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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 5
여는 글: 그런 게 공정이라고? ………… 13 우리들의 일그러진 공정 ………… 15 ‘조국 사태’와 능력주의적 분노 ………… 20 왜 그리고 어떤 공정인가? ………… 28 청년은 죄가 없다 ………… 31 우리는 어떻게 능력주의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 34 제1부 능력주의란 무엇인가? 제1장. 능력주의의 발흥 ………… 45 능력주의의 발흥 ………… 49 매력적인, 너무나 매력적인 ………… 56 치명적인, 너무나 치명적인 ………… 60 민주적 평등주의? ………… 64 제2장. 능력주의의 치명적 매력 ………… 67 공정과 정의 ………… 70 능력주의와 분배정의 ………… 74 평등원칙과 기여원칙 ………… 78 능력주의라는 인정의 질서 ………… 82 능력주의와 현대 민주정치 ………… 86 제2부 능력주의로 읽는 한국 사회의 해부학 제3장. 유교적 능력주의의 유산 ………… 95 유교적 공화주의와 능력주의의 동아시아적 기원 …… 98 유교적 근대성 ………… 103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능력주의 ………… 110 ‘현대의 군자’와 한국적 시민의 탄생 ………… 117 한국의 보수적 자유주의와 능력주의적 민주주의의 한계 … 123 제4장. 능력주의: 배반의 이데올로기 ………… 131 능력주의는 정말 공정한가 ………… 134 은폐된 세습 ………… 138 불평등의 정당화: 능력주의의 요점 ………… 143 수백 년 동안의 지랄 ………… 148 반(反)-시민교육 ………… 153 과두특권독점체제 ………… 157 제5장. 정치적 능력주의의 도전 ………… 163 현능정치? ………… 166 능력주의적 ‘지배’ ………… 172 새로운 과두정과 포퓰리즘의 발흥 ………… 180 민주공화국이 위험하다 ………… 186 한국의 정치적 능력주의 ………… 190 제3부 능력주의를 넘어 제6장. 민주적 평등주의 ………… 201 공정으로서의 정의 ………… 204 공동선을 위한 능력의 사용 ………… 210 다원적 능력주의 ………… 216 민주주의적 정의 ………… 221 제7장. 존엄의 정치 ………… 229 존엄의 정치 ………… 233 보상의 격차 줄이기 ………… 238 노동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 ………… 245 좌파 포퓰리즘? ………… 248 평민적 민주주의! ………… 256 닫는 글 : ‘오징어게임’ 빠져 나오기 ………… 271 주석 ………… 2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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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는 서구 자본주의 사회가 그 불평등체제를 ‘능력과 노력에 따른 분배’의 결과라며 정당화하는 가운데 발전한 이데올로기다.
--- p.30 능력주의는 단순히 이데올로기이기를 넘어 사람들을 능력에 따라 줄을 세우고 그것을 기준으로 그들이 차등적인 대우를 받는 사회의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도록 할당하는 사회 체계이기도 하다. --- p.32 내가 볼 때,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그러나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 전반의 공정성에 대한 저런 병리적 집착은 단순한 사회 현상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 전체가 포획되어 버린 심각한 덫이다. --- p.34 누구는 성공하고 출세한 이들이 누리는 화려한 보상이 당연하다고 찬양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의 무능을 비웃는다. 아니면 다들 능력과 노력에 따른 분배만이 정당하다고 강 변하면서 경쟁에서 패배하면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는 게 마땅하단다. 어떤 이들은 역시 ‘형식적 공정’만이 참된 공정이라며 더 깊은 성찰의 문을 닫아 버린다. 덕분에 참으로 숨 막히는 사회가 되었다. --- p.35 누군가의 승리는 반드시 누군가의 패배를 전제로 한다. 모두가 승리하고 성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정함으로 포장된 능력주의적 경쟁은 어떤 경우에도 생겨날 수밖에 없는 이 패자들에게 그 경쟁은 처음부터 불공정한 것일 수도 있다는 사정을 은폐한다. --- p.142 우리는 결코 개인의 능력이 온전히 개인만의 것일 수 없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는 운이 좋아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았을 뿐이다. 그 능력을 발휘할 기회도 사회에 빚지고 있다. 누구든, 제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이라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생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가 마련해 준 이런저런 물 질적 토대나 문화적 전제 위에서만 자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의 능력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 것도 그가 사회를 위해 무언가 의미 있는 기여를 했기에 그렇다고 해야 한다. 그런 만큼 그는 자신의 성공에 대해 겸손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를 성공할 수 있 게 한 사회 전체를 위해, 함께 사는 모두의 ‘공동선’을 위해 얼마간 이라도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 p.215~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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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일어난 불공정 논란에서 우리는 한국 사회의 공정 관념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목격하였다. 어려운 시험의 관문을 뚫고 정규직이 된 이들은 그런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정규직으로 들이는 정책이 공정하지 않다며 반대했다. 누구나 응시할 수 있도록 기회가 공평하게 보장된 시험에서 열심히 준비하여 시험 붙은 이와 그렇지 않은 이를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주장이었다.
