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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끄고 노래하면 안 될까요
노희준
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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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개미들의 집 7
빛의 제2법칙 41
뒤로뛰기 훈련 73
팔찌 105
왓 더 검정! 143
불을 끄고 노래하면 안 될까요? 175
떡볶이 초끈이론 211
연필 245

해설 빛의 길, 그 끝에 있는 것 | 최선영 274
작가의 말 288

저자 소개 1

1973년 서울에서 출생해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하여 2006년 제2회 '「문예중앙」 소설상'을, 2016년 한국 SF 어워드 대상, 2017년 황순원소나기마을문학상을 수상했다. 두 권의 창작집과 다섯 권의 장편을 냈다. 소설집으로 창작집 『너는 감염되었다』(랜덤하우스중앙, 2005), 『X형 남자친구』(문학동네, 2009)가 있고, 장편소설로는 『킬러리스트』 (제2회 「문예중앙」 소설상 수상작, 랜덤하우스중앙, 2006)가 있다. 현재 작가 밴드 '말도안돼'에서 보컬을 맡고 있다. SF 판타지 웹소설 연재 개봉박두. 이번
1973년 서울에서 출생해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하여 2006년 제2회 '「문예중앙」 소설상'을, 2016년 한국 SF 어워드 대상, 2017년 황순원소나기마을문학상을 수상했다. 두 권의 창작집과 다섯 권의 장편을 냈다. 소설집으로 창작집 『너는 감염되었다』(랜덤하우스중앙, 2005), 『X형 남자친구』(문학동네, 2009)가 있고, 장편소설로는 『킬러리스트』 (제2회 「문예중앙」 소설상 수상작, 랜덤하우스중앙, 2006)가 있다. 현재 작가 밴드 '말도안돼'에서 보컬을 맡고 있다. SF 판타지 웹소설 연재 개봉박두. 이번 생을 8번째 다시 살고 있으나 여전히 이생망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 번 더 반복해야 할지 다음 생을 노릴지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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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50g | 135*200*19mm
ISBN13
9788982182976

