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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7
서평|431 작가 후기|4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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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안으로 가득 찬 새벽안개가 조금씩 밝아 오는 등불에 흐릿한 덩어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밝지 않은 새벽, 차갑게 푸른 하늘 위로 여전히 남아 있는 별빛이 보였다. 며칠 사이 기온이 빠르게 떨어졌다. 입김이 뿜어져 나오고, 곳곳에 두꺼운 얼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억 속에 멈춰 있는 곳은 멀고 먼 햇살 아래 밝은 세상이었다. --- p.10 열일곱 살의 치밍은 금방이라도 광채가 뿜어져 나올 듯한 청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새하얀 셔츠와 검은 교복을 나날이 단단해져 가는 골격과 근육이 받쳐 주었다. 남학생의 열일곱은 철컥철컥 키 자라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나이였다. 전교 일등. 반장. 시내 육상 단거리 시합에서 전날 다리를 다치고도 준우승. 평범한 가정이지만 곧 이 골목을 떠나 강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아파트로 입주할 예정. 단정하게 차려입은 교복. 머리를 염색하거나 귀를 뚫는 일도, 다른 남학생들처럼 멋있게 보이려고 교복 재킷 안에 셔츠 대신 티셔츠를 입는 일도 없는 학생. 좋아하는 과목은 생물. 그리고 유럽문예사. 입학과 동시에 각 학년 학생들의 연애편지가 쏟아졌지만, 아무리 많은 편지를 받아도 받을 때마다 얼굴을 붉히는 아이. 그런데 나는? 약간은 악의가 섞인 엄마의 말에 따르면 음기가 강하고 언제나 죽을상에 집에만 처박혀 있으니 몸에서 벌레가 나올 거 같다고 한다. 이런 내가 매일 아침 골목에서 나와는 완전히 다른 치밍을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골목 입구로 함께 걸어간다. 빛이 들어오는 입구로.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은유인가. --- p.22~24 여자아이들의 삶에는 이런 남자아이가 있다. 사랑을 느끼는 것도 아니고 남자친구도 아니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정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예쁜 것을 보면 보여 주고 싶다. 좋은 노래를 들으면 MP3 음원 파일을 보내 준다. 귀여운 노트를 보면 두 권을 사서 한 권을 준다. 그가 핑크색 딸기 무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울고 싶을 때면 가장 먼저 그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남자친구와 싸웠을 때도 가장 먼저 그를 찾는다. 언제일지 몰라도 그는 언젠가 자신의 삶에서 사라지고 다른 여자아이의 왕자님이 될 수도 있다. 그녀 역시 자연스레 공주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가장 가까운 거리 안에 머문다. 여자아이들은 온 힘을 다해 그와 그가 가진 모든 것을 탐욕스럽게 누리고 소모한 뒤 끝내는 텅 비워 버릴 것이다. 여자아이들은 잘생기고 자상한 이런 남자아이에게 언제나 부드럽게 대한다. 시간이 흘러 완벽해진 자신은 이미 이 남자아이와 아무런 관계도 없을지라도. 하지만 그 감정은 영원히 사랑을 초월한다. 이야오에게 치밍은 사랑을 초월하는 존재였다. --- p.31 너의 마음속에는 여자아이가 하나 있다. 너는 기꺼이 그녀에게 아침의 우유를 양보한다. 너는 기꺼이 그녀를 위해 한 시간 동안 자전거를 달려 임신 테스트기를 사 온다. 너는 기꺼이 그녀 대신 노트 정리를 하고 그것을 집으로 가져다준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너는 기꺼이 낯선 이들의 말을 믿고 그녀를 믿지 않는다. 그런데 네가 믿는 그 말이란 그녀가 창녀라는 것이다. --- p.43~44 사람 사이를 갈라 놓은 틈은 어느새 더 깊은 골짜기를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비가 오면 물이 흘러 다시는 건널 수 없어진다. 