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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놀이에서 노인을 위한 인생 그림책을 시작한다.
노인을 위한 그림책도 이제는 개념을 달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노인들은 인생을 소비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노인들은 시한부 삶을 사는 것을 거부하고 창조의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직선의 시간을 건너뛰어 한없이 회귀해오는 탄생의 원시적인 에너지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노인을 위한 인생 그림책은 노년에게 주어진 절대적인 놀이의 시간을 담아내고자 한다. 박일례의 인생그림책 『백살공주 꽃대할배』가 바로 그러한 그림책이다. 그림을 전혀 그려보지 않았던 사람에게 어느 날 그림이 찾아왔다. 그것도 노년에. 노인이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긍정하며 문학예술 행위가 가능한 도구를 들었을 때, 저절로 노래가 나오고, 글이 나오고 그림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을 위한 인생 그림책은 삶과 밀착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삶이 재료이고 삶의 생활공간 자체가 작업실의 일부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노년의 삶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분리되지 않고 오늘 주어진 지금 여기에 집약되어 있기에, 꾸밈이 없고 여백이 많다. 박일례의 인생 그림책에는 또 다른 남다른 점이 있다. 지금의 나를 즐기고 받아들이는 노인에게는 슬픔과 기쁨, 이별과 만남이 경계가 없이 하나로 어우러져 울림을 만들어 낸다. 노년의 부부가 일상에서 알콩달콩, 티키타카를 하다가, 나중에는 할머니 혼자서 시간을 거슬러 여행을 하고 홀로 남는다. 둘이 나누어져 하나로 독립을 하고, 이 하나는 우주 같은 넓은 시공간을 넘어, 모두를 포용하는 단순한 하나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박일례의 인생 그림책은 이런 삶의 인생 전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어떤 단순함과 여백의 미에서 나오는 울림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