출판사 리뷰

우리가 노희준의 소설을 알게 된 지도 이십여 년이 흘렀다.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상상력, 발랄한 이야기 끝에 번지는 여운, 시침을 뚝 떼고 ‘왜 이리 심각해?’라고 묻는 얄미운 문장들 말이다. 이처럼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얼굴을 한 그의 소설들을 봐왔지만, 그것이 소설집의 형태를 띤 건 상당히 오랜만이다. 이는 단순히 단편들을 한 권의 책으로 모으지 않았단 의미만은 아니다. 소설집이란 작가가 작가로서 보낸 시간의 묶음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그는 꽤 오랫동안 자신의 시간을 숨겨왔던 셈이다. 해설을 쓸 기회를 얻어 여덟 편의 작품을 읽어보니, 그가 지금껏 무엇을 숨겨왔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다. 개별 작품으로는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삶과 세계를 구성하는 강력한 질서의 힘. 노희준의 소설 세계는 바로 그 질서의 힘에서 출발한다.
「개미들의 집」의 주인공인 ‘나(준우)’의 집안은 “국가의 에너지 절약 시책”을 목숨처럼 떠받들고 핵전쟁을 대비한 방공호까지 만들어놓은 고지식한 아버지가 진두지휘하는 질서 아래에서 빽빽하게 돌아간다. 이 집안의 폭력적인 질서는 대학생이자 소설가 지망생인 ‘나’의 소설 문장에도 어마어마한 악영향을 끼친다. ‘나’는 “말랑말랑한 문학적 상상력”을 위해 집안 질서를 타파하기로 마음먹고 한 가지 묘수를 낸다. 그건 바로 “말보로 갑 안에 들어 있는 디스플러스”처럼 “불균형”한 태도를 지닌 중국인 유학생 첸지앙을 홈스테이 명목으로 집에 침투시키는 것이다. ‘나’는 첸지앙이 집안을 한바탕 뒤엎어줄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묘하게도, 첸지앙은 베이징 방식의 절약 습관과 상하이 방식의 생활 습관을 또 다른 질서로 전수한다. 질서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가 곧 새로운 질서의 시작이 되는 이 역설. 이 역설을 몸소 보여주는 첸지앙의 해맑은 미소를 우리는 그저 웃어넘기긴 어렵다. 집안이건 사회건 나아가 세계건, 질서란 타파되는 게 아니며 더 강하고 독한 것으로 덮일 뿐이라는 걸, 그의 움푹 팬 보조개가 비웃듯 말해주고 있다.
이 질서의 연쇄가 말 그대로 첸지앙(젠장)스러운 것이라면, 「왓 더 검정!」은 어떨까. 가난한 뮤지션인 ‘나’는 공연장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왔다가 오늘이 “싸움의 날”임을 알게 된다. ‘싸움의 날’의 규정은 간단하다. 노랑과 초록으로 편을 갈라 오직 싸우고 또 싸우는 것뿐이다. 싸우지 않는 이들은 비행체에 응징을 당한다. 그렇다면 비행체는 ‘질서의 수호자’쯤이 되겠다. 이 이유 모를 규정을 성실하게 따르며 주먹질을 아끼지 않는 “모범시민”들 사이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나’는 “개애새끼”다. 그러나 ‘나’는 ‘싸움의 날’에 찬동하는 싸움에도, 저항하는 싸움에도 가담하지 않은 채 그저 “무사히 집에 처박”히기를 선택하고, 노랑도 초록도 아닌 검정인 채로 남은 하루를 버티려 한다. 미약한 몸부림이나마 ‘싸움의 날’이라는 ‘판’을 벗어나기 위하여.
「불을 끄고 노래하면 안 될까요?」에는 시각장애인 남자와 강간의 상처를 앓는 여자가 등장한다. 첫 장면에서 두 사람은 말과 말 사이로 내는 소리와 가사 없는 노래로 소통하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는 “소리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 스미는, 사방으로 퍼지는 음성과 그 모양. 그것이 어떻게 질서화되고 정제된 기호인 ‘말’과 같을 수 있을까. 사람들의 말과 그 소리의 모양이 다른 것을 봐온 남자는, 말과 소리의 모양이 일치하는 여자에게 사랑을 느낀다. 여자는 남자의 상상을 채워주고 싶어 자신을 꾸미곤 했으며, 남자 역시 “외로움마저 잃게” 될까 평범한 시각장애인 흉내를 낸다. 이들은 여자의 앨범 녹음을 위해 녹음실에 들어와서야 그 가장을 잠시나마 내려놓는다. 한동안 녹음에 고전하던 여자가 갑자기 불을 끄고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노래를 시작했을 때, 여자는 ‘투명’하게 “노래 속으로 사라”진다. 좀처럼 가능하지 않던 ‘여자인 채로 있는 것’을 비로소 이룬 셈이다. 그 생생한 음성은 남자의 흑백 세계를 “선명하게 번지는 색깔”로 뒤덮는다. 그렇게 남자는 말과 소리의 모양이 일치하는 흑백의 세계에서, 노래라는 색이 피어오르는 예술의 세계를 처음 만나게 된다. 「불을 끄고 노래하면 안 될까요?」에서 예술이 탄생하는 순간을 짚어냈다면, 「연필」은 그 예술에 다다르는 과정을 한 화가의 삶을 통해 섬세하게 짚어낸다. 이 소설은 한 무명 화가가 원인 불명의 괴사로 오른팔을 절단하며 시작된다. 남자는 잘린 팔뼈에 닿은 이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된다. 남자는 그렇게 타인의 삶을 훔쳐보며 “예술가로 살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땅끝에서 만나 살림까지 차리게 된 해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녀는 잊을 상처가 많다는 점에서 “오래 살아온 여자”다. 여자가 연필을 만지자 남자는 처음으로 아팠고, 싫었다. 그 공감의 고통이 예견하듯 여자는 연필을 앙가슴에 끼우고 바닷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생은 물론이고 죽음까지, 자신 자체를 남자에게 보여주듯 말이다. 남자는 깊은 산속 암자로 들어가 연필의 모든 기억을 비워내기 시작한다. 인정욕구, 타인의 삶에 대한 집착, 공감의 고통까지. 예술가라면 한번쯤은 들르게 되는 경유지들을 말이다. 연필은 점차 투명해지다가 남자와 무관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남자가 세상을 떠난 후 처마 풍경이 된 연필의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그것을 비로소 “아름답다고 느꼈다.”
「뒤로뛰기 훈련」은 현대판 무협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기진과 ‘나’는 아파트의 경제적 계급을 ‘주먹질’이란 물리적 힘의 질서로 치환하여 답습하는 아이들의 세계에 순응한다. 사건은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인 ‘A동 싸움짱’ 재헌이 백일장에서 기진의 그림을 빼앗겠다고 공표하며 시작된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부터 현대판 무협의 세계가 열린다. 기진은 ‘속성 도장 고수’ 학원에서 장풍을 피하는 ‘역비행 품새’를 연마하여 재헌을 물리쳐버린다. 약자를 괴롭히는 재헌이 ‘사파’라면 무공을 정진한 기진은 두말할 것 없는 ‘정파’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곧 ‘웃픈’ 결말을 맞이한다. 기진이 A동 아이들과 어울리며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제2의 사파가 된 것이다. 장르적 구조를 전면적으로 취하는 「팔찌」 역시 유사한 아이러니를 지니고 있다. 바에서 일하는 ‘나’는 ‘싫은 남자’와 자게 되면 그전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타임 루프’를 겪는다. 타임 루프의 목적은 ‘이미 겪은 과거’의 정보를 통해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고 루프를 탈출하는 데에 있다. ‘나’에게 과거의 문제란 ‘싫은 남자’인 ‘너’의 성폭력이며, 아홉 번의 타임 루프 끝에 복수에 성공하고 루프를 탈출한다. 그러나 이 복수극의 이면에는 반복된 지옥을 겪으며 알게 된 어떤 질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나’에게 “나쁜 짓을 해야” ‘너’가 그 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논리인데, 그 저변엔 ‘나’는 “실수를 하면 안 되는 년”이지만 ‘너’는 “실수를 할 필요가 없는 분”이란 위계질서가 깔려 있다.
이 소설들이 쌓여 책이 될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이 세상의 질서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데엔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질서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경유한 후에야 발견할 수 있는 한 세계를 발견하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가 진심이라고 부르는 그 세계는 말과 글보다는 소리를 닮았다. 파장이며 공명이고, 이해가 아닌 감각으로 스미는 소리. 노희준은 언어를 통해 끊임없이 그 소리의 세계에 손을 뻗어왔다. 그 결과 우리가 이렇게 그 세계를 ‘볼 수 있게’ 됐으니, 그의 시도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앞으로도 그의 글이 기호가 아닌 소리로서 다가와주기를.


