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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2

후카미도리 노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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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aki Fukamidori ,ふかみどり のわき,深綠 野分

1983년 일본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났다. 가나가와 현립 에비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점에서 근무하다가 2010년 단편 「오블랑의 소녀」로 도쿄소겐샤가 주최하는 제7회 미스터리 신인상에 가작으로 입선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풍부한 묘사력과 교묘한 구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2013년 같은 작품을 표제작으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며, AXN 미스터리 베스트10에서 6위에 올랐다. 그리고 2015년에 출간한 『전쟁터의 요리사들』로 제154회 나오키상 후보, 제18회 오야부 하루히코 상 후보, 2016년 서점대상 후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1983년 일본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났다. 가나가와 현립 에비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점에서 근무하다가 2010년 단편 「오블랑의 소녀」로 도쿄소겐샤가 주최하는 제7회 미스터리 신인상에 가작으로 입선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풍부한 묘사력과 교묘한 구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2013년 같은 작품을 표제작으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며, AXN 미스터리 베스트10에서 6위에 올랐다. 그리고 2015년에 출간한 『전쟁터의 요리사들』로 제154회 나오키상 후보, 제18회 오야부 하루히코 상 후보, 2016년 서점대상 후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3위에 오르는 등 여러 매체에서 다루어지며 화제가 되었다. 『무죄의 여름(원제: 베를린은 맑은가)』은 그녀의 네 번째 장편소설로, 제160회 나오키상 후보, 2018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3위, 201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3위, 트위터 문학상 1위에 오른 문제작이다. 그 밖에 『갈림길 노스트라다무스』 『이 책을 훔치는 자는』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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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일본지역학을 전공하다 일본 문부과학성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이바라키 대학에서 일본사를 공부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도서 MD를 거쳐 편집자로 일하며 마쓰모토 세이초, 미야베 미유키 등 걸출한 일본 작가의 여러 작품을 책임 편집했고, 현재는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작품으로는 오노 후유미의 『잔예』, 『귀담백경』, 『시귀』, 『흑사의 섬』, 미야베 미유키의 『지하도의 비』, 오카모토 기도의 『한시치 체포록』, 나쓰키 시즈코의 『W의 비극』, 키타가와 에미의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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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576쪽 | 660g | 135*200*32mm
ISBN13
9788925578675

책 속으로

오늘도 쾌청하게 맑다. 태양은 층수 높은 집합주택이 늘어선 거리를 벌꿀색으로 비추고 거리에 짙은 그림자를 또렷이 드리웠다. 곳곳의 굴뚝에서 아침을 준비하는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문이 쾅쾅 열렸다 닫히고, 사람들이 움직이고, 태엽을 감은 장난감처럼 도시가 살아 숨 쉰다. 길바닥에 깐 돌이 상할 대로 상한 길에 발부리가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걷는데, 눈앞에 벌거숭이 아이가 불쑥 뛰쳐나오더니 바로 뒤에 어머니임 직한 여성이 따라 나와 아이의 목덜미를 붙잡고 말없이 스웨터를 입히자 까치집 지은 어린애의 머리가 구멍으로 쑥 빠져나왔다.
카페가 문을 열고, 하얀 앞치마를 두른 노인이 칠판 앞에 웅크려 앉아 몽땅한 분필로 ‘오늘의 아침, 호밀빵 포함 콩 수프 20마르크, 소시지 100마르크, 진짜 쇠고기 수프 120마르크’라 고 적었다. 카페 의자에 앉은 사람은 대부분 군복을 입은 적군 장교다. 그 앞을 중년 여성이 세탁 봉투를 쌓은 짐차를 끌고 지나가고, 작은 여자아이가 돌멩이를 늘어놓고 “한 개에 20마르크야.” 하며 소꿉장난을 했다. 길모퉁이에는 소련의 붉은 깃발을 단 배급차가 서 있고 제각기 접시를 든 독일인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행렬은 중간부터 지수전 앞에 늘어선 줄과 뒤섞여 꾀죄죄한 헌팅캡을 쓴 남자가 어느 쪽이 어떻게 줄을 섰는지 알 수가 없다며 투덜거린다. 두 량짜리 노면전차가 묵직하게 천천히 달려와 만원인 칸에 승객을 더 태우자 사람들이 출입구에서 삐져나왔다. 그렇게 살아가는 독일인 대부분이 오른팔이나 가방 혹은 몸 어딘가에 하얀 천을 둘렀다. 항복의 표시다.
--- pp.84∼85

