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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잘 있었니? 잘 지내니?: 정재은 2001 - 〈고양이를 부탁해〉 시나리오 - 스토리보드- 시놉시스/등장인물 잘 지내니? - 대부분 우울하고 가끔은 행복했던: 복길 (칼럼니스트) - 난 너를 믿는다는 말이 준 위로: 강유가람 (영화감독) - 망해버린 세상에서, 〈고양이를 부탁해〉 - 포스트 IMF 시대상을 그린 최초의 영화: 권김현영 (여성학자) - 고양이가 본 인천: 구영민 (건축가) - 인천 삼국지 거리: 김정연 (만화가) 2001년의 장면, 2021년의 글 - 포토 코멘터리: 정재은 잘 있었니? - ‘태희’에 관한 짧은 숙제: 배두나 (배우) - 별의 친구들: 백은하 (백은하배우연구소 소장) - 이 아픔을 넘고 싶어: 조태상 - “내가 해낸 것이 비로소 자랑스러워졌다고 해야 할까요?” 정재은 감독 인터뷰: 이다혜, 정재은 부록 〈고양이를 부탁해〉 소품집 〈고양이를 부탁해〉가 다녀온 영화제 〈고양이를 부탁해〉를 만든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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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쓸 때를 회상해 봅니다. 나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다섯 소녀의 이야기를 쓰겠다는 결정을 했고 고양이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인천으로 정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에 도달한 것은 아닙니다. 차츰차츰 다가간 것 같습니다. 그때 나는 두 소녀가 나오는 호러 영화와 세 명의 중년 여성이 나오는 로드 무비도 함께 구상했습니다. 세 개의 아이디어를 듣던 제작사 대표님은 두 소녀가 나오는 호러 영화를 만들자고 했습니다. 친구들도 다섯 소녀와 고양이가 나오는 영화는 특색이 없는 거 같다고 반대하였습니다. 그때의 나는 이런 영화도 저런 영화도 다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적극적인 반대에 부딪히니 점점 다섯 소녀의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졌고, 그녀들을 옹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소녀들이 영화의 주인공이면 안 된다는 건가. 그동안 이런 영화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닐까. 시름이 깊어졌습니다. --- p.38 「정재은 감독 ‘잘 있었니? 잘 지내니?’」중에서 그리고 이십 년이 지나 이 영화를 다시 보니 그때는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특히 이 영화에는 ‘포스트 IMF’의 풍경을 그려낸 최초의 영화라는 수식이 붙어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포스트 IMF의 정서를 동시대에 이렇게 정확히 그려내다니 정말이지 놀라운 영화다. (...) 그중에서도 IMF가 사회초년생 여성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IMF는 모두의 고통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젊은 여성들의 일자리를 극단적으로 바꾸어놓았다. 나는 당시 졸업을 앞두고 있던 차였는데 거짓말처럼 눈앞에서 여학생들에게만 취업 문이 닫혔다. 과마다 몇 장씩 돌아다니던 추천서는 여학생에게 추천서가 가봤자 어차피 취업이 안 되니까 낭비아니냐는 이유로 여학생에게는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젊은 여자들의 생계에는 관심이 없어 당시 우리들은 ‘여대생먹고살기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국가는 IMF를 졸업했어도 여전히 우리의 세계는 망해있었는데 아무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 p.189 「권김현영 '망해버린 세상에서, [고양이를 부탁해] - 포스트 IMF 시대상을 그린 최초의 영화'」중에서 집에서는 아웃사이더, 집 밖에서는 인사이더인, 배를 타고 흘러다니고 싶다고 해맑게 말하는 태희. 그는 내게 몽상가라기보단 열심히 길을 찾는 사람으로 보였다. 태희 같은 사람들을 그냥 엉뚱한, 현실성 없는 꿈을 꾸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성인이 되었으니 일단 잡생각은 집어치우고, 어떻게든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남들과 비슷한, 보편적인 길을 가는 것이 현실적인가? 