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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_시로 쓰는 편지
1부 사랑의 미열이 내릴 때 단 한 그루 나무의 음악_사이토 마리코 「미열(微熱)」 첫 키스는 탱자 맛_유하 「참새와 함께 걷는 숲길에서」 나를 비워야 비로소 가닿을 수 있는 당신_박형준 「저곳」 그대와 나 사이에 푸른 염소_백무산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가듯이」 나는 당신과 하나입니다_엘리자베스 헬란 라슨 『나는 죽음이에요』 끝이 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_고형렬 「맹인안내견과 함께」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보고 싶어지는 사람들_안도현 「통영 서호시장 시락국」 꽃이 떨어지고 청춘이 다 져버린다 한들_문태준 「비가 오려 할 때」, 김시습 「잠 속으로 빠져들다〔眈睡〕」 가장 어리석고 가엾은 사람 곁에 남아_신경림 「낙타」 2부 당신과 함께한 침묵의 푸른빛 말과 말 사이, 새가 날고 꽃이 피고 별똥별 진다_김사인 「꽃」 시인으로 죽는다는 것_김태정 「물푸레나무」 시를 살아내고 앓아낸다는 것_박영근 「이사」 웃음 뒤에 숨은 눈물에서 흘러나오는_안현미 「이 별의 재구성 혹은 이별의 재구성」 「와유(臥遊)」 당신은 무엇을 볼 수 있는 나이인가_이면우 「거미」, 이문재 「소금창고」 그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건반 현이 울렸습니다_문인수 「이것이 날개다」 나무와 꽃과 새는 모두 멸종 위기_김중일 「새」 꽃잎에 흔들리고 바람에 선동당하는 시_송경동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시를 잘 쓰는 법이 있나요_박준 「일요일 일요일 밤에」 3부 우리가 살아갈 모든 순간들 문득 가던 길을 의심하며 뒤를 돌아다보면_김중식 「이탈한 자가 문득」 뜨겁게 움직이는 침묵, 손의 언어_김종삼 「묵화(墨畵)」 「장편(掌篇) 2」 살아버린 당신, 또 살아가야 할 당신_장석남 「수묵(水墨) 정원 1」 우리가 사투리로 말해야 할 때_이대흠 「오래된 편지」 청춘은 평생을 뜨겁게 지나가고 있습니다_김경미 「비망록」, 허수경 「불취불귀(不醉不歸)」 목숨 가진 모든 존재를 위하여_나희덕 「어린것」 미신, 아름다운 우리의 이야기_박성우 「갈미할매와 내 신수(身數)」 왜곡과 싸우는 현재, 기억이 기록하는 미래_함민복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태어나보니 피와 살을 씹어 먹고 있었어요_김언희 「태어나보니」 ‘미루나무’의 폭력, ‘미류나무’의 불길_박신규 「미류를 부를 때」 작품 출전 |
朴信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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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나 사이에 바람이 불고 흔들리는 이파리들이 있고 내리는 눈과 비가 있다는 점을 뼈아프게 자각할 때,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비로소 균열에서 벗어나 완성에 다가갑니다. 너와 나 사이에 출렁이고 흘러가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노래할 때 지상에서 하나뿐인 풍경, 너와 나, 우리의 세계는 빛을 발합니다. 영원할 수는 없지만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의 관계입니다. 낯설고도 청량한 마지막 연을 소리 내서 읽어보세요. 깊은 강을, 또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두 사람 사이에서 푸른 염소가 그윽하고 생생한 눈빛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 p.38~39