불안정한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정규직 일자리로 바뀌는 것이 다음 세대에게도 좋을 터이므로 이런 정책이 이 시대의 정의 관념에 맞을 것 같지만, 우리는 대체로 능력과 노력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상받는 원리야말로 가장 공정하다고 믿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주장을 반박하기 쉽지 않다. 우리 몸과 마음에 깊이 배어 있는 이 분배 원리를 ‘능력주의’라고 부른다. 『공정의 배신-능력주의에 갇힌 한국의 공정』은 한국 사회만이 아니라 오늘날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능력주의가 한국인의 공정 관념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 분석하고 정치적 대안을 제시한 정치철학서이다.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진다면 능력과 노력의 차이에 따라 성과를 차등적으로 보상해야 마땅하다는 능력주의의 원리는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정의로운 분배’의 관념으로 받아들여진다. 세습되던 신분 지위에 따라 기회뿐만 아니라 평생 누릴 것들이 정해졌던 과거 신분제 사회를 해체하는 데에도 이 관념은 큰 영향을 미쳤고, 자본주의가 활짝 꽃피면서 모든 나라에서 사회를 조직하고 사람들의 염원과 갈망을 빚어내는 원리로 작용하였다. 이 책에서는 형식적인 기회 평등을 보장한다고 하여도 사실상 공평할 수 없다는 ‘능력주의적 공정’의 자기모순을 먼저 지적한다. 능력주의적 공정 원리는 그 구호와 달리 집안 배경과 부모의 영향, 성장 환경,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유전자에 지배되는 재능, 그 재능의 가치를 달리 보는 시대적 환경에 따라 실질적인 기회균등에 기반을 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 장은주는 이미 2012년에 출간한 저서 『정치의 이동』에서 능력주의의 모순적 성격을 갈파하였고, 2017년에 출간한 『시민교육이 희망이다』에서는 능력주의를 넘어설 민주시민교육의 원리와 방법을 제안한 바 있다.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도 2020년에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능력주의의 모순을 지적하고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진보적 정치인들 때문에 트럼프와 같은 우파 포퓰리즘이 득세하게 되는 과정을 해명하였다. 마이클 샌델의 소개 전부터 능력주의를 연구하고 그 관점에서 한국 사회를 분석하였던 장은주는 능력주의의 틀로 한국인의 공정 관념을 해부하고 대안의 싹을 제시한다. 자칫 외국 이론을 우리 사회에 적용하는 것쯤으로 치부할 사람도 있겠지만, 장은주의 탐색은 매우 넓고 한국 이론으로서 갖추어야 할 색깔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주의 깊게 봐야할 대목은 우리의 능력주의가 단지 서구의 수입품이 아니라 이미 몇백 년 전부터 우리의 정신적 기둥이 된 유교에서 발원하였다는 점을 밝혀준 것이다. 과거제도에서 아주 극명하게 드러나는 유교의 능력주의적 원리는 한국의 근대적 발전 과정에서 근대화와 민주화를 추동한 힘이었고, 이제는 승자독식의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이데올로기로 전락하여 사회의 민주적 전진을 가로막는 괴물이 되었다. 사회생활, 경제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정치에서도 현대적 귀족들의 능력주의적 지위 점유와 현대적인 세습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처할 대안으로 장은주는 ‘민주적 평등주의’를 제시한다. 보상의 격차를 줄이고 시민의 정치적 참여를 높이며 더 나은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가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방법과 정책에 대해 민주적 평등주의의 관점에서 하나씩 짚어가는데, 이는 미래의 일이므로 독자들에게는 숙제일 수 있다. 서문에서 2011년 초에 교육 문제와 관련하여 능력주의 문제를 다루는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 사회의 교육열이나 교육 병리 문제야말로 한국인들의 능력주의적 정의관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고 여겨서였다. 그러나 고민과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 능력주의가 단순히 교육 영역과 관련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핵심적인 문법과 동학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라는 걸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정치철학자인 나에겐 능력주의가 우리 민주주의의 잠재력과 한계를 이해하는 데서 아주 결정적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다가왔다. 나는 능력주의가 한국 사회의 고유한 문법과 동학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결정적인 열쇠라고 믿는데, 서양에서 수입된 인문학 및 사회과학 이론만으로는 그러한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우리 사회를 배경으로 능력주의 그 자체는 물론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을 더 잘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한 약간의 실마리라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