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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피스텔에 산다
전민식
아시아 20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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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우리는 오피스텔에 산다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1965년 겨울, 부산에서 태어났으나 어려서부터 평택의 캠프 험프리라는 미군 기지촌에서 자랐다. 그래서 고향은 미국과 한국 문화가 범벅이 되어 있던 캠프 험프리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곳에서 별별 아르바이트를 다하며 유랑의 세월을 보냈다. 서른을 앞둔 마지막 해에 추계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고 생활고로 다니다 쉬기를 반복하며 6년 만에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오로지 글만 쓰기 위해 취직은 꿈도 꾸지 않았다. 하지만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아야겠기에 온갖 종류의 대필을 했다. 우연한 기회에 두 군데 스포츠신문에 3년 정도 연재소설을 썼다. 기획된 연재물을 쓸 때도 대
1965년 겨울, 부산에서 태어났으나 어려서부터 평택의 캠프 험프리라는 미군 기지촌에서 자랐다. 그래서 고향은 미국과 한국 문화가 범벅이 되어 있던 캠프 험프리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곳에서 별별 아르바이트를 다하며 유랑의 세월을 보냈다. 서른을 앞둔 마지막 해에 추계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고 생활고로 다니다 쉬기를 반복하며 6년 만에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오로지 글만 쓰기 위해 취직은 꿈도 꾸지 않았다. 하지만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아야겠기에 온갖 종류의 대필을 했다. 우연한 기회에 두 군데 스포츠신문에 3년 정도 연재소설을 썼다. 기획된 연재물을 쓸 때도 대필을 할 때도 자투리로 남는 시간엔 소설을 썼다. 많이도 썼다. 세계문학상에 당선되기까지 장편소설로 아홉 번쯤 최종심에서 고배를 마셨다. 단편에서도 수차례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유령작가이자 통속작가였고,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지아비다.

장편소설로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불의 기억』, 『13월』, 『9일의 묘』, 『알 수도 있는 사람』, 『강치』, 『해정』, 『우리는 오피스텔에 산다』, 『치킨 런』 등이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문예창작 전문가과정 강의를 하며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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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1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218g | 128*188*12mm
ISBN13
9791156625834

