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현실은 중력처럼 희미한 빛, 미미한 희망이라 해도 근심의 무게 가름의 시간 겨울을 이기고 돌아온 봄 그런대로 따스하게 사순절을 지나는 동안 하나님의 숨과 만날 때 영원의 바다를 향해 축축한 흙 속에서 아름답고 넓은 땅 여백이 있는 언어 여전히 어둡지만 시간의 무늬 여유와 여백 마음의 속도 햇살 한 줌이라도 시리고 아픈 사랑 삶의 희망 막막함을 몰아내고 아무도 아닌 사람 충실한 배움 느림에 기대어 자그마한 나무 그늘 포플러 이파리가 따뜻한 바라봄 그 빛은 기억을 통해 고요하고 단순하게 무지개를 볼 때마다 욕망과 거리 두기 자기 몫의 삶 냇물이 하는 말 이웃의 일상 다가서는 움직임 내면의 풍경 꽃을 먹는 새 선의 희미한 가능성 존재의 용기 멈출 줄 아는 지혜 어떤, 편지 낮과 밤 구별법 나무의 웃음 속으로 파도를 타고 참 고맙습니다, 잘 견뎌 주셔서 주(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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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위로와 힘이 되고, 때로는 도전이 되기를 바라며,
세상을 향해 말 건네듯 느린 호흡으로 쓴 편지 코로나19로 비대면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었던 2021년 1월 첫 주부터 11월 첫 주까지, 주어진 일상을 정성 들여 살아 내는 그리스도인들과 그리운 교우들을 생각하며 쓴 마흔네 통의 편지를 책으로 엮었다. 2021년 3월에 출간한 《그리움을 품고 산다는 것》을 잇는 두 번째 목회 서신이자, 덧정 없는 시간의 강물에 떠밀리면서도 지향해야 할 방향을 잃지 않고자 몸부림쳤던 한 목회자의 기록. 시간의 공백을 메우고 싶어 쓰기 시작한 편지 코로나19가 세상을 점령하고 2년 남짓한 시간, 처음에는 용어조차 생경하기 그지없던 ‘비대면 예배’가 어느새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주일 아침마다 교회에 가는 대신 집에서 인터넷을 켜고 영상으로 예배에 참여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저자는 언제쯤이면 다시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시간의 공백을 메우고 싶어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좁게 보면 청파교회 교우들을 염두에 두고 쓴 편지이지만, 넓게 보면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살아 내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모든 이들을 생각하며 쓴 편지다. 어린 시절 저자가 서울에 유학 와서 살 때 시골에 계신 아버지에게 받은 편지처럼, 혹은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 허균과 권필 등 옛 선비들이 주고받은 편지처럼, 혹은 사도 바울이 ‘그리스도 안에 우뚝 서기를 바라며’ 교인들에게 보낸 편지처럼,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도전이 되길 바라며 한 자 한 자 정성을 들였다. 욕망에 조율된 삶은 지속 가능한가 저자는 코로나19를 일종의 ‘멈춤 신호’로 해석한다. ‘욕망의 벌판을 질주하느라 숨 가쁜 사람들’에게 ‘잠시 멈추어 서서 제 꼴을 좀 돌아보라’는 경고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 ‘멈춤 신호’에 담긴 뜻을 헤아리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씁쓸해한다. 우리는 그저 하루빨리 예전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란다.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예전처럼 욕망의 벌판을 질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삶을 점검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욕망에 조율된 지금의 삶이 과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지, 무한 경쟁이라는 수레바퀴 속에 사람들을 밀어 넣는 현재의 시스템이 과연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 곧 우리는 일상을 회복할 테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거리 두기’도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을 ‘욕망과 거리 두기’라고 말한다. 마음의 속도를 조금만 줄이고 하나님의 속도에 맞추어 살자고 당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