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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윤곽들
권덕행
꿈공장플러스 202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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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09

1부.
기록에 관하여 14
애도 16
여름에 걸맞은 슬픔 18
어느 쪽이든 20
부음 22
둘째 24
첫눈 26
잘 지내니 28
얼룩덜룩 30
안부 32
오늘 34
지독한 위로 36
낯선 소모 38
나의 열렬한 피사체 39
깨끗한 나라 40
무덤에 갔다 42
이석(耳石) 44

2부.
언니에게 48
무의도 49
파묘 50
미용실에서 52
너는, 개 54
북경의 어느 길 56
고추 말리는 풍경 58
유월의 분위기 60
앓을 것이므로 62
나는 당신의 64
닭개장 66
병문안 68
순두부의 기억 70
그들만의 체온 72
계절성 안부 74
이불을 널며 76
홍옥, 이라는 여자 78

3부.
헤어지는 방식 82
애플 그린 만년필 84
그림자 86
빈집 88
그럴 때가 있지 90
권태 92
망설이다 불쑥 기억이 찾아오면 94
사진 속 너에게 96
부재중 전화 97
눈물 98
관계 100
검은 치마 101
봉인된 기억 102
목련 104
곶감 106
비 내리는 자화상 108
식물이 자라는 시간 110

저자 소개 1

내가 움켜쥔 문장들은 그때의 기분이었다. 기분이 기억의 형태로 굳어지면 시가 된다. 내가 아직 말하지 못한 미지의 기분들은 알려지지 않은 나의 약력이 될 것이다. 쓰는 만큼 지워진다. 지워지면 투명해진다. 나는 그쪽으로 가고 있다. 서울시인협회가 발행하는 시 전문지 《월간시》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한 이후로 꽤 무용하게 살았다. 누군가가 뛰어갈 때 나는 앉아 있거나 먼 데를 바라보고 있기도 했다. 앞서 간다는 느낌이 없이도 삶은 흘러가고 어느새 자리를 옮겨 앉기도 했다. 나는 무용함을 나누는 일을 좋아한다. 어떤 말은 그럴 때 힘이 있
내가 움켜쥔 문장들은 그때의 기분이었다. 기분이 기억의 형태로 굳어지면 시가 된다. 내가 아직 말하지 못한 미지의 기분들은 알려지지 않은 나의 약력이 될 것이다. 쓰는 만큼 지워진다. 지워지면 투명해진다. 나는 그쪽으로 가고 있다. 서울시인협회가 발행하는 시 전문지 《월간시》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한 이후로 꽤 무용하게 살았다. 누군가가 뛰어갈 때 나는 앉아 있거나 먼 데를 바라보고 있기도 했다. 앞서 간다는 느낌이 없이도 삶은 흘러가고 어느새 자리를 옮겨 앉기도 했다. 나는 무용함을 나누는 일을 좋아한다. 어떤 말은 그럴 때 힘이 있고 아름답기도 하다.

시집 『사라지는 윤곽들』을 썼다. 시와 시 사이에 길고도 짧은 산문을 썼다. 나에게 하려던 말을 누군가에게 건넬 때, 우리는 조금 더 친밀해진다. 흩어져 있던 글들을 모았더니 어쩐지 따뜻했다. 이것을 어떤 마음이라고 부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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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30g | 123*190*8mm
ISBN13
9791192134093

책 속으로

지나친 시선이 멈칫,
호명하는 순간 정물이 되는

단정한 생각처럼 기록된다
너하고 너뿐인

기억의 저쪽이 차갑게 응결된다

망설이던 것들도 시간이 된다

기억은 기억의 바깥에서만 극적이다
사진 속, 나의 열렬한 피사체

너는 떠났고
퍽이나 자연스러운 눈웃음만 남아 있다

난파된 흉곽에 밤이 내리면
아직 도망가지 못한 것들
가장 추운 자세로 매달려 있다
도처에
--- p.39 「나의 열렬한 피사체」 중에서

유독 머리숱이 많은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머리숱이 많은 사람 혹은 몸에 털이 많은 사람의 체온
은 어떨까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은 몸에 털이 많다든지 머릿속이
복잡한 사람들은 머리숱이 많다든지 그런 것들과 연관이
있을까, 당신은 물었지

털이 많은 사람은 틀림없이
그들만의 체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나를 사랑하는 생각에 골몰하
는 당신은 무서울 정도로 뜨거웠지만 늘 혼자 웅크리고
자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무언가 빼먹을 게 없으면 당신의 온기라도 거두어 갈
까 봐 그랬을까

마음 한쪽도 내주지 않는 사람들은
체온 유지에 실패할 리가 없다
자신의 체온만으로도 한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몹시 추운 날
자신의 체온을 건네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 p.72 「그들만의 체온」 중에서

시원하니, 얘야
헤프게 엎질러 놓은 웃음 뒤로 차가운 계곡물이 흐른
여름이었구나

있잖아
나는 늘 참아 내는 사람이었지만 너한테는 좁고 가파
르게 굴었고
나는 마치 타고난 천성처럼 질서 정연하게 구는 사람이
었지만 너한테는 늘 변주하듯 널뛰었고
나는 사실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지만 너한테는 온통
내 소리로 가득 채웠구나

열었다 닫았다
열렸다 닫혔다,
너와 나의 시차들

미안하다
니가 자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니 생각을 한다

--- p.96 「사진 속 너에게」 중에서

출판사 리뷰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과 이야기를 전합니다. 말로 글로, 그리고 행동으로. 시인이 건네는 말에는 그보다 조금은 깊은 사유(思惟)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너무 깊어 그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때도 있죠.
시집 『사라지는 윤곽들』에서 권덕행 시인은 인간의 슬픔, 인생의 부재에 관해 이야기 합니다. 우리 앞에 놓인 슬픔을 모두 부려놓고 더는 슬퍼지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비로소 안정된 슬픔 속에 서 있다는 시인. 시인의 그 시간에 기꺼이 함께 해보고자 합니다.
시를 좋아하는 당신께 그 시간을 자유롭게 해 줄 『사라지는 윤곽들』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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