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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5
1장. 공공언어와 인권 - 쉬운 공공언어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 / 이건범 · 한글문화연대 대표 1. 하트 세이버와 ‘Kiss & Ride’ ― 17 2. 우리의 관심사는 공공언어 ― 19 3. 공공언어에 대한 ‘간섭’은 정당하다. ― 24 4. 쉬운 공공언어가 알 권리를 지켜준다. ― 27 5. 외국어 능력 차이가 차별로 작동하는 구조 ― 32 참고 문헌 - 38 2장. 정치적 행위로서의 언어 - 사회언어학에서 바라본 한국의 영어 문제와 공공언어 수월화 / 박성열 · 싱가폴국립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1. 언어란 무엇인가? 정치적 행위로서의 언어 ― 41 2. 언어 선택의 정치성: 한국 사회에서 영어가 갖는 의미 ― 49 3.영어와 공공언어 수월화: 사회적 연대로서의 국어운동을 위하여― 56 3장. 시민의 권리를 위해 영미에서 일어난 쉬운 영어, 쉬운 언어 운동/ 방민희 · 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교수 1. 역사와 문학 속의 쉬운 영어 ― 69 2. 영국 ‘쉬운 영어 운동’의 인본주의 ― 73 3. 미국 쉬운 언어 운동의 실용주의 ― 95 4. 쉬운 영어/쉬운 언어 운동 기관 누리집 소개 ― 109 5. 맺음말 ― 112 참고 문헌 ― 114 4장. 프랑스의 공공언어 정책 - 시민성과 언어권을 향하여 / 이현주 ·인천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1. 문제 제기 ― 129 2. 역사적 배경: 언어와 시민권 ― 134 3. 쉬운 공공언어 운동과 공공언어 단순화를 위한 방향성 위원회(COSLA) ― 146 4. 맺음말 ― 165 참고 문헌 ― 167 5장. 차별과 배제 장치로서의 말, 그리고 말의 평등 / 정태석 · 전북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1. 사회가 변하면 말도 변한다. ― 174 2. 말의 사회적 변화는 그저 자연스럽기만 한 것일까? ― 177 3.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 말의 사회적 변화 ― 181 4. 차별과 배제의 장치가 되는 말 ― 184 5. 말의 평등을 위한 방안들 ― 187 참고 문헌 ― 192 6장. 민주공화국의 이념과 공공언어 / 장은주 ·영산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정치철학) 1. 들어가는 말 ― 195 2.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의 이념 ― 199 3. 새로운 귀족정의 대두와 언어 ― 213 4. 민주공화국의 이념과 공공언어 ― 222 5. 맺는말 ― 227 7장. 한국어의 다양성과 언어 민주주의 / 강미아 ·미국 요타밸리대학교 교수(교육학) 1. 지금은 초다양성 시대 ― 236 2. 샌드위치 한국어 ― 239 3. 세상에, 한국어가 이상해지고 있다! ― 244 4. 틀린 한국어, 다른 한국어 ― 250 5. 내가 바라는 한국어 ― 255 참고 문헌 ― 2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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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품질이 높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고상해야 하는가, 현란해야 하는가? 내가 보기엔 1차로 의사소통의 장벽이 없어 공동체 성원 누구나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연장이 된다면 일단 그 언어는 기본 품질을 갖춘 것이리라. 더 나아가 새로운 문물과 기술과 현상과 느낌을 마음껏 새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 언어의 품질은 높다고 할 수 있으리라.
즉, 첫째는 수월화이고 둘째는 풍부화이다. 현재 한글문화연대는 수월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문제가 아직까지는 언어 인권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개인 차원에서 수월화의 과제는 교육을 통해 성취되겠지만, 사회 차원에서 수월화는 외국어 남용을 줄이고 새로운 외국어 신조어를 바로 우리말로 바꾸는 일에 달려 있다. --- p.35 그럼에도 외국어 능력의 차이에 따라 생기는 언어 장벽을 아직 우리는 차별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차별과 혐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권 감수성은 최근 들어 상당히 높아졌다. 언어에 대한 인권 감수성에서도 ‘벙어리, 깜깜이, 김치녀’ 따위 차별어와 혐오 표현에 대한 비판은 쉽게 사회적 공감을 얻어간다. 하지만 공공영역에서 일어나는 외국어 남용을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제약으로, 의식하기 힘든 차별로, 그리고 인권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은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는 사대주의 정서도 뿌리 깊지만, 그에 더해 능력주의의 폐해가 크게 작용한다. --- p.36 차별과 편견의 사회적 의미가 담긴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그 불평등이 재생산되는 것을 묵과할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불평등으로 인해 소외된 사람들의 편에서 그러한 언어를 거부할 것인가? 사회의 위계질서를 정당화함으로써 권력에 더 큰 힘을 부여하는 언어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권력으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된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긴 언어의 편에 설 것인가? 다수의 경험과 관점을 반영하는 언어에 만족할 것인가, 소수자들의 희망과 좌절에 무감한 언어를 불편해하며 새로운 말의 길을 찾아갈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언어가 정치적 행위일 수밖에 없는 사회언어학적인 이유이다. --- p.48 실제로 신자유주의 논리가 확산되면서 자본은 노동자의 언어, 감정, 주체성에 대한 통제를 점점 더 강화하고 있다(Heller, 2010). 