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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을 놓치지 마
꿈과 삶을 그린 우리 그림 보물 상자
이종수
학고재 202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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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I. 이상 - 꿈꾸다
1. 마상청앵도 - 당신의 봄은 무탈한가요
2. 추성부도 - 솔직한 항복
3. 소상팔경도 - 내 마음속 8경은 어디에
4. 촉잔도 - 길 위에서
5. 강산무진도 - 강산은 끝이 없어라
6. 세한도 - 송백은 송백이다
7. 홍백매팔폭병 - 나는, 나의 색으로

II. 현실 - 만나다
8. 금강전도 - 내 눈앞의 금강산, 일만 이천 봉
9. 청풍계도 - 이제, 길을 떠나지 않아도 좋다
10. 병진년화첩 - 진경의 이름마저 지워낸 진경
11. 자화상 - 오직 나를 위한 그림
12. 야묘도추 - 이 순간을 놓치지 마
13. 월하정인 - 두 사람만 알겠지
14. 동자견려도 - 개울을 건너는 법

III. 역사 - 기록하다
15. 독서당계회도 - 그리고 화가가 있었다
16. 화성행행도병풍 - 이 행렬을 보라
17. 곤여만국전도 - 우리가 몰랐던 세상
18. 동궐도 별에 - 기대다
19. 화개현구장도 - 기억의 방식
20. 고산구곡시화도병 - 무이에서 고산까지
21. 태조어진 - 푸른 옷을 입은 남자
22. 최익현초상 - 어떻게 살 것인가

IV. 보물 아닌 보물들
23. 수월관음도 - 종교와 예술 사이
24. 몽유도원도 - 그림으로 족하다
25. 매화서옥도 - 어느 화가의 사랑 이야기
26. 호취도 - 마지막이라면 이렇게

저자 소개 1

고려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예술작품과 그 작품이 나온 시대적 배경에 주목하고, 작자의 의도와 작품의 맥락, 계보를 찬찬히 짚어가면서 이야기로 풀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 순간을 놓치지 마』 『조선회화실록』『옛 그림 읽는 법』 『그림 문답』 『이야기 그림 이야기』『벽화로 꿈꾸다』 『그림에 기댄 화畵요일』, 역사 인물이야기 『조광조 평전』 『류성룡 7년의 전쟁』 『그대, 비해』 등이 있다. 옛 그림으로 우리 역사를 살펴보는 유튜브 채널 「이종수의 그림문답」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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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542g | 140*205*22mm
ISBN13
9788956254456

책 속으로

보물로 지정된 때는 1994년. 작품으로는 그럴 법하다. 하지만 그보다도, 조선 회화사의 한 장을 너끈히 차지할 만큼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 19세기를 대표하는 이름 가운데 하나이긴 해도 그에게 천재나 거장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생각해본다. 천재만으로 화단을 이야기하려면 실상 우리의 그림 읽기도 몇 편으로 막을 내려야 할 터. 널리 알려지지 않은, 천재와 천재 사이를 이어준 이름들이 모여 시대를 채워준 것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조선 미술사를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 p.97, 「홍백매팔폭병(유숙)」 중에서

한 세기 전처럼 반짝이지는 않더라도 도화서는 도화서다. 그 이름을 이끌고 갈 누군가가 있어야 했다. 유숙의 자리가 바로 그곳이 아니었을까. 유숙은 배우지 않고도 잘 그린다거나 취한 듯이 작업해낸다는 등 천재로 불리는 이들에게 흔히 보이는 일화를 남기지 않았다. 이름을 뒷받침할 작품 없이 기행만 떠도는 안쓰러운 화가들도 더러 있는데, 다행히 유숙은 그런 유형은 아니었다. 천재니 기행이니 하는 소문 대신 꽤 성실하게 이력을 이어나갔다. 지루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지루한 시간이 쌓이지 않았다면 그 사이로 이따금 튀어나오는 반짝이는 작품을 기대할 수도 없다. 말이 쉬워 ‘몰아 쓴’ 재능이지, 몰아 쓸 만한 무언가를 갖춘 이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다.
--- p.98, 「홍백매팔폭병(유숙)」 중에서

정선으로서는 독보적인 브랜드를 확실히 알린 셈이다. 내 이름으로 완성된 장르라니, 예술가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성취다. 심지어 자신의 상징처럼 새겨진 공간을 얻게 되었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 시인이라면 비슷한 경우가 여럿 떠오른다. 관동팔경을 노래한 정철이 있고, 보길도와 함께한 윤선도가 있다. 그런데 그림으로 넘어오면 정선과 금강산, 이 조합 말고는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름이 없다. 그럴 만한 장소를 선점하여 작품으로 남긴 화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정선이 금강산에 발을 들여 제 이름과 이 산을 단단히 엮기 전까지는 누구도 실경의 지명이 지니는 힘에 대해 그처럼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 p.116, 「금강전도(정선)」 중에서

