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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토에서
섬 알려진 세계 해부학 자연 돌고래의 코골이 도구 새 바람 갑오징어의 영혼 거품 양羊의 계곡 굴을 위한 레시피 무화과, 꿀벌, 물고기 돌숲 코스모스 피라 해협 용어해설 부록 미주 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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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조개에 대한 글을 읽자 모든 것이 되살아났고, 좀 더 읽다 보니 조개의 해부학적 구조를 기술한 부분이 나왔다.
입 가까이에 위胃가 있는데, 달팽이의 이 기관은 새의 모이주머니를 닮았다. 이 아래에 두 개의 흰 구조물이 있는데, 젖꼭지처럼 생겼다. 갑오징어에도 비슷한 구조가 있다. 다만 갑오징어의 것보다 달팽이의 것이 더 두드러진다. 위 뒤에 있는 식도는 단순하고 길쭉한 구조로, 껍데기 가장 안쪽에 있는 간肝까지 이어진다. 이 모든 내용은 뿔고둥과 나팔고둥의 껍데기 내부를 관찰하면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 이런 직설적인 단어들이 아름다움을 전달할 수 있을지 의아하게 여기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랬다. 확실히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는 했지만, 향수가 전부는 아니었다. 난 아리스토텔레스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이해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몸소 바닷가로 걸어가서 달팽이를 집어 들고, ‘속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라고 궁금해 했을 것이다. 그리고 관찰했고, 내가 23세기 후에 발견한 것을 그도 발견했을 것이다. 우리와 같은 과학자들은 형이상학적 고찰만큼이나 역사의 곁가지를 파헤치는 데 관심이 없다. 우리는 선천적으로 앞만 보고 달린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글은 너무 경이로워 차마 지나칠 수가 없었다. --- p.21~22 아리스토텔레스는 약 110가지 동물의 해부학적 구조를 설명했다. 이중에서 35가지 정보는 폭넓거나 정확한 것으로 보아, 그 자신이 직접 설명한 것이 틀림없다. 아리스토텔레스 연구의 질質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갑오징어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설명이다. 갑오징어 한 마리를 손에 들고 그의 설명을 읽으면 쉽게 이해가 된다. 나는 테이블에 흐물흐물하고 색이 옅고 끈적끈적한 갑오징어를 올려놓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했던 것처럼 겉부분부터 시작한다. 입이 있고, 날카로운 턱이 둘이고, 다리가 여덟에 촉수가 둘 이고, 외투막mantle sac과 지느러미가 있다. 이제 몸속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는다. 오늘날 그리스 주부들이 하듯이, 한 손으로 촉수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외투막을 잡은 채 냅다 찢었을까? 현대 해부학자의 기술, 인내심, 정교한 장비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유산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르긴 몰라도 이보다는 섬세했을 것이다. 다른 곳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두더지의 얼굴 피부를 세심히 절개해 그 아래에 있는 조그만 눈을 드러낸 과정을 기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외투막을 촉수에서부터 꼬리까지 길게 절개한다. 배쪽 절개부ventral incision에서 생식기관이 드러난다. 등쪽절개부dorsal incision에서는 갑오징어의 뼈가 보이고, 그 아래로 큼직한 적색 구조-아리스토텔레스는 미티스(mytis)라고 부른다-와 소화계가 드러난다. --- p.107~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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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세계의 아름다움 속에 숨에 있는 비밀’을 파헤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위대한 생물학 여행! 과학의 기원에 관한 여행기이자 연구서로서, 『라군』은 고대의 한 사상가가 우리에게 오늘날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서양의 사상사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그가 가장 사랑한 주제는 생물학이었다. 그는 동물에 관한 방대한 논문을 썼고, 그들을 해부하고 분류했으며,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먹고, 번식하는지를 기록했다. 그는 하나의 과학뿐만 아니라, 과학 자체를 창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이에게 호평을 받는 생물학자 아르망 마리 르로이는 이 빛나는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을 복원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찰력, 심오한 사상, 영감 넘치는 추론을 탐구할 뿐만 아니라, 걷잡을 수 없이 빗나간 부분을 냉철히 지적한다. 르로이는 에게해의 한 섬을 방문하는데, 그 섬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아 있는 세계의 아름다움 속에 숨어 있는 비밀’을 낱낱이 파헤친 곳이었다. 『라군』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의 생물학자였음은 물론,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 중 한 명이었음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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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동물분류학 강의 시간에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닌 생물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이야기하곤 했었습니다. 사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 최초의 생물학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적 격동에 휘말려, 아테네를 떠나 레스보스 섬에서 2년간 머물면서 약 120종에 이르는 물고기들의 기관, 행태 등을 포함해서 500종이 넘는 동물들에 대해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이런 기록들을 『Historia animalium』에 기록해 놓았습니다. 이 책은 생물학자로서의 아리스토텔레스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때 이 책이 있었으면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읽기를 권했을 터인데···. - 권오길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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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자연발생설과 같이 틀린 이론을 제시하였거나 자연물에 비과학적인 목적론을 도입한 과학을 잘 모르는 옛날 사람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르로이의 『라군』을 읽으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얼마나 훌륭한 과학자이며 생물학자였는지를 알게 된다. 2300년 전 DNA, 세포, 염색체 등의 생물학적 개념이 전무했을 때에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다양한 생물들을 관찰 및 해부하고 자신의 철학적 논리를 생물의 구조와 기능에 적용하면서 생물학과 과학을 창시한 위대한 학자였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 조도순 (국립생태원장, 가톨릭대학교 의생명과학과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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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양으로 따지면 갈릴레이와 다윈은 현대의 교양인을 쫓아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과학이나 철학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이자 세상을 대하는 태도다. 생각하는 방법의 근원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다. 『라군』은 현대 독자들로 하여금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의 시각으로 자연을 살피도록 안내한다. 과학과 철학의 첫발자국을 목격하게 하는 놀라운 책이다. -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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