책 속으로

이안 이제 우리 그만하지. 나도 할 만큼 하지 않았는가? 자네도 할 만큼 했고. 이제 몸 곳곳에 금이 가고 있어. 지난봄엔 하수관이 막혀서 하수들이 역류하지 않았는가. 관들도 이젠 녹슬고 낡았어, 냄새는 또 어떻고. 다른 사람들은 그게 잘 안 보이겠지. 이안 자넨 알지? 자네나 나나 이젠 늙었어. 우리가 원해서 늙은 건 아니지만 핏줄이 좁아지고 살비듬 떨어지고 음습한 부위에선 더 이상 싱그런 냄새는 나지 않는다는 걸 나도 알고 자네도 아네. 철근이 들어 있어야 할 자리는 텅 비어 바람만 불면 시큰거린다네. 이젠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네. 알던 사람들도 모두 어디론가 흩어지지 않았는가. 그리고 자네나 나나 더 이상 세월을 견딘다는 건 무리네. 지하에 사는 상훈이라는 청년도 아는 거 같고, 편의점 하는 창범이란 사람도 아는 거 같던데……. 우리 이제 그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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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범은 힐끔 간이 테이블 쪽을 쳐다본다. 호두가 벌려놓은 밥상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 다시 돌아올 모양새가 아니다. 창범은 행주를 들고 간이 테이블 쪽으로 걸어간다. 그래도 김밥은 다 먹어치웠다. 창범은 새삼 호두가 먹성이 좋다는 걸 깨닫는다. 그런 먹성을 뭐로 채울까. 호두는 종일 오피스텔에 처박혀 있다. 출판된 책 좀 보자고 떠보면 그는 언제나 대박날 때까지 기다리라며 꽁지를 내린다. 외상값도 대박 나면 갚는다고 호언장담이다. 그놈의 대박……. 창범은 지긋지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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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범은 두 사람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가 없다. 요즘 젊은것들이 나누는 대화에는 뭔가가 빠져 있거나 생략되어 있다. 그래서 궁금하다. 70년 살다 보면 세상에 대해 딱히 궁금한 게 없다. 그만큼 사는 게 심심하다는 말이다. 누가 불러주기라도 하면 득달같이 달려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빌라촌 영감들은 오늘도 광화문에 나갔다 한다. 노래도 하고 어울려 술도 마실 수 있다는데 모두 무료라 했다. 광장에 밥차가 와서 점심이고 저녁도 거저먹는다는데. 그보단 또래들이 무슨 재미로 사는지 궁금해 한 번쯤 나가보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 창범은 계산대에서 나와 흐트러진 컵라면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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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가 없단 말이죠?”
“이 양반이 가족 이야기하는 걸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던데.”
“죽은 지 사흘은 된 거 같은데…….”
“요즘 흔한 일이야.”
구급대원들끼리 주고받는 말이 창범의 귀를 찌른다. 술병 하나 꿰차고 유통기한 지난 핫 스파이스 버거 두 개를 들고 노인을 찾아갔다가 노인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어 돌아서려다 섬뜩한 생각이 들어 문을 돌려보니 문이 열렸다. 창범이 젊었다면 그 섬뜩한 기분 같은 거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늙은 탓이다. 이런 엄한 일에 시간 빼앗기는 걸 말자는 극도로 싫어한다. 남 일 참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건 죽음이다. 황천길 가는 노인 배웅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미 다 건너가버렸는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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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래서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거네. 슈퍼집 노파 말이네. 세상 둘도 없는 악녀처럼 굴기도 하는 데 어느 때 보면 보살이 따로 없다니까. 자네 그때 생각나는가? 용달차 보니까 생각나서 하는 말인데. 부산 아줌마라고 불렀던 여자 말이네. 딸이 둘 있었고. 모른 척하지 말게. 넉 달인가 월세 밀렸다가 내쫓은 사람이 모를 리가 있겠나? 하긴 내쫓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어야지. 요즘은 안 그런다고? 자넨 어쩜 그렇게 변하는 게 없는가. 지금이야 비서 시켜서 하지 자네가 직접 나서지 않는다고 해서 안 하는 건가. 그래 자네 말도 옳네. 여기 월세가 싼 편이지. 그래도 없는 사람들한테는 월세가 높네. 보증금 낼 돈 없다고 무지막지하게 받으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버티겠나. 요즘 세상이 다시 월세로 돌아가고 있다고 하는데 꼭 자네 같은 사람 아닌가. 아무튼 그때 쫓겨난 그 부산 아줌마는 어찌 사는지 궁금하네. 없어도 남 어려운 거 보면 푼돈이라도 내놓던 사람이었는데. 자네도 그렇게 어려운 시절이 있지 않았는가. 그러면 좀 봐주고 그럴 법도 했을 텐데. 어려웠던 시절을 겪은 사람이 어려운 사람들 더 괄시한다고 하던데. 안 그런 사람이 더 많긴 하지만.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변두리 오피스텔에 머무는 소시민들의 삶
세계문학상 수상작가 전민식이 들여다본 도시의 풍경들


한때 번화했다가 쇠락해가는 과정 속에 놓여 있는 인간들은 그 시간을 어떻게 감당하고 있을까. 독특하게도 건물의 시점에서 건물이 말하는 목소리를 들려주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설마리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전개된다. 한 지역과 공동체가 낡아가는 과정과 거기에 녹아 있는 여러 개인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그들의 희로애락과 흥망성쇠는 단절된 채 제각각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어느 결정적인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연결된 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맞물려 돌아간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각각의 인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분투를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통의 삶을 살아내는 일은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전민식 소설가는 슈퍼마켓 주인, 공장 노동자, 학원 강사, 택배 노동자 등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보통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를 그려내고 있다. 조금만 방심해도 삶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리고 그 선택을 바로잡을 기회는 누구에게나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소설 『우리는 오피스텔에 산다』 속 인물들은 뭔가를 해보려다가 미처 이루지 못한 채 시간의 폭격을 맞고 빠르게 늙어버리는 것만 같다. 그들이 살고 있는 ‘설마리 오피스텔’이 시간을 이겨내지 못하고 남루해져 철거를 앞두고 있는 것처럼.

보통의 삶을 기록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이번 시절에 깨달았다.
보통의 삶을 살아내는 게 가장 어렵다는 사실도 알았다.
_작가의 말 중에서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고 미스테릭하지도 않으며 스펙터클하지도 블록버스터적이지도 않은 이 이야기”는 각 인물들의 하루를 조금씩 채워 넣으며 완성되었다. 보통의 삶이 더욱더 간절해진 시대에 원하는 삶을 얻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들의 민낯과 마주하게 되는 이 소설을 통해 각자가 원하는 보통의 삶의 모습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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