즐겁고 좋은 것은 역시 마음대로 시를 변주해 읽는 데 있습니다. 비가 ‘와야만 할 때’ ‘왔으면 하는 때’ ‘오고 있을 때’를 상정하고 각자가 어떤 구체적인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그러면 단순한 읽기에서 탈피해 능동적인 창조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길이 열릴 겁니다. 박수갈채가 필요한 데에, 깊은 비애와 절망에 다가가 위로를 건네야 할 순간에 비를 내리게 하는 풍경을 상상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시적 풍경이 될 것이고 그 상상에 동참하는 개인들은 모두가 다 시인인 것입니다. --- p.66 나의 청춘을 함께 버텨준 시인 허수경은 실연당한 아침처럼 떠났습니다. 또 언젠가는 청춘의 시인들이 하나둘 떠나겠지요. 하지만 갔어도 그들은 내내 지나가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청춘의 시간이 그러한 것처럼요. 청춘을 지나고 있는지요. 이미 청춘이 지나가버렸는지요. 지나가든 지나가지 않든 청춘은 설명되기를 거부합니다. 참을 수 없이 가볍고 치기만 넘치던 시절이라도 당사자 말고는 아무도 그 사람의 청춘에 대해 섣불리 운운하고 평가하지 말아야 합니다. 청춘은 말이 안되는 것이어야 옳습니다. 말이 된다면 그것은 청춘도 아닙니다. --- p.193~194 한 음절의 말과 말 사이, 수십억 인구 중에 당신과 나 사이, 미미한 차이와 기미에 곧 우주가 있고 무한한 상상력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기미, 기척, 작은 차이와 사이는 얼핏 돈도 밥도 안되는 사소한 것들로 치부할 수 있겠으나, 바로 거기서 철학과 문학이, 어제와 다른 하루가 탄생합니다. 쓰고 읽는 것만이 문학이 아닙니다. 작고 사소한 말과 대상들을 지나치지 않고 잠깐 멈춰서 오래 바라보고 명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당신은 문학을 ‘하고’ 있는 것이며, 색다른 삶을 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 p.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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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에게 쓰는 시인의 명상 편지이자,
외롭고 아픈 마음들에게 전하는 시인의 성찰 편지다.” _정호승 시인 “이것이 내가, 당신이 순간순간을, 하루하루를 지나온 시간보다 더 사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비로소 당신에게 가닿는 투명하고 진득한 시들의 풍경 “시가 늘 곁에 머물러 있던 거짓말 같은 시절”을 지나왔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시적인 순간을 독자들 또한 온전히 알아챌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 우리의 무뎌진 감각을 일깨우는 이야기들을 펼쳐 보인다. 우리의 가슴 한 켠을 그윽하게 수놓았던 시와 그에 얽힌 삶의 이야기를 하나의 꼭지로 구성해 3부에 나누어 실었다. 1부 ‘사랑의 미열이 내릴 때’에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지만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빛나는 일상의 단면들을 포착한 글들을 실었다. 저자의 진솔하고 울림 있는 체험과 날카로운 통찰이 더해져 시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한다. 첫 번째 글 ‘단 한 그루 나무의 음악’에서는 사이토 마리코 시인의 시 「미열(微熱)」을 불러와, 한 그루 나무를 바라보며 때로는 사랑을 맹세하던 나무이자 때로는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울다 가던 사람들의 절망과 슬픔이 담긴 나무임을 되새기며 그 안에 담긴 ‘세계와 우주’를 간파해낸다. 그런가 하면 반려동물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김사인 시인의 시 「좌탈(坐脫)」과 고형렬 시인의 시 「맹인안내견과 함께」를 연결하며 동물과 사람 간의 관계를 다루는 시들의 기민한 감수성을 파헤치기도 한다. 여기에 음식에 짙게 배어 있는 추억을 떠올리며 “음식의 입맛은 물론 언어의 입맛도 살려”주는 시로 안도현 시인의 시들을 소개하고, 내몽골을 여행하다 만난 “고행하는 성자” 낙타를 떠올리며 신경림 시인의 시 「낙타」를 가져오기도 한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수행하는 구도자의 모습을 닮은 시가 조금은 우리의 답답함을 덜어주며 숨 쉴 수 있는 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렇듯 저자의 내밀한 통찰을 거친 일상은 어느새 보편의 이야기로 확장되어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2부 ‘당신과 함께한 침묵의 푸른빛’은 저자의 한 시절이 되어준 시인들과의 추억과 그들의 시 안에 감춰진 말들의 기록이다. 1980년대 민중시를 대표하는 김태정 시인의 장례식에 참석해 그의 시 「물푸레나무」처럼 ‘따스한 빛깔로 주변을 물들였던’ 생전 고인의 행적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는가 하면, 안현미 시인의 시를 읽으며 저자가 지켜본 그의 치열한 고투가 시의 힘으로 전이됨을 느끼기도 한다. 