그렇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을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는 사회는 나는 별로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꿈을 꾼다고 말하는 것도 나는 별로다. --- p.248 「배두나 '태희에 관한 짧은 숙제 - 어쩌면 몽상가, 아마도 길을 찾는 사람'」중에서 그 누구도 우리가 만든 것들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니, 친구들끼리라도 서로 나누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노트에 그린 그림, 직접 만든 옷을 설명하고, 직접 지은 시를 읊거나,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고, 찍은 사진들을 차례대로 선보이는 식이었다. 즐겁고 소중한 경험이었고, 그 자리에 함께했던 사람 중 나를 포함몇몇이 이것들을 하나로 합친 무언가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그날 이후 나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고, 새로운 곡들을 쓰며,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1년여가 흘렀을 즈음 정재은 감독을 만나게 되었다. 막걸릿집, 바 등지에서 몇 차례의 공연을 이어오고 있었을 뿐, 정규 음반은 고사하고 쓸만한 데모 음반도 없었으며, 스튜디오 레코딩 경험조차 전무했던 우리에게 감독님은 자신이 만들고 있는 영화의 음악을 맡아 달라고 얘기했다. 뜻밖의 제안에 기쁨보다는 ‘이 사람 미친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 p.255 「조태상 '이 아픔을 넘고 싶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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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처음 공개하는 무삭제 시나리오와 포토 코멘터리
배우 배두나를 비롯, 동시대 여성 창작자들의 에세이 현장 스틸, 영화 소품, 굿즈 등 보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이미지까지 ‘가치 있는 자료의 모음’이라는 뜻의 ‘아카이브’라는 제목대로, 이 책에는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고양이를 부탁해]에 관한 중요한 기록과 소중한 마음이 빼곡히 차 있다. 먼저, 이 책이 완성될 수 있었던 데에는 정재은 감독뿐만 아니라 [고양이를 부탁해]를 여전히 사랑하는 배우들과 제작진의 도움이 컸다. 여전히 ‘태희’에게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는 배우 배두나의 에세이, ‘진정한후렌치후라이의시대는갔는가’로 당시 ‘힙스터’ 사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모임 별’ 조태상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영화 저널리스트 백은하 소장이 쓴 다섯 캐릭터, 다섯 배우에 관한 글과 이다혜 작가의 정재은 감독 인터뷰도 영화를 보는 좀 더 깊은 안목을 선사한다. 페미니즘 영화도 드물고, 한국을 배경으로 한 동시대 여성의 이야기는 더욱 드물었던 시절에 이 영화를 만난 여성 창작자들이 [고양이를 부탁해]에 부치는 에세이도 함께 실었다. 칼럼니스트 복길, 영화감독 강유가람, 만화가 김정연이 이 영화에 얽힌 기억, 여성 창작자로서 영화가 자신에게 미친 영향 혹은 영감을 에세이와 만화로 풀어냈다. 이에 더해 여성학자 권김현영의 에세이는 IMF 이후라는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짚으면서, 경제 위기 속에서 가장 주목받지 못한 사회 구성원 중 하나인 젊은 여성들의 삶을 끄집어낸 [고양이를 부탁해]의 페미니즘적 의의에 주목한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이후 [말하는 건축가] 등 건축 다큐를 만들기도 한 정재은 감독의 건축과 도시에의 관심을 일찌감치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구영민 건축가의 에세이는 [고양이를 부탁해]의 공간적 배경인 인천을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사유하는지 건축가의 시선으로 안내한다. 이미지 자료도 풍부하다. 디지털카메라와는 사뭇 다른 감성의 필름 카메라로 찍은 당시 현장 사진에는 배우들의 20년 전 모습, 폴더 휴대폰, 인천과 서울의 오래된 풍경이 담겨있다. 영화와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2001년 개봉 당시와 재개봉 극장표, 국내외 개봉 전단, [고양이를 부탁해] 비디오테이프, OST CD 등 굿즈와 소품 사진들이 담겨있다. 오랜 친구에게, 오래 전 나에게 좋아하던 영화를 오랜 시간 후에 다시 보는 경험은 친근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좋았던 부분이 불편해지기도 하고, 그땐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이 이제야 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고양이를 부탁해: 20주년 아카이브』는 정재은 감독의 2001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의 시나리오를 포함하여 포토 코멘터리, 에세이, 영화 자료와 소품, 굿즈, 필름카메라로 찍은 현장 스틸 등 영화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다양한 읽을거리를 담긴 했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무엇보다 ‘시나리오’이다. 