화가는 잠시 숨을 멈추지 않았을까. 붓을 들기 전까지, 익숙함과 낯섦 사이에서 서성이지 않았을까. 〈소림명월疏林明月〉. 그 화면 앞에서 나도 그랬다. 이 풍경을 산수로 받아들여 오랜 전통을 훌쩍 뛰어넘은 화가의 놀라운 시선에 마음이 묶여버렸다. 아니, 처음 그림을 보았을 때는 풍경이니 진경이니 그런 건 떠오르지도 않았다. 사각사각, 붓끝 살려낸 그 먹빛이 놀라워 한참 들여다보았을 뿐이다.
--- p.136, 「병진년화첩(김홍도)」 중에서

윤두서가 그리고 싶었던 것은 격식 차린 초상화가 아니다. 자신의 삶이 담긴 얼굴, 표정, 눈빛. 세세한 의복 묘사로 괜한 힘을 빼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 그리고 싶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의관으로 인물의 신분과 지위를 이야기하는 시대, 출사가 가로막힌 마당에 어떤 의관으로 제 이름을 증명한단 말인가. 그러니 나는 오직 나로 존재할 뿐이라고. 벼슬아치의 차림도 은둔자의 형상도 아닌, 내가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는 건 내 얼굴뿐이라고.
--- p.153, 「자화상(윤두서)」 중에서

별것 아니다 싶은 이 주연 교체 사건은, 기록화처럼 보수적인 장르에서는 꽤나 별난 것일 수 있다. 그 공간, 그 이름이 지니는 무게를 의미 있게 받아들였다는 뜻인데, 이보다 나은 선택도 없어 보인다. 독서당은 여느 직장의 명칭이 아니다. 이 학문을 바탕으로 조선의 내일을 만들어보라는, 그런 명예로운 의무를 부여받은 공간이다. 어느 계회도보다도 푸르고 반듯하게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그림을 맡은 화가가 품었음직할 마음이다. … 충분히 보물이 될 만한 작품이긴 해도, 내게 진짜 보물로 다가온 건 이 대목이었다. 새로운 화면을 만들어내겠다는 화가의 고민, 화가다운 고민. 하지만 아쉽게도 작품에는 화가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참석자의 이름이 빛나야 할 계회도에 신분 낮은 화사의 서명이 당키나 한가. 화가는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름을 적지 못할 그림에서조차 화가로서 최선을 다했던 그 마음이 이 걸작을 더욱 보물답게 만들었다.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었을까. 아무렴 어때, 그림이 좋으면 되었지. 그렇게 웃어버렸을까.
--- p.206, 「독서당계회도(작자 미상)」 중에서

누군가의 내면을 읽기 좋은 그림으로 초상화가 제일이다 싶지만, 글쎄다. 오히려 인물을 ‘직접’ 그려야 한다면 더 어렵지 않을까. ‘상상’의 영역을 지워버렸으니 구체적인 외모로 그 내면을 보여주어야 한다. 인물의 성정과 이상, 슬픔과 분노, 혹은 기쁨 같은 감정까지도. 쉬울 리 없다.
공식적인 목적으로 제작된 초상화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이런 면모를, 항일 지사로 이름 높은 인물 초상화에서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을 터. 채용신은 이 어려운 과제를 잘 풀어냈다. 주인공의 삶이 궁금해지는 초상화. 초상화로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있을까. … 숫자도 대단치 않은 의병대에 나이 일흔이 넘은 대장. 그런 그를 기어이 바다 밖으로 끌고 간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상징을 지워버리겠다는 뜻이 아니랴. 성공하지 못한 의병장이라 해도, 그 뜻이 지닌 무게와 파장을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최익현은 그런 인물이었다. 초상 속, 어쩐지 슬픔이 묻어나는 눈동자의 주인도 자신의 결말을 짐작하고 있었으리라.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기에 최선을 다했을 뿐.
--- p.294, 「최익현초상(채용신)」 중에서

나의 보물로 장승업 그림을 하나 골라본다면 뭐가 좋을까, 곰곰 생각해보았다. 산수화라면 〈귀거래도〉 같은 작품이 있고, 당시 유행한 매화 병풍으로도 〈홍백매십폭병풍〉이 있다. 소문 그대로의 놀라운 필력과 화려한 조형 감각이 두드러진, 보물로 꼽아도 너끈할 수작들이다. 그런데 이 〈호취도〉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거다. 산수화나 매화도라면 장승업 말고도 그 장르의 대표 화가들이 있으니까.
--- p.344, 「호취도(장승업)」 중에서

그의 웃음엔 어쩐지 체념이 묻어난 것도 같다. 가지 위에 올라 앉아 다음 도약을 준비하는 매를 보면서 화가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시대는 이미 다른 세상으로 들어서는 중이었다. 산수도, 영모도, 매화도 그 존재 자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 그의 화면. 변해가는 시대가 엿보이기도 한다. 호취도는 보통 매 한 마리를 우뚝 세워 제왕다운 기상을 강조하곤 한다. 그런데 장승업의 그림은 두 마리 매가 세상을 나누어 가진 형국이다. 오원의 그림 속에 불어온 시대의 바람. 그는 바다 건너의 색채와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의 붓이 그랬던 것처럼 그의 화면도 시대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설렘으로 마음 졸이게 한다.