진녹색 군용 트럭 옆을 걸을 때 달리지 않으려고 자신을 타 일렀다. 그 시절처럼. 숨어 지내던 이다에게 식사를 나르던 나 날 동안 나는 절대로 뛰지 않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익숙해지지는 않았다. 미군은 친위대나 비밀경찰과는 다르다. 설령 들통나더라도 사정도 듣지 않고 단두대에서 목을 매달거나 총으로 쏘는 짓은 하지 않는다. 알지만 안으로 침입한 뒤부터 심장이 불안으로 터질 것 같았다.
U.S.ARMY의 하얀 스탬프를 차체에 찍은 군용 트럭 운전사는 더러운 양말을 창문으로 내밀고 군 기관지 《스타스 앤드 스트라이프》를 읽었다. 다음 트럭은 빈 짐칸에서 병사가 트럼프 카드로 포커에 열을 올리고 있고, 다음 UNRRA 트럭은 운전석 문을 열고 팔짱을 낀 민간인 남성이 코를 골며 꾸벅꾸벅 졸고 있다. 왼쪽 어깨 아래에 UNRRA의 빨간 와펜이 달려 있었다. 나는 전후좌우를 확인하고 와펜을 손으로 잡았다. 운 좋게도 대충 꿰매 붙였는지 실이 뜯어져 살짝 당겼을 뿐인데 빨간 실이 천에서 스르륵 빠졌다. 그가 깨지 않도록 신중하게 와펜 을 뜯고 웃옷 뒤에 신분증을 고정했던 안전핀을 풀어 신분증은 가방에 넣고 핀으로 웃옷 왼쪽 어깨에 와펜을 고정했다.
트럭이 가려서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이 다니는 길에는 접이식 테이블 몇 개를 내놓고 화물 분류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각각 ‘의류’, ‘일용품’, ‘식량’이란 종이가 붙어 있다. 빠른 말로 떠들면서 분류하는 여성들 틈을 봐서 나는 쌓인 나무 상자 하나를 들고 군인과 자선조직 직원에 섞여 서쪽 구획으로 들어갔다. 구획 입구에도 게이트가 있어 흑인 공병이 트럭과 통행하는 사람을 검문했다. 병사식당 개수대 담당과 어딘지 모르게 비슷하지만 계급장은 특기중사로 신분은 훨씬 위였다. 나는 숨을 깊게 내쉬면서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영어 응답을 시뮬레이션 하고 열려 있는 게이트로 돌진했다. 나에게는 수상한 구석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다. 허가받은 인간이다.
그런데 내부까지 한 걸음 남았을 때 공병이 “이봐, 거기!”하고 불러 세웠다.
--- pp.274∼276

수상한 남자는 느닷없이 지기 뒤에서 덤벼들어 지기는 자세를 바꾸지 못하고 땅바닥에 얼굴을 찧었다. 본 적 없는 낯선 남자다. 얼굴은 수염으로 덮였고 형형히 빛나는 눈 아래에는 다크서클이 있어, 누가 봐도 페르비틴인지 뭔지 모를 약물 중독자였다. 더러운 속옷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장화를 신었다. 특징 있는 부푼 바지와 장화는 친숙했다. 친위대의 제복이다.
남자는 힘이 쭉 빠진 지기 위에 올라타 한 손을 쳐들었다. 칼날이 긴 나이프가 달빛에 번뜩였다.
“그만, 멈춰요!”
내가 외치고 모닥불에서 불붙은 가지를 꺼내 던졌다. 남자 는 잠시 움츠렸다가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로 나를 보았다. 손에 든 나이프의 손잡이는 해골 모양이었다.
“그 사람을 죽이지 마! 저리 가!”
친위대의 망령이다. 전쟁이 끝난 줄 모르든, 아니면 알고도 인정하고 싶지 않든 제국의 잔상에 들러붙은 망령이었다. 남자는 지기에게서 손을 떼고 나를 응시하면서 이쪽으로 다가오려 했다. 오른손의 나이프 칼끝을 나를 향해 곧장 들이댔다. 나는 다시 한번 모닥불에서 불붙은 가지를 꺼내 쥔 채 경계하고, 지기는 지기대로 신음하면서도 손을 뻗어 친위대 망령의 장화를 붙잡았다.
화난 망령이 지기의 옷깃을 끌어 올렸을 때, 나는 옆에 있던 라이플이 사라진 걸 깨달았다. 다음 순간 귀청을 찢는 총성이 울리고 둥지에서 잠든 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모든 우듬지에 서 도망쳤다.
남자는 무릎부터 쓰러져 쿵 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손에서 해골 장식의 나이프가 떨어진다. 오랜만에 맡은 화약 냄새, 거친 숨소리, 일어나는 지기. 구덩이의 흙벽에 기댄 지기의 품에 라이플이 있었다.
“설마 쏜 거야?”
“…쏘면 안 돼?”
총구에서 하얀 연기가 가늘게 피어올라 천천히 사라진다. 친위대 남자가 고꾸라지고 땅에 피가 서서히 퍼진다. 눈을 뜬 채 꿈쩍도 하지 않는다.
--- pp.333∼335

