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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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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멈췄다. 바로 머리 위 2m 정도에 커다란 쇳덩어리가 매달려 있었다. 헐렁하게 묶인 쇳덩어리는 스피커의 진동이 있을 때마다 좌우로 조금씩 움직였다. 줄이 끊기는 순간, 기석의 머리는 두 동강이가 된다. 그는 쇳덩어리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 p.8 클럽에서 몇 번 본 여자는 자연스럽게 기석에게 다가와 춤을 췄다. 긴 다리가 매력적인 여자는 기석을 향해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기석은 그 미소를 놓치지 않고 여자에게 좀 더 다가가 몸을 흔들었다. 서로 몸이 닿을 듯 말 듯 움직였다. 기석은 오랜만에 강한 욕구를 느끼며 여자에게 빠져들었다. 여자가 머리를 흔들 때마다 묘한 향수 냄새가 났다. 기석은 자극적인 향수 냄새와 여자의 매력에 알 수 없는 욕망에 휩싸였다. --- p.18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람이 죽게 되면 저승의 신인 오시리스 앞에서 심장의 무게를 재는 의식을 치른다고 믿었어. 만약 죽은 사람의 심장 무게가 깃털보다 무거우면 죄를 많이 지은 자로 간주됐어. 그럼 집행관 암무트가 그 사람의 심장을 집어삼켜 버리는 거야. 심장을 잃은 자는 천국에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되는 거지. 반면 심장이 깃털보다 가벼운 자는 천국인 아아루로 가서 영생을 얻게 되는 거야.” --- p.31 며칠 후 지후가 사라진 날 입었던 옷이 발견됐다. 캠프장에서 멀지 않은 농가의 쓰레기 더미 속에 있었다. 피가 흥건하게 묻은 겉옷과 속옷이 모두 검정 비닐봉지 안에 있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 p.57 ‘아무도 모르게 죽일 방법이 뭘까? 대체 그 쓰레기는 어떻게 죽이면 되지? 그 인간을 죽이고 나도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겠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 아버지가 죽는 날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 나도 남편보다 젊고 나를 더 사랑해 주는 남자와 같이 살고 싶어. 20층에 사는 남자와 같이 살고 싶다고. 아무도 모르게 남편을 죽여야 해. 방법은 찾아보면 되잖아.’ --- p.83 어둠 속에서 하얀 안개가 보였다. 안개 속에서 기억들이 조각조각 모습을 드러냈다. 조각들이 회오리치며 하늘로 치솟았다. 작은 섬광이 보였다. 섬광이 보일 때마다 조각난 기억들이 하나씩 맞춰지며 모습을 드러냈다. --- p.143 어리석은 사람들이 타인을 짓밟으며 이용하고 자신을 높이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야비한 모습은 시간이 흘러 돈을 잃거나, 명예를 잃거나, 권력을 잃었을 때 잔인하고 가혹한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타인을 짓밟으려고 한 사람이 권력이 바닥날 때, 사람들은 잔인한 가해자로 변했다. 자신이 당한 모습 그대로 그 사람에게 복수했다. 조금이라도 미래를 생각한다면 자신의 권력이 사라질 때를 대비해야 하는 걸 머리 좋은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남편은 그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 p.164 온몸이 파랗게 멍들어 갔다. 파란 멍은 곧 터지더니 빨갛게 물들었다. 수건으로 틀어막은 입에서 피가 흘렀다. 얼굴은 파랗게 멍든 괴물로 변했다. 아무리 몸의 고통이 심해도 마음의 고통을 감당할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깨진 유리 조각으로 내 가슴을 열고 심장을 뜯어내고 싶었다. 내 손으로 심장을 갈기갈기 찢고 싶었다. 저주받은 인간이었다. --- p.1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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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숨겨진 어두움을 탐구하는 심리 스릴러 작가가 쓴 처절한 복수극
소설집 『레시피』로 소울푸드와 살인이라는 이색적 미스터리 스릴러를 보여 준 최정원 작가님의 장편소설 『붉은 기억』이 출간되었습니다. 『붉은 기억』은 인간의 악한 내면을 파헤치는 심리 스릴러로, 시점이 교차하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어두운 진실을 그린 장편소설입니다. 사람은 살면서 새로운 만남을 통해 구원을 받기도 하고 불행에 빠지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삶 속에서도 선택지는 있지만, 본능적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인간이기에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과 같은 어리석음을 보여 줍니다. 이 작품에서는 그런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 줍니다. 『붉은 기억』은 인생의 빛과 같은 존재인 친구를 만나게 된 영환과 영웅적 이미지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기석의 엇갈린 운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스터리적 전개로 시점이 교차되며 조금씩 밝혀지는 진상은 충격적입니다. 작법서의 바이블인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20가지 플롯〉 중 하나이며, 고대 서사극에서 미스터리 스릴러의 인기 플롯이 복수극입니다. 복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배경과 복수의 과정을 쫓아가며 독자는 이야기의 세계 속에 빠집니다. 『붉은 기억』 역시 복수극으로서 독자를 사로잡는 매력을 가진 작품입니다. 폭력적인 본능에 대한 처절한 복수극, 『붉은 기억』은 여러분들에게 반전의 충격과 함께 진한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