--- p.348, 「호취도(장승업)」 중에서

출판사 리뷰

나라에는 나라의 보물이 있다. ‘보물’이라는 이름으로 구별된 문화재들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 민족적 또는 세계적 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경관적 가치가 큰 것’을 문화재로 정의한다. 이에 근거해 처음 보물을 지정한 것이 1962년. 법규에서 말한 대로 문화재 가운데 중요한 것, 가치가 크고 유래가 드문 것이 선별 기준이다. 물론 그 ‘가치’를 수치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흥미롭게도 이런 작품들을 보고 즐기는 우리에게는 또 저마다의 기준이, 감수성이, 애정이 있다. 모두가 같은 눈으로 예술을 대할 리 없지 않은가.


“어떤 그림 좋아하세요?” 그림 이야기를 쓰는 저자에게 이 질문은 일상이다. 그럴 때면 그만의 보물 상자를 열어 어렵지 않게 골라낸다. 질문이 이어진다. “그 그림이 좋은 그림인가요?” 여기에는 답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그림이 좋은 그림일까. 이 많은 그림 가운데 무엇을 좋은 것이라 말할 것이며 어떻게 좋은 것을 꼽을 수 있을까. 여기서 『이 순간을 놓치지 마』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우리 국보·보물 그림에 담긴 깊은 뜻, 귀한 의미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망설여진다면 먼저 다른 이의 보물 상자를 구경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 믿을 만한 누군가라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나라의 보물라면 어떨까. 이유 없이 보물로 대접받지는 않을 터, 수많은 옛 그림 가운데서 감상의 큰 줄기를 잡아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가이드다.

삼국시대 석탑과 불상부터 고려시대 건축과 도자기, 그리고 조선시대의 실록과 회화에 이르기까지 문화재는 종류가 다양하다. 그런데 뜻밖에도 회화는 그리 많지 않다. 2,643점이나 되는 국보·보물 가운데 그림은 303점이 전부다. 그림 한 폭에서 파란만장한 역사 이야기, 드라마틱한 인물 이야기를 쉴새없이 끌러내는 저자는 나라의 보물로 지정된 그림 가운데서 ‘나만의 보물’ 22점을 추려냈다. 그리고 여기에 보물로 지정되지는 못했지만 결코 빠지지 않는 작품, 가치도 아름다움도 덜할 리 없는 사연 많은 작품 4점을 더했다. 모두가 ‘이만큼은 꼭 알았으면!’ 싶어 함께 나누고픈 그림들이다. 옛 그림이 낯선 이에게는 그 만남을 편히 이끌어줄 길잡이로 삼기에 충분하고, 이미 옛 그림과 친숙한 사이라면 혹 모르고 지나친 이름은 없는지 되짚어볼 좋은 기회다.

귀하고 값지고 소중한, 그래서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우리 그림 이야기
유래한 시간이 길고 길어, 그 긴 세월을 지내고도 놀라울 만큼 상태가 온전해서, 혹은 예술적으로 빼어나게 아름다워 나라의 보물이 된 그림들이 여기 모였다. 지난 60년간 귀한 유물을 골라낸 문화재 심사위원들이 최고로 꼽은 가치는 여러 가지였을 것이다. 저마다 의미도 이유도 확연하다. 그렇다 해도 그건 그거,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꼽아놓고 보니 또 다른 이야깃거리가 생겨난다. 저자 이종수의 눈빛이 반짝인다.
좋아하는 이유, 좋은 그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를 따라가보니 다다르는 지점이 있다. 이야기가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화폭을 마주한 순간 어느 봄날의 비탈길, 줄다리기 한창인 개울가 다리 위, 시대의 끝을 고하는 역사의 현장에 들어선다. 그림은 이 봄을 놓치지 말라고 속삭이는가 하면 작은 개울 건너기도 쉽지 않다며 다독이다가,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이냐 물어오기도 했다. 이렇게 마음에 들어온 그림들을 크게 네 가지로 모았다.