가능한 일이라면 이대로 머물고 싶다. 이제 곧 에리히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긴장감에 손가락이 차가워졌다. 이미 결심한 거라고 몇 번이고 자신을 타일러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옆에는 지기가 앉고 그 맞은편에 베스팔리 하사가 군인답게 등을 곧게 펴고 서 있다. 호두나무 아래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지기에게 어쩐 일로 하사가 먼저 말을 붙였다.
“당신은 체포되지 않나?”
지기는 머리 뒤로 깍지 낀 손을 풀고서 “뭐라고?” 하고 되물었다.
“당신은 사람들을 속였다. 반유대주의에 가담했다. 노농적군에도 많이 있다. 그러나 NKVD에서는 그런 자를 단속한다. 지금 독일도 그렇다. 모두 수용소로 간다.”
“아아…”
깊고 긴 한숨을 쉬고 지기는 멍하니 정원을 바라보았다. 잎사귀가 스치는 소리가 들리고 가늘고 긴 이파리 한 장이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졌다. 올려다보니 가지와 가지 사이에 둥근 기생목이 자리 잡고 있다.
“정직하게 이름을 대면 체포되겠지.”
“그렇다면 어째서 나서지 않나? 비겁하다. Хамство.”
“비겁?” 지기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비겁한 게 뭐. 나는 귀감이 되기는 싫어.”
쏟아질 듯이 파란 하늘에 비행기가 날아간다. 벽으로 둘러싸인 안뜰의 좁고 네모난 하늘을 비행기가 일직선으로 구름을 끌면서 날아간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가는 길인지 돌아오는 길인지 그것조차도 알 수 없다. 그러니까 나는 상상한다. 저 비행기에 누가 타고 무엇을 위해 하늘을 날고 어디에 도착하려는지.

--- pp.447∼448

출판사 리뷰

피비린내 나는 참극 속에서 생존은 과연 축복일까

주인공의 아버지는 이웃의 밀고로 경찰에 끌려갔고, 어머니는 독약을 마시고 아버지를 따라 자살했다. 이복동생은 원인 모를 병으로 갑자기 죽었고, 가난 속에서도 서로 돕던 이웃들은 하나둘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가 사라졌다. 그로부터 6년 뒤 1945년, 독일이 패전하면 예전처럼 평화가 올 줄 알았던 그 자리에는 승전국들의 압제와 살아남은 자들 사이에 피어오른 또 다른 혐오만 들끓고 있었다. 그런 곳에서 소중한 사람을 모조리 잃고 살던 집마저 사라진 채 홀로 남은 열일곱 소녀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지 상상할 수 있겠는가?
아우구스테가 할 수 있었던 건 인종 청소의 소용돌이에서 은신처를 찾아 떠돌고, 배급표를 팔아 목숨을 연명하다 급기야 자신을 덮쳐온 군인에게 그녀가 한 번도 쥐어본 적 없던 총부리를 겨누는 것이었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 소설임에도 이야기는 끝날 때까지 그녀에게 안락함을 허락지 않는다. 그녀 주위에는 온통 진실을 숨기고 지원군인 척 그녀와 여정을 함께 하면서 그녀를 감시하거나 그녀가 죽든 말든 방관하는 이들뿐이다. 아우구스테는 이런 상황에 절대로 순응하지 않는다. 그저 누구보다 빠르게 결단하고 실행에 옮기며 움직인다. 소련군에게 협력하고, 미군이 가하는 위협에 굴하지 않으면서 계속 여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자신을 구명하려면, 이름만 알고 있는 에리히라는 남성을 이틀 안에 찾아야 하기에.

상흔이 증오가 되는 순간에도 체제는 변하지 않는다

일본 유명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천사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소설은 전쟁을 겪어본 적 없는 작가가 치밀한 준비 끝에 전쟁 한복판에 있는 듯 실감 나는 감각을 선보이며 독자를 사로잡았다. 특히 잔인한 장면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식을 썼음에도 읽다 보면 절로 몸서리치게 만드는 끔찍함이 전해지는 게 압권이다. 그래서 쉽사리 읽어내기가 힘들다는 독자의 평은 이 책에서만큼은 호평으로 통한다.
또 전쟁소설에 그치지 않고, 미스터리와 역사적 요소를 두루 활용해 누군가에게는 유대인 학살이 떠올라 눈물짓는 가슴 아픈 이야기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폭압을 막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지치지 말고 행동하라는 용기를 주는 이야기로 거듭났다. 한 권의 소설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순 없지만, 결단이 필요할 때 용기를 주는 책을 남기고 싶다는 작가의 열망이 이야기 곳곳에 절절히 드러나 있다. 그런 연유로 후카미도리 노와키는 특별히 출판사에 요청해 한국어판 첫머리에 ‘침략과 학살을 자행했던 나라임을 기억하라’는 뜻을 담아 소설을 썼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지금도 세계에서는 전쟁이 자행되고 있어 많은 이들을 고통으로 몰고 있다. 이 소설을 통해 증오와 혐오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과 틀 밖으로 나갈 힘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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