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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게 된 동기
들어가는 말 제1장 한국 소설과 분단 이야기 1. 분단 문제의 현재성 2. '분단'의 말뜻과 '분단 이야기'의 특성 3. 분단 이야기의 생산 주체와 소설적 성과 제2장 반공 규율 사회와 소설의 응전 1. 반공주의의 등장과 규율 장치의 성립 2. 반공주의와 민족 표상화 작업 - 〈절망〉과 〈남행록〉 3. 반공과 순수 - 〈형제〉 4. 6.25전쟁 발발과 전쟁 기억의 형성 - 〈고난의 90일〉과 〈적화삼삭구인집〉 5. 분단 체계의 검열 장치 6. 공포증과 작가의 자기 검열 - 이청준의 경우 제3장 역사와 기억의 서사적 경합 - 탈냉전 시대와 분단 이야기의 행로 1. 탈냉전과 기억의 부상 2. 역사의 망령과 비극의 카니발화 - 〈손님〉 3. 여성의 전쟁 기억과 글쓰기 4. 망각의 현실과 기억의 윤리 - 〈푸른 혼〉과 〈백년여관〉 5. 대중문화의 분단 이야기 향유 보론 - 북한 문학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맺는 말 주 더 읽어야 할 자료들 부록 - 분단 이야기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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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계가 '문학의 죽음'이나 '근대 문학의 종말'을 언급하기는 하지만 문학의 존재 이유와 문학의 발언은 여전히 중요하다. 분단이라는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비극이 여전히 다른 형태로 재생산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분단 이야기는 역사화된 기억, 곧 공공 기억에 대항하며 작은 사람들의 체험과 기억의 파편을 재구성하고 맥락화한 이야기를 일컫는다. 이 이야기는 격동기를 거쳐온 한국 사회의 체험을 육화시켜 개인들의 체험을 담아내고자 한다는 점에서 한국 소설사에서는 매우 독특한 위상을 점유한다.
분단 이야기는 젊은 세대에게는 낡은 체험담의 되풀이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과거야말로 현재의 의의를 제고하고 미래를 예견하며 우리가 소망하는 세계로 이끄는 깊은 성찰의 근원이다. '지금, 여기'라는 위치에서 과거와 단절되면 자기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질문과 집요한 탐구는 멈추고 만다. 그것은 자신과 자신의 계통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대한 망각을 거쳐 미래도 가늠하지 못하는 백치에 가까운 삶으로 이끈다. 오늘의 문학적 불모성은 바로 과거에 대한 성찰의 정지 상태에서 범람하는 일종의 소비적 욕망과 무관하지 않다. 문학의 역할이 끝났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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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단 이야기, 한국 문학의 끝나지 않은 과제
오늘날 분단 이야기는 낡고 오래된 체험담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실향과 이산의 고통뿐 아니라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는 분단 상황과 그로 인한 전쟁 발발의 위협, 언론이 부추기는 반공주의, 기아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 그리고 탈북 문제에 이르기까지 분단이 빚어낸 비극은 여전히 도처에 산재해 있다.《한국 소설의 분단 이야기》는 문학이 시대상황이나 그에 대한 작가의 인식을 반영한다면 한국 문학은 분단이라는 상황을 제외한 채 논의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 책에서 한국 문학사적인 문제작이라고 평가하는 작품은 분단 이야기의 성취와 직결되어 있다. 이 책은 반공주의로 무장한 규율 사회에 맞서 사회적 문제의 본질을 포착하고,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 담론에 가린 개인의 기억을 발화한 분단 소재 소설을 통해 문학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를 드러낸다. 저자는 방대한 분량의 분단 문학을 성실하게 연구하여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는 한편, 문학사의 편의적인 시대 구분을 넘어 분단 이야기의 전체상을 조감하고 있다. 