■ 작가의 말

언제부터인가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는 농담부터 하는 버릇이 생겼다. 사람들이 나를 까탈스럽거나 예민한 인상으로 볼까 봐, 그렇게 보는 경우가 많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에.
가장 잔인한 건 소문이었다. 알고 보니 부자라거나, 군대 면제라거나, 든든한 백이 있다거나. 서류를 떼서라도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지만 누구에게 증명해야 할지 알 수 없던 말들. 얼굴이 없는 말들. 얼굴도 없이 눈빛만 매단 채 불면의 밤마다 나를 내려다보던 말들.
몇 번은 소문이 편견이 되거나 근거가 되어 내 삶에 물리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음을 전해 듣게 되었다. 소문은 사람들의 무성의한 말을 먹고 자라는 악마다. 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악마를 키우는 말들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더 이상, 이라고 되뇌어본다. 앞으로는 나 또한 떳떳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어떻게든 노력해보자는 마음으로 이 단편집을 엮는다.

장르에 대해서, 장르라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쓴 소설들이다. 목적지에 가는 중이라기보다는 목적지를 모르고 있다는 편이 정확하다. 하지만 어딘가를 향해 열심히 레일 위를 달리고 있는 소설들이다.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아무것도 정해놓지 않고 살기로 했다. 뚜렷한 목표라는 건 인간의 불안을 먹고 사는 악마다. 악마에게 나의 마음을 빼앗기는 짓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

추천평

본래 근대 소설이란 그럴 법한 상상을 펼친다. 그러나 노희준의 소설은, 그럴 법하지 않은 한계선 너머까지 상상을 펼쳐 보인다. 누구든 ‘나도 이런 생각, 이런 상상을 했는데!’라는 공감의 독법으로는 그의 소설을 다 읽지 못할 것이다. ‘아니, 이런 상상까지 하다니!’ 하는 당황과 찬탄, ‘대체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는 걸까?’ 하는 궁금증, ‘나라면 어떤 상상을 이어 갔을까?’ 하는 궁리, 나아가 나도 뭐든 상상할 수 있고, 뭐든 상상하고 싶은 해방감까지 선물 받는다. 그의 활달한 상상력을 한 편 한 편 즐기다 보면, 그러나 그 속엔 언제나 별나서 상처받은 외톨이 영혼이 웃으며 숨 쉬고 있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란다. 그 무엇도 꿈꿀 수 없는 착잡한 사회 현실과 그 무엇이든 꿈꿀 수 있는 자유로운 현실이, 자기 특이성을 잃고 싶지 않은 영혼이 부서지며 펼쳐 보이는 그만의 고유한 환상통 속에서, 하나로 이어져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란다. - 이만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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