이상 - 꿈꾸다
이상향을 그려낸 산수화나 시정을 담아낸 시의도, 군자의 지조를 상징하는 사군자 등에서 특히 눈길 가는 작품을 꼽았다. 꿈을 그린 그림, 꿈처럼 아름다운 것들을 담아낸 그림들이다. 시인의 숨결을 담아낸 시의도가 있는가 하면, 이상향의 풍광을 산수화로 옮겨온 그림도 있다. 군자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사군자는 한자 문화권에 자리 잡은 독특한 장르다.
《소상팔경도》가 그려낸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추성부도〉에서 불어오는 메마른 가을바람, 〈매화도〉의 화려한 꽃향기에 담긴 의미와 기대를 들려준다.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은 인간이 숨 쉬어온 이래 함께해온 변치 않는 본능이다. 봄날 꾀꼬리 소리에 멈춰 선 나그네의 노래와 함께 여행을 시작해, 소상의 절경을 지나 험난한 촉도를 넘은 곳에서 겨울날 피어오른 매화 향에 잠긴다.

현실 - 만나다
우리 강산을 새롭게 바라본 진경산수화, 생활 현장을 생생히 살려낸 풍속화, 실사의 정신으로 탐구한 자화상 등을 골랐다. 삶의 현장에서 만난 장면, 현실 속 만남을 담은 그림들이다. 만난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새롭게 트인 눈으로 우리 산수를 만났고, 어디서도 주인공이 되지 못했던 이들이 그림의 복판을 차지했다.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그려낸 진경산수화와 그때 그 시절 인간 만사를 전해주는 풍속화, 조선 최초의 자화상까지. 이런 ‘만남’은 곧 ‘깨달음’이 된다. 진경산수 시대를 연 〈금강전도〉, 진경 너머의 풍경을 꿈꾼 《병진년화첩》. 조선 최초의 〈자화상〉도 빼놓을 수 없다. 일만 이천 봉 금강산의 푸른 기운이 그립다면, 달밤의 밀회를 즐기는 연인의 마음이 궁금하다면, 실사의 정신으로 자신을 마주했던 선비를 만나고 싶다면 이 그림들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겠다.

역사 - 기록하다
기록으로서의 의미가 남다른 그림들이다. 국가 행사를 그린 기록화와 전신사조 정신으로 무장한 초상화, 선현에 대한 추숭을 담아낸 기념화를 아우른다. 그림 속 역사를 한눈에 마주하는 시간이다. 떠르르한 나랏일 가운데 주요 장면을 담은 기록화는 역사 속 그날을 간접 체험하기에 제격이다. 조선 회화의 자랑인 초상화와 기념화에서도 흥미로운 역사를 만날 수 있다. 한강변 독서당에서 시 한 수를 나눠 읊고 국왕의 화성 행행에 함께해볼 기회다. 세계 지도 속에서 조선의 이름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조선 건국 시조의 모습과 항일 지사의 뜨거운 삶을 엿볼 수도 있다. 정조의 꿈이 담긴 《화성행행도병풍》, 태조의 위용을 그린 〈태조어진〉은 물론 《고산구곡시화도병풍》의 제작 과정도 당대 정치 상황과 맞물려 흥미롭다.


보물 아닌 보물들

보물 같은 그림들이 아직 많다. 나라의 보물로 꼽혀도 충분한 대작들이 이런저런 사연으로 문화재로 공인받지 못한 안타까운 경우다. 〈몽유도원도〉처럼 해외 소장품이어서 우리 보물로 지정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국내 그림 가운데도 왜 아직 보물로 지정되지 못했을까 아쉬운 작품도 있다. 언젠가 보물 지정 소식이 들려올지 모른다는 즐거운 기대를 갖게 해주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장엄한 관음의 세상에서 종교와 예술 사이를 떠돌다, 신비로운 도원을 노닐던 왕자의 꿈에 잠겨보면 어떨까. 분분한 향설 속 화가의 사랑 이야기와 조선 마지막 거장의 화려한 필묵도 놓치고 싶지 않은 보물이다. 보물로 뽑히지는 않았지만 모두 더할 나위 없이 뜻깊고 아름다운 그림들이다.


탐나는 그림, 헤아리는 즐거움

유래한 눈으로 보고 뜻을 헤아려 마음으로 그림을 읽는 일, 이왕이면 귀하디귀한 걸작들과 함께 그 즐거움을 누려보면 어떨까. 나라의 보물이 된 우리 그림 26점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이들이, 또 박물관 작품 앞에 선 이들이 저마다 어떤 그림이 최고의 보물인지를 꼽으며 ‘나만의 보물찾기’를 즐기기를 기대한다. 그 바람이 통한다면 옛 그림을 보는 즐거움은 몇 배나 커질 것이다. 누군가의 보물이 나의 보물이 되는 여정, 이 책과 더불어 떠나는 그 길이 곧 ‘보물처럼 빛나는 여정’이 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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