그 위로 짙은 안개까지 낀다면……. --- p.50 강이 있는 것 같았다. 열네 살과 열일곱 살 사이에 가로놓인 강. 1095일은 수심 1095미터가 되어 둘 사이에 놓여 있었다. --- p.54~55 치밍은 고개를 들었다. 몇 번의 겨울을 이렇게 보냈는지 알 수 없었다. 음악 소리에 맞춰 모두가 창백한 얼굴을 하고 그보다 더 창백한 하늘 아래서 틀에 박힌 듯 말없이 아직 멀리 있는 봄을 기다렸다. 땅속 깊은 곳에 스며 있는 슬픔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와 전기가 연결된 회로처럼 사지로 퍼져 나갔다. 차가운 하늘을 향해 팔을 쭉 뻗었다. 몸으로 퍼진 슬픔이 점점 위로 솟구쳐 눈언저리로 모여들었다.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았다. 드넓은 운동장. 그녀와 그는 1미터 거리에 있다. 그녀가 고개를 들고 눈을 감았다. “빨리 여기를 떠나면 좋겠다.” 그도 고개를 들었다. “나도. 얼른 먼 곳으로 가 버리면 좋겠어.” 이야오가 고개를 돌렸다. 비웃는 얼굴이었다. “야, 이 지겨운 체조도 아직 안 끝났다. 나는 너처럼 먼 곳 타령할 만큼 감정이 풍부하지 못해서 말이야. 그냥 이 학교에서 죽어 버릴 것 같아.” 치밍이 고개를 돌리자 이야오의 얼굴에서 비웃음이 사라졌다. 눈에 맺힌 눈물을 보니 말문이 막혔다. 겨울날 지는 해처럼, 심장은 한껏 처진 치밍의 입술을 따라 내려앉았다. 빨리 여길 떠나고 싶어. 얼른 먼 곳으로 가고 싶어. 하지만 너 혼자 아니면 나랑 같이? --- p.60~61 밤이 아무리 길고 차가워도 빛과 일출, 새벽안개는 여느 때와 같이 찾아왔다. 이런 세계였다. 머리 위로 교차하는 안테나도 비좁은 골목도 여전했다. 공용 주방의 수도꼭지는 언제나 제대로 잠기지 않은 채였고, 기름 연기와 떠우장(豆漿, 주로 아침에 먹는 콩국-옮긴이) 냄새는 나이테 속에 생생하게 박혀 삶의 흔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 치밍이 이야오와 마주치는 것처럼. 그녀의 이마와 얼굴에 남은 상처를 보면서 그의 마음은 엎질러진 물처럼 동요했다. 흘러내린 물은 심장과 가슴에서 넘쳐 그의 몸 낮은 곳으로 흐르고, 그곳에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 위로 작은 고통들이 비췄다. ---82p 멀리서 바라보는 그가 있었다. 멀리서 외치는 그가 있었다. 느리면서도 따뜻한 한마디가 들렸다. “야, 계속 보고 있었어.” 언제나 그랬다. 무한히 긴 시간 속의 따뜻함. 무한한 따뜻함 속의 긴 시간. 언제나 그랬다. --- p.124~125 이야오는 교실로 들어가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탕샤오미와 마주쳤다. 물을 받으러 가려는 듯 보온컵을 챙기다가 이야오를 발견하고는 손을 멈췄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팔을 뻗어 이야오에게 컵을 건넸다. “물 좀 받아다 줄래?” 크지도 작지도,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였다. 주변 사람들이 듣기에는 충분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튀지도 않았다. 아주 적당한 공격성에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두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야오는 그녀 앞에 걸음을 멈추고 말없이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책상 모서리를 잡은 손에 잔뜩 힘을 준 나머지 손톱 끝이 갈라졌다. 탕샤오미도 이야오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책상 위에 놓아둔 양철통에서 매실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녀의 미소는 소녀다우면서도 달콤했다. 볼 한쪽이 볼록 올라온 모양이 마치 종양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이야오는 컵을 받아 들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 이야오.” 