절친한 후배 시인인 박준의 시를 읽으며 저자가 편집장으로 근무할 때 수많은 죽음을 배웅하며 느꼈던 복잡한 감정들을 비로소 추스르는 모습과 ‘현장과 길바닥에서 시를 쓴’ 송경동 시인의 “뜨거운 삶과 노동”을 기억하며 그의 시를 다시금 바라보는 장면도 자못 인상 깊다. 이처럼 누구보다 시를 둘러싼 세계를 깊이 있게 마주하고 숙고하는 저자이기에 그가 풀어놓은 이야기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보아야만 하는 장면들을 끊임없이 환기하며 독자들을 시 속으로 자연스레 이끈다. 3부 ‘우리가 살아갈 모든 순간들’은 시로 단련한 예리한 감성을 사회로 뻗음으로써 결국에는 내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일례로 사투리로 쓰인 이대흠 시인의 시 「우리가 사투리로 말할 때」를 소개하며 표준말에 비해 사투리를 고리타분하게 여기는 일련의 모습과 ‘편집자’와 ‘미화원’ ‘역무원’처럼 “‘자(者)’와 ‘원(員)’을 쓰”며 직업군 전체를 폄하하는 단어의 시대감수성에 문제를 제기한다. 미신을 소재로 한 박성우 시인의 시 「갈미할매와 내 신수(身數)」를 읽으면서는 토속적인 우리 것들이 변방으로 밀려나는 씁쓸한 현실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오래된 상상력을 고수하며 가꾸는 노력의 필요성을 소신 있게 밝히기도 한다. 이밖에도 세월호, 환경문제, 코로나19 등 우리 사회의 현안을 이야기하는 시들을 소개하며 이어지는 부끄러운 반성은 흩어진 점처럼 따로 떨어져 있는 우리들이 실은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게 만들며 사회의 구석진 부분까지 나아가는 깊은 관심을 샘솟게 한다. “작고 사소한 말과 대상들을 지나치지 않고 잠깐 멈춰서 오래 바라보고 명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당신은 문학을 ‘하고’ 있는 것이며, 색다른 삶을 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시 한 편을 읽는 일은 삶의 고단함에서 잠시 벗어나 시 속으로 눈을 돌리는 여유를 선사한다. 이 여유가 삶 전체를 단숨에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시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는 그 숭고한 몸짓이 당신 안에 이미 존재해왔던 시들의 순간을 불러일으키는 시작이 될 것이다. 어느 때보다 속도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시대, 가늠하기 어려웠던 시의 매력에 은근하고 찬찬히 빠져들게 하는 이 책을 통해 오래도록 남는 진한 여운을 새롭게 느껴봐도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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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결국 인간과 인생의 이야기다. 시 속에 인간의 운명이 있고 인생의 비의가 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 현대시의 독자는 시의 이해를 강요당하다가 지친다. 인생도 어려운데 시마저 어려워 시의 독자이기를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러나 포기하지 마시라. 박신규 시인이 이 책을 통해 어두운 골목마다 환히 시의 비밀을 밝히는 등불을 들고 있다. 그는 시를 사랑하는 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한국 현대시의 심장에 자신의 삶의 심장을 맞대어 포갬으로써 이해와 감동의 혈류를 튼다. 이 책은 시에게 쓰는 시인의 명상 편지이자, 외롭고 아픈 마음들에게 전하는 시인의 성찰 편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왜 시가 인간과 인생을 이해하게 하는지, 왜 시인이 시를 쓰지 않으면 안되는지, 왜 내가 그 시를 읽지 않으면 안되는지 문득 깨닫고 반가사유(半跏思惟)의 미소를 짓게 된다.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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