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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
서문 1장. 지워진 건축, 일제 식민시대 ‘게이조’ 시기 건물의 명암 조선총독부 청사 연대기 조선신궁과 신사들 반도호텔의 운명 엽서 사진 속 경성들 2장. 파괴된 건축, 한국전쟁과 서울 요새화 계획 한국전쟁 1950-1953 덤프 머드, 1950년 서울 폭격 서울 요새화 계획 3장. 숨겨진 건축, 군사정권과 발전국가 시대 군사정권의 두 가지 전략 프로파간다를 위한 거대한 무대 중앙정보부의 음지들 만일 그때 그 건축이 사라졌다면 주석 참고 문헌 도판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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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 근대건축의 부재’에 관한 오랜 관심은 네덜란드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에서 석사 졸업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더욱 구체화되었다. 아인트호벤이라는 도시는 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대규모 폭탄 공격을 당해 원래의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었고, 이후 현대화된 공업도시로 재건된 역사가 있는 곳이다. 네덜란드 내 대다수의 도시들은 오래된 도시 경관을 유지해 왔고 이처럼 전쟁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현대화된 경우가 워낙 드물기에 시내 풍경이 굉장히 독특하다는 것이 내가 받은 도시의 첫 인상이었다. 리서치 주제를 학교에서 처음 발표하던 날, 1995년 구 총독부 청사 철거식을 생중계하는 한국의 뉴스 영상을 공개했다. 이를 본 교수님과 학생들은 흥미로워하면서 동시에 의아해했다. 저 정도 규모의 거대한 석조 건축물을 기능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인위적으로 철거를 했다는 사실, 그것도 과거 식민역사를 청산하려 함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세레모니 형식으로 기획된 그날의 모습은 기존의 오래된 도시 풍경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에 익숙한 보수적인 유럽인의 시각에서는 이상한 일이었다. - 책을 펴내며
억압과 통치를 위해 지은 건축을 적대감이나 피해의식으로 본다면 당장 철거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저항과 인내의 역사로 접근한다면 교훈과 치유의 공간으로 되살릴 수 있다. 보존할 가치는 번듯하게 잘 지은 상류층의 건물이나 건축 양식을 잘 표현한 건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계층이 먹고 자고 일하고 투쟁하고 죽어 간 공간에도 있다. 보존은 문화의 두께이고, 문화는 다양성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 김소연 (건축가, 『경성의 건축가들』 저자)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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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제, 우리는 사라지고 사라질 건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옛 조선총독부 철거냐 보존이냐?’(1991년 MBC 「여론광장」) 논쟁 끝에 1995년 광복 50주년을 기념해 철거 행사와 함께 일제 잔재인 조선총독부 청사가 사라졌다. 그런데 수년간 공론화된 찬반논쟁을 통해 우리 사회는 일제강점기 건축물 같은 부정적 문화유산(Negative heritage)도 철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인식을 얻었다. 그렇게 2001년 ‘등록문화재’ 제도가 생겨 근대 건축물도 보존의 가치가 있다면 문화재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1장 ‘지워진 건축, 일제 식민시대’는 바로 그 조선총독부 청사가 어떻게 우리 근현대사와 함께하다 사라졌는지, 주요 모습들을 시간순으로 따라가 본다. 또한 남산에 있었던 조선신궁을 비롯한 일본 신사들의 과거와 현재를 알아보았다. 지금의 소공동 롯데호텔 자리에 일본인이 세워 운영했던 반도호텔의 영락 또한 극적이다. 익숙한 일상의 풍경 혹은 유령처럼 숨어 있는 유산을 찾아서 한국전쟁 중 서울은 남북 간의 치열한 전투와 공습을 겪으며 회복되기 힘든 큰 피해를 입었다. 서울에 생긴 근대건축의 공백은 사실 전쟁의 영향이 컸다. 2장 ‘파괴된 건축, 한국전쟁과 서울 요새화 계획’은 전쟁 중 도심의 파괴, 그리고 전후 서울 요새화 계획으로 급히 건설된 남산터널과 을지로 지하보도, 남산타워, 북악스카이웨이, 잠수교 등을 돌아본다. 이 건축물들은 70년 전 전쟁의 후유증이기도 하다. 방공호(남산터널, 을지로 지하보도)나 전파교란(남산타워) 등의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이 시설들을 이용하는 시민이 얼마나 있을까. 정전 중이라는 상황은 여전하지만 이들은 어느새 익숙한 일상의 풍경 혹은 유령처럼 이 도시에 있다. 3장은 ‘숨겨진 건축’, 즉 군사정권기 ‘발전국가’를 지향하며 건설된 세운상가를 비롯한 도시 개발, 그리고 폭력으로 얼룩진 국가기관인 중앙정보부를 재조명한다. 남산에 있던 중앙정보부 건물들은 이미 많이 사라졌다. 중앙정보부의 후신인 안기부는 관련 건물 41개 동을 서울시에 이관하며 건물들 모두를 철거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철거를 요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 시대의 어두운 면을 감춘 중앙정보부 건물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 저자는 사라진 근현대건축물을 리서치한 결과를 지도 위에 새겨, 함께 찾아보고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이 어두운 역사를 찾을 때 쓸 만한 지도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