보론에서는 분단 이야기라는 범주 안에서 북한 문학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를 설명하고, 남북한 문학이 어떻게 교류할 수 있을지를 전망한다. 전쟁이라는 충격적인 체험을 언어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건의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는 이 책은, 남북관계가 위기와 협력의 기로에 놓인 오늘이야말로 분단 이야기가 더 활발하게 씌어져야 할 때라고 역설한다. 2. 사회와의 소통―작가, 분단, 기억 이 책은 한국 소설의 흐름 속에서 분단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어왔는지를 살핀다. 분단과 전쟁, 제주 4 · 3사태와 여순 사건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를 장악하게 된 반공 이데올로기는 모든 사상을 반공주의와 반(反)반공주의의 틀 안에 가두며 이분법적 선악의 논리로 구축한다. 그 결과 해방 직후부터 1980년대 초반에 이르는 냉전 시대의 작품은 분단의 원인이나 본질은 은폐한 채, 동족 학살의 참상에 초점을 맞추거나 좌익 세력을 부정적으로 형상함으로써 통제와 검열을 우회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처벌이라는 공포에 맞서 자기 검열을 극복하려는 작가들의 노력이 계속됨에 따라 한국 문학은 사회운동이나 학생운동과 같은 지평에서 사회정치적 발언을 맡으며, 인권과 자유의 신장에 기여했다. 탈냉전 시대의 분단 이야기는 탈냉전의 추세 속에 이데올로기나 당위적 가치에서 해방되어 한결 다채로운 성과를 보여준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이름의 역사적 기억에 매몰되었던 개인의 기억이 다양한 위치에서 분출된다. 굿이나 제의의 형식을 빌려 학살 희생자 간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거나, 여성의 입장에서 전쟁에 대한 기억을 토로하기도 하며,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인한 희생을 망각한 데 대해 본격적으로 윤리 문제를 제기한다. 한편 이 책은 최근 많은 관객을 동원한 분단 소재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쉬리〉,〈웰컴투 동막골〉 등에 대한 분석도 곁들이고 있다. 대중문화에 편입된 분단 이야기의 공과를 살피는 작업은 분단 이야기가 소재 차원에 머물고 있지 않은지를 반성하게 한다. 3. 북한 문학, 시스템 밖에서 읽기 분단 이야기를 논할 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바로 북한 문학이다. 그러나 독자의 입장에서는 사회주의 체제 내에서 전개되어온 북한 문학에 대해 이질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보론으로 수록된〈어떻게 북한 문학을 이해할 것인가〉는 북한 문학을 이해하기 위한 틀을 제공한다. 북한에서 문학은 정치적 선전 선동과 교화의 중요한 수단이며, 작가는 사회주의 문예 정책을 수행하는 국가 공무원에 가깝다. 모든 문학 작품은 당 직속의 조선작가동맹의 관장하에 토론 과정을 거친 뒤 기관지《조선문학》,《청년문학》,《통일문학》 등에 게재되고, 검증과 가필 수정을 통해 창작집으로 출간된다. 공식 출판사에 의해 출간된 작품을 가진 작가는 국가로부터 인세를 보장받는다. 이 책은 이와 같은 북한 문학 일반의 특징을 설명한 후, 해방 직후 전개된 프롤레타리아 중심의 개혁에서부터 6·25전쟁 이후 전후 복구 시기를 거쳐 1950년대 후반 김일성 유일 체제가 등장하고 천리마운동이 정점을 이루는 시기까지의 북한 문학을 살펴본다. 이 시기는 김일성 유일 체제하에서 사회주의 체제 강화에 복무하는 북한 문학의 특수성을 결정짓는 기점으로서 중요하다. 일련의 논의를 통해 저자는 남북이라는 양분된 체제에서 벗어난 제3의 해석적 관점, 즉 ‘시스템 바깥에서 읽기’를 요청한다. 즉 이데올로기와 사회적 기율을 걷어내면 북한 문학도 그곳의 삶이 만들어낸 일화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작가의 말 냉전이라는 어두운 시대에 감시와 통제로 엄혹했던 조건을 온몸으로 돌파하며 민족과 국가, 공도에와 개인에 대한 숙고를 통해 한 자 한 자 피땀으로 얼룩진 소설 쓰기에 진력해온 이 땅의 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들의 노고와 값진 헌신이야말로 사회가 욕망해온 풍요와 문명의 안락함 뒤에 감추어진 공동체의 되풀이되는 비극을 통찰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 책이 독자들에게는 우리 작가들이 소설을 통해서 이룩해온 분단 이야기의 성취와 의의를 가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