이런 의미에서 언어를 정치적 행위로 인식하는 국어운동은 단지 국어를 지킬 뿐 아니라 노동운동이나 자본주의적 착취와 파괴에 맞서는 다양한 움직임들과 연대하고 그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연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언어 행위가 안고 있는 당파성, 계급성, 정치성을 더 전면적으로 내세워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공언어 정책을 위한 화두로서의 인권 개념은 좀 더 진화할 여지를 아직 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p.65 역사적으로 영미문화권에서 쉬운 영어를 추구하는 전통은 매우 오래되었고 뿌리가 깊다. 14세기 중세 영문학을 대표하는 『The Canterbury Tales(캔터베리 이야기)』의 ‘옥스퍼드 서생의 서시(The Clerk'’s Prologue)’편에는 여관 주인이 옥스퍼드 서생에게 ‘제발 간청컨대 우리가 당신이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번에는 쉽게 이야기해 주시오(Speketh so pleyn at this tyme, we yow preye, That we may understonde what ye seye)’ 라는 당부가 나온다(Cutts, 2009). 저자인 초서(Geoffrey Chaucer)는 사실 당대의 저명한 공직자이기도 했는데, 다른 작품 『The House of Fame(명예의 전당)』에서도 아래처럼 ‘어려운’ 언어를 피하고 ‘쉬운’ 언어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Wikipedia contributors, 2018). --- p.69 말의 변화는 단순히 의사소통이라는 사회적 기능이나 효율성의 차원에서만 평가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말을 통한 권력과 배제의 작동 차원에서도 평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경우 말의 변화는 어떤 형태로든 단순히 사회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말하기 어렵다. 말의 경계를 만듦으로써 내부 집단의 동질성을 유지하고 나아가 집단이익을 보호하고 독점하려는 행위는 결코 말의 자연스러운 사회적 변화라고 말할 수 없다. --- p.179 오늘날 우리 사회의 민주적 과정을 결정짓는 공론장은 소수의 능력 있는 엘리트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 되었다. 물론 오늘날의 복잡 사회에서는 많은 영역이 일반 대중으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전문적 언어와 지식이 있어야만 접근할 수 있게끔 특화되어 있기 마련이다. 아무나 의사가 될 수는 없으며 법률이나 금융 문제를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이념을 따르자면 우리 사회 구성원들 대부분의 일상적 삶과 관련된 문제들은 원칙적으로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문제들조차 소수의 엘리트만이 참여할 수 있는 토론과 결정 공간에 갇혀 있다. 여기서 이러한 폐쇄성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바로 언어다. --- p.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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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언어는 생물이다.”라는 언어 자유주의자들의 믿음에 대한 반론이자, 살아 움직이며 변화하는 언어를 내뱉는 ‘주체, 사람’에 대한 전면적 인식을 촉구하는 탐구이다. 언어로 표현되고 언어로 형성되는 사회적 관계, 특히 갑-을, 능력자-무능력자, 지배자-피지배자, 상류-하류, 중앙-지방 따위 인간관계를 인식하고, 이런 사회적 관계 속에 박힌 차별과 지배 구조를 약화할 방안을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이다. 나의 언어에만 간섭하지 말아 달라는 태도를 넘어서서 우리 사회 누구든 말 때문에 차별당하며 굴욕감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책임 있는 시민의 눈으로 공적인 언어를 바라보자는 권유이다. …
학계나 전문 직종에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영어 능력 차이는 자연스럽고 불가피하며 큰 문제도 아니다. 문제는 국가와 언론 등 공적 영역에서 영어를 남용함으로써 일반 국민이 공적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세태이다. 우리는 국가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국가’라는 정치공동체의 표현을 우리의 방식대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언어에 대해 국민들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공공언어의 생산자들이 제멋대로 말하게 놔두어서는 안 된다. 언어 자유주의자들은 이런 시도가 쓸데없는 간섭이라며 때려치우라고 우리 활동에 간섭하겠지만, 우리는 이것이 진정으로 표현의 자유를 넓히는 첫걸음이라고 믿는다. 표현하려면 알아들어야 하는데, 공공언어에서 남용하는 외국어 단어는 일반 국민의 정보 접근을 방해한다. 그리고 한국어가 공용어인 나라에서 공용어만으로는 소통하기 어려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공공언어를 쉽게 써야 하는 까닭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았다. 영국과 미국, 프랑스의 사례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말의 변화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에게 즐거운 생각 여행을 떠나게 해주리라 기대한다. 우리는 정부 관공서와 언론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에 대해 그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국민 모두가 새로운 철학적 고민을 시작하길 바란다. 이제는 공공언어가 우리 공동체 모두의 인권, 특히 알 권리와 차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볼 때이다. - 서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