을 해야 한다. 또 삶의 아주 작은 디테일들에 대해서 따뜻하게 알려주고 ‘이럴 땐 이렇게 해봐’라고 말해줄 수 있는 존재를 필요로 한다. 큼직큼직한 이념과 선언 같은 것들 아래로 꽈리고추볶음을 만드는 일과 행주를 소독하는 법, 막힌 배관을 뚫고 넥타이를 매는 일상이 있다. 누군가는 해야 하고, 알려주어야 하는 작고 소박한 일들이 있다. 그런 일들은 우리를 한 사람의 어른으로 만들어준다. 『곤란할 땐, 옆집 언니』는 마흔여섯 나이의 작가 남수혜가 전하는 ‘어른의 인생론’이다. 평범한 사십대 중반 주부이자 일하는 여자 남수혜는 이 책에서 무엇도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그저 자기가 살아왔던 이야기들을 유쾌하고 명랑하게 들려준다. 남수혜에게 이 세상에서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 남수혜는 모든 일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고, 자기만의 즐거움과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시장에서 두 손에 짐을 잔뜩 들고 돌아오며 여왕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사람이고, 가족을 먹일 10kg이 넘는 고기를 썰면서 나름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바흐의 〈파르티타〉를 듣는 사람이다. 남수혜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에게 순종하지 않고 분연히 일어나면서도 그들과 오랜 애정과 신뢰를 쌓을 줄 아는 사람이고, 전설 같은 마법의 주문 ‘간설파마후참깨!’(간장, 설탕, 파, 마늘, 후추, 참기름, 깨소금)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즉석국이 대체 무슨 죄가 있느냐고 세상을 향해 되묻는 여성이다. 집에서 먹으면 그게 곧 집밥이니, 일하는 여성들과 엄마들에게 밥을 직접 차려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걸 절대로 느끼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빨강머리 앤이 아줌마가 된 후에도 유쾌하고 신명난 이야기는 이어진다 〈빨강머리 앤〉의 열렬한 팬이었던 남수혜는 절대로 이 세상에 ‘순종’하지 않았다. 앤이 자길 놀리던 길버트를 석판으로 내리치던 것처럼, 자신과 논쟁이 붙자 주먹으로 친 남학생에게 같이 주먹을 휘두르던 어린 시절의 남수혜였다. 그녀는 그런 패기와 자신감을 잊지 않고 어른이 되었다. 이상한 꼼수로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으려던 회사와 맞서고, ‘딸이 있어야 한다’는 이 세상의 말들을 논리적으로 박살내고, 모성애를 강요하는 사회에 일침을 놓으며 엄마 되기의 진정한 의미를 고백한다. 또 남수혜는 우리에게 묻는다. 여자가 광어나 도다리도 아닌데 도대체 왜 그렇게 자연산, 자연미인만 찾는 것인가? 아니, 여자들이 힘 쏟는 노력의 백분의 일이라도 기울이는 남자들은 왜 그렇게 찾기 힘든가? 그리고 바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와 나물과 밥을 비벼 입에 퍼넣는 드라마의 뻔한 장면들은 어떤가? 나물을 화날 때 대충 때워서 먹는 음식으로 자리 잡게 한 드라마 작가들은 과연 나물을 만드는 데 드는 각고의 과정을 알고 있는 것인가? 남수혜는 여자는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이 사회의 목소리에 당찬 반기를 든다. 입으로 반기를 드는 게 아니라,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와 건조기를 돌리며 반기를 든다. 남들이 뭐라든 그 아름다운 반려가전들에게 맡길 건 맡기고, 그 시간에 가족과 나 자신을 더 돌보라고. 워킹맘이라면 밖에 나가서 마음껏 일하라고. 그렇지만 세상을 향해 불같이 화를 낼 줄 아는 그녀는 이 세상을 미워하지 않는다. 남수혜는 세상과 타인을 자기 품으로 끌어안는다. 그녀는 시어머니와 9박 10일 여행을 가서 제일 신명나게 놀 줄 알았고, 자신이 다녔던 회사들의 청소하는 여사님들, 급식 조리사님들과 누구보다 따뜻한 우정을 나누는 것에 익숙했다. 남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남수혜는 월급쟁이 생활에 지친 남편에게 “내가 너의 세 배 이상을 벌어다주마”라고 큰소리를 떵떵 치면서, 아내와 남편이 가끔은 덮어놓고 서로에게 엄마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여성이다. 또 집안일에 지칠 때 낡은 잔에 마시는 진득한 커피에서, 엄마와 자신을 잇는 싱크대 위의 그 둥근 순환을 되짚을 줄 아는 사람이다. 남수혜는 어떻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책에도 등장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쩌면 그녀가 아이들을 키우며 계속 직업을 이어가는 음악의 힘이 컸을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제자들을 배출하며 학생들과 음악을 나눠왔던 남수혜는 이 책에서 여러 음악 이야기들로 우리의 삶을 위로한다. 그녀가 책에서 말하듯, 우리는 ‘느리게 노래하듯이’(‘안단테 칸타빌레’, Andante Cantabile) 천천히 성숙해 가며 결국 자기 자신의 빠르기를 찾아간다. 『곤란할 땐, 옆집 언니』는 그 오랜 여정을 좀 더 앞서 걸어간 어느 여성의 명랑하고 호쾌한 비망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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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면서 자매가 있다면 어떨까 종종 상상했다. 자매 가진 이들에게 물어보면 환상인 것 같다가도, 작은 살림 팁부터 쑥스러운 고민까지 나눌 수 있는 ‘내 사람’을 곁에 두기란 나이가 들수록 어려워지니까. 글을 읽다 보니 늘 존재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옆집 언니와 한창 수다를 떤 기분이다. 듣기만 했는데도 나까지 들뜬 기분은 무얼까. 많은 독자들이 작가의 소소하고 정감 가는 위로에 행복해졌으면 한다. - 김소영 (방송인, 책발전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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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함은 성격이 아니라 태도라고 한다. 인생이라는 고통의 바다,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곤란과 역경. 그 속에서 기쁨을 느낄 수는 없어도 명랑은 가능해서다. 두렵지만 해류에 몸을 싣고, 밤하늘에서 방향을 찾으며, 헤매는 모든 이들과 즐거이 파도를 넘는 호쾌한 마흔여섯의 분투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 박선화 (한신대 교수,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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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차고 반짝반짝한 눈빛을 가진 남수혜는 몇 년 전 나의 공연을 본 후 최고의 후기를 남겨준 적이 있다. 나는 그녀에게 글을 써보라고 슬쩍 권했고, 이 책으로 그녀는 어느새 어엿한 작가가 되었다. 누군가의 계기가 된 것이, 그로 인해 이렇게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결과물이 만들어진 것이 제법 뿌듯하다. 『곤란할 땐, 옆집 언니』에는 작가의 이유 모를 당당함, 빨강머리 앤을 닮은 패기와 열정이 넘칠 듯 가득하다. - 이희문 (경기소리꾼, 이희문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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