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경주
들어가며, 급식소, 반 배정, '늑대'라는 탈, 경주, 고해성사, 졸업식 2. 포항 뱃사람들, 차별, 폭력, 전학, 포항, 특반, 이학준 개새끼 3. 부산 무용담 하나 없어도, 춤, 무제, 홍대, 공무원 준비, her, 복수전공, 가자미와 만년필, 부산 4. 서울 이방인, 재인쇄, 〈괜찮타, 그쟈〉, 홍대 운동장, 베스트셀러, 짧은 꿈, 공사장 펜스, 계약 파기, 서울, 바다 한가운데, 도망치며 |
이학준의 다른 상품
|
경주. 뙤약볕에서 일하는 농부와, 그가 주인인 마지기의 논은 서로를 헤아릴 줄 안다. 그 모습을 빨리 지나치지 않고 멀찌감치 다들 쳐다본다. 나도 그렇게 쳐다보기만을 하고 싶은데, 자꾸 논 주변에 위치한 우리 집이 보이는 것 같아 잘 안 된다.
--- p.28 고등학교로 가기 전 중학교에서의 마지막 날일 뿐인데, 이곳을 영영 떠나는 거라 실감하니 그토록 싫어했던 내 모습들이 자꾸만 용서가 된다. 또 동시에 경주를 벗어나기로 한 내 선택이 옳았을까도 의심하게 된다. 그렇게 얼얼한 기분으로 앉아 있다 보니, 나는 결국 교실의 누구와도 인사하지 못했다. --- p.40 김은지의 친구들, 아니 이제는 내 친구가 된 그 애들로부터 옷차림뿐만이 아니고 머리를 꾸미는 거며 귀 뚫는 것까지 배워서 따라했다. 형이야 이런 내가 못마땅하겠지만 나는 지금 빨리 씻고 나와서 침대로 가고 싶은 맘뿐이다. 어른이 되는 방법들 중에 한 가지를 터득한 마냥 나는 오늘 오전 수업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자면서도 춤을 출 것이다. --- p.83 “학준아. 니도 그냥 공무원 준비해라. 우리 과 나와서는 답 없는 거 알잖아.” 사학과가 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 멘트일 것이다. 그러는 친구의 팔엔 토익 책만큼이나 두꺼운 경영 혹은 경제학과 전공서적이 들렸다. 나에게 춤을 가르쳐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나보고 공무원을 준비해라니. --- p.103 이토록 정해진 것 없이 자유로운 삶인데, 나는 오르막을 걸으나 내리막을 걸으나 왜 밤하늘이 두 뺨에 딱 달라붙어 있는 것 같을까. 오늘도 별이 안 뜨니까 밤하늘은 위치를 잃고 차가운 두 뺨은 애꿎은 밤하늘만 계속 의심한다. --- p.111 그들 중 나와 가장 가까이의 한 분은 공연 대신 고갤 들어 계속 허공을 바라본다. 먹먹한 표정으로, 이곳을 점령한 젊은이들을 피해, 허공에나마 본인들의 젊음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한 곡이 그렇게 끝나버렸다. 그가 일어나더니 허리춤에서 지갑을 꺼내 버스킹 상자로 오만원권 지폐를 넣고 돌아온다. 그로부터 버스킹은 한창동안이나 김광석의 노래였다. --- p.120 하긴, 뭣 하러 한강이 바다로 흘러가 주겠나. 지하철의 사람들은 핸드폰만 만지면서 자고 있고, 어필해 봤자 한 사람도 깨우지 못할 텐데. 오히려 짧은 꿈인 편이 낫다. 짧은 꿈은 자세히 몰라서 달콤하게 취급되니까. --- p.1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