탕샤오미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 다시 돌아서자 이번에는 매실의 씨를 뱉어 내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너무 뜨겁지 않게.” --- p.132~133 이야오의 예상대로 탕샤오미의 게임은 이대로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보다 지독했다. 그 오밀조밀한 얼굴이 다른 사람 눈에는 원래보다 훨씬 더 예쁘고 천진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처럼. 스웨터를 망치려면 실 한 가닥만 찾으면 된다. 실이 시작되는 곳을 찾아 그것을 계속 당기면 스웨터는 순식간에 정신없이 뒤엉킨 실뭉치가 되고 만다. 이번 일의 시작이 된 실은 같은 날 오후의 일이었다. 한 남학생이 이야오에게 100위안을 주었다. 그러고는 스웨터가 풀리듯 쉬지 않고 주르륵 풀려 나가기 시작했다. --- p.137~138 “무슨 뜻이야?” 이야오는 빗자루를 든 채 그에게 다가섰다. “그냥…… 애들이 너한테 돈을 주면 된다고…….” 남학생은 고개를 숙였다. 그가 내민 손은 그대로 허공에 어색하게 굳어 있었다. 교복 소매 밖으로 하얀 셔츠가 보였다. 유난히 깨끗한, 조금도 때가 타지 않은 셔츠였다. “무슨 뜻이냐고 묻잖아.” 이야오는 일부러 눈을 크게 떴다. 깜빡거리고 싶지 않았다. 깜빡거려서 눈물을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다. “애들이 돈을 주면 너랑…….” 남학생은 말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잘 수 있다고?” 이야오는 빳빳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남학생은 말이 없었다. 고개를 가로젓지도 끄덕이지도 않았다. “누가 그랬는데?” 깊은 숨을 들이쉬자 이야오의 말투가 조금 누그러졌다. 남학생은 살짝 고개를 들었다. 햇빛이 그의 얼굴 반쪽을 비췄다. 그는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알려 줘.” 이야오는 손을 뻗어 100위안을 받아 들었다. “걔네들하고 약속했거든. 소개해 준 사람에게 소개비로 반을 떼어 주기로.” 남학생은 고개를 들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이 이야오의 눈에 들어왔다. 어떤 꽃은 겨울의 추위 속에 시들어 가루가 되어 버린다. 사람들은 느린 듯하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가는 이 과정을 목도하곤 한다. 애초의 아름다운 향기와 색채에서 메말라 떨어지고 마는 꽃잎을. 그리고 사람들에게 짓밟혀 흙먼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사람들은 그 꽃이 한때 보여 준 아름다움은 다 잊어버리고, 별다른 감흥 없이 바람 속에 활짝 피었던 화려함을 밟고 지나간다. “네 친구 탕샤오미가 그랬어. 네가 아주 불쌍하다면서. 처음에는 안 믿었는데…….” “그럼 지금은? 지금은 믿니?” --- p.143~144 바람에 무심히 날려 온 씨앗이었다. 그것이 심장에 떨어졌다. 그리고 줄곧 깊이, 아주 깊이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적당한 순간이 오면 그것은 순식간에 깨어날 것이다. 천분의 일 초도 되지 않아 껍질을 부수고 거대한 뿌리를 내릴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몸서리를 치고는 솨악 하는 소리와 함께 해와 하늘을 가릴 무성한 가지와 튼실한 잎사귀를 뻗을 것이다. 이러한 씨앗이 모든 이의 심장에 잠들어 있다. 어느 날 말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어떤 것이 봉인의 저주를 풀어 줄 날을 기다리는 것이다. --- p.190 치밍이 무리 옆을 지나면서 보니 탕샤오미의 자리가 이상했다. 길이가 제각각인 분필 조각과 끈끈한 가루가 책상에 단단히 말라붙어 있었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남학생이 펜으로 쿡쿡 찌르며 말했다. “아이고, 이거 완전히 굳었네. 이 책상 버려야겠는데.” “탕샤오미, 너 누구한테 미움 샀어?” 한 여학생이 안됐다는 듯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 여전히 해맑고 예쁘장한 말투와 표정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하얀 꽃잎이 이른 아침 첫 햇살 속에서 활짝 피어난 듯했다. 