먼저 2001년 개봉 당시에는 삭제되었던 장면이 눈에 띈다. 제 실속만 차리는 것처럼 얄미워 보이던 ‘혜주(이요원 분)’가 증권사에서 ‘고졸 여직원’으로 일하며 겪는 일, 여성으로서 언니가 겪는 일을 어떻게 공감하고 받아들이는지를 읽다 보면, 2022년의 우리는 혜주의 마음을 어떻게 보면 가장 가까운 것으로 여기게 될 지도 모른다. ‘몽상가’라고 흔히들 말하던 ‘태희(배두나 분)’의 단단함도 새롭게 읽힌다.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시인 주상과의 관계, 가족과의 조용한 부침, 엄마를 응시하는 마음 등이 태희를 읽어내려가다 보면, 책에 실린 배두나 배우의 에세이처럼, 그를 ‘길을 찾는 사람’으로 새로이 명명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영(옥지영)’이 겪는 빈곤, 말 그대로 집과 함께 삶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 충격과 공포로 말을 삼켜 버리는 과정은 정재은 감독이 책 속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에선 일정 부분 삭제되어 있다. 시나리오는 스크린에선 확인할 수 없었던 지영 자신이 직접 들려주는 지영의 마음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다. 쌍둥이 자매이자 화교인 ‘비류와 온조(이은주, 이은실 분)’는 나머지 세 친구들이 떠나기를 고민하기 한참 이전부터 이미 한국 사회 내부에서 방랑하고 있다. 핏줄로부터도, 발붙인 공동체로부터도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이방인의 위치를 쌍둥이 자매는 한편으론 체념한듯, 한편으론 재밌어 하는 듯도 보인다. 시나리오를 통해 영화의 원래 설계도를 촘촘하게 읽어내려가면, 다음으로는 [고양이를 부탁해]가 겪어온, [고양이를 부탁해]와 함께 해 온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정재은 감독, 배우 배두나, 모임별 조태상이 포토 코멘터리, 에세이, 인터뷰 등으로 [고양이를 부탁해]의 시절을 어떻게 경유했는지, [고양이를 부탁해]가 지난 20년 간 각각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들려준다. 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과 이다혜 작가가 각각 배우에 관한 이야기, 정재은 감독 인터뷰를 맡아 해주었다. 개봉 당시 [고양이를 부탁해]를 ‘인천 영화’로 소개하며 지지한 건축가 구영민은 영화 속 인천이라는 도시에 관해 이야기한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2001년 [고양이를 부탁해]가 동시데 여성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를 회고하며, 포스트 IMF 시대에 소외되고 지워진 젊은 여성의 삶을 그려낸 최초의 영화란 점에 주목한다. 이 영화를 보고 용기와 영감을 얻은 여성 창작자들이 영화에 바치는 헌사도 있다. 칼럼니스트 복길, 영화감독 강유가람, 만화가 김정연의 글이 그것이다. 한국 여성 성장 영화의 대표작, 부산영화제가 선정한 최고의 아시아 영화 50위 등 [고양이를 부탁해]를 지칭하는 이름은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들은 [고양이를 부탁해]가 나를, 우리를 얼마나 잘 알아주는 영화인지를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마치 옛 친구를 만나, 예전의 내 모습을 발견하듯 말이다. 『고양이를 부탁해: 20주년 아카이브』는 어떤 독자에겐 오랜만에 파 본 타임캡슐일 것이고, 어떤 독자에겐 처음 만나는 앨범일 것이다. 전자라면 이 책을 오래 전 마음을 나눈 친구를 떠올리고, 그 마음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오래도록 대화하듯 읽게 될 것이다. 후자라면, 길고 길어만 보이는 삶의 어떤 구간을 한 번 지나온 이로부터 전해 받는 온기와 위로로 여기게 될 것이다. . [구성] - 펼침성이 좋은 PUR 제본의 소프트커버 에디션 - 오리지널 무삭제 시나리오 수록 - 정재은 감독을 비롯 배우 배두나, 모임별 조태상 등 제작진이 직접 들려주는 비하인드 스토리 -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며 자란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 영화를 통해 분석하는 시대, 도시, 건축 등을 담은 에세이 수록 - 미공개 스틸컷 수록 - 영화 소품과 국내외 개봉 프로모션 굿즈 사진 수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