치밍은 들고 온 아이들의 숙제를 교탁에 올려 두고 자기 자리로 돌아와 첫 시간 교과서를 꺼냈다. 그리고 아침에 사 온 플라스틱 공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고개를 돌려 이야오의 자리를 살펴보니 아직도 깨진 채로 방치된 창 옆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도 앉은 적 없는 자리인 것처럼. 한 줄기 빛이 창밖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들어와 책상 한구석을 밝히고 있을 뿐이었다. --- p.196 이야오는 외투를 걷어 내리고 일어나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두 여학생이 있는 자리에 멈춰 서서 그중 한 명을 똑바로 가리켰다. “계속 그 지저분한 입을 놀리면 꿰매지도 못할 정도로 찢어 놓을 거야.” 여학생은 겁을 집어먹고 잔뜩 움츠러들었다. “왜 이래?” 이야오는 피식 웃었다. “네 입을 좀 깨끗하게 해 주려고. 뒤에 앉아 있는데 구린내가 진동하더라고.” 탕샤오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야오, 너 뭐 하는 거야?” 이야오가 돌아섰다. 손가락으로 탕샤오미의 코끝을 가리켰다. “너도 마찬가지야.” 탕샤오미는 이를 악물었다. 단단하게 뭉쳐진 얼굴 근육이 뺨 위로 드러났다. 화가 나 얼굴까지 온통 새빨개졌지만, 두 반 학생들 앞에서 소란 피우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침 그녀 뒤에 있던 안경 쓴 남학생이 나섰다. “왜 우리 반 여자애들을 괴롭히는 거야? 네가 뭔데?” 홀쭉 들어간 얼굴에 사마귀처럼 마른 남학생을 보며 이야오는 가볍게 웃었다. “넌 그냥 앉아 있어라.” 그러고는 다시 뒷자리로 돌아갔다. 이야오의 태도에 오기가 생긴 남학생은 그냥 앉지 않고 몇 마디 구시렁거렸다. “지가 뭔데 난리야. 아무하고나 자는 걸레가.” 이야오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남학생을 향해 달려들어 힘껏 뺨을 올려붙였다. 다섯 손가락의 흔적이 순식간에 남학생의 얼굴에서 벌겋게 부어올랐다. 이야오는 가볍게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남학생은 멍하니 굳어 버렸고, 차 안은 침묵이 흘렀다. 3초쯤 흘렀을까. 남학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야오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개 같은 년이 죽으려고!” --- p.250~251 어둠 속에서 손가락 하나가 스위치를 잘못 눌러 모든 것이 처음 바로 그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 같았다. 피부를 잘라낸 후의 미묘한 통증이 신경 하나하나를 따라 빠르게 심장을 파고들어 함께 요동치는 것 같았다. 문득 깨어난 기억이 사진 속 빛바랜 얼굴들에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는 것 같았다. 거꾸로 도는 테이프가 박동하는 심장을 무대로 무수히 많은 어제를 다시 재생하는 것 같았다. 무거운 슬픔이 서로의 강한 사랑과 미움으로 파헤쳐진 오목한 길을 따라 역류하면서 강이 되어 흐르는 것만 같았다. --- p.329 같은 반이 된 치밍과 구썬샹은 거의 날마다 함께 집에 갔다. 안 그런 날은 이야오와 함께 갔다. “왜? 버림받았어?” 이야오는 자전거를 끌며 치밍과 나란히 학교를 나섰다. “응. 학생회 회의 때문에 남아야 한대. 되게 바쁘다니까.” 치밍은 머리를 긁적이며 겸연쩍은 듯 웃었다. 웃음 짓는 치밍을 바라보는 이야오의 마음속에는 한줄기 강이 흐르고 있었다. 과거 한때 느꼈던 기분과 흔들림이 모두 강 아래 고운 모래 속으로 묻혀 버렸다. 언제 다시 지각의 움직임 속에서 수면 위로 드러날지 모를 일이었다. 그때가 되면 이미 화석이 되어 버렸을지, 아니면 아무것도 남지 않고 부스러져 버렸을지 역시 모를 일이었다. 짧은 청춘의 가장 아름다운 이런 일들은 눈물처럼 반짝인 뒤 천천히 강 아래로 침잠하는 것이다. 자신의 세계를 떠난 치밍이 다시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더 매혹적인 빛을 뿜어냈다. 이제 다시는 자신과 함께 차갑고도 기다란, 그리고 어두운 골목을 지나갈 필요가 없는 그였다. “가자.” “그래.” 치밍은 고개를 끄덕이며 긴 다리를 들어 자전거에 올라탔다. 두 사람은 거대한 자전거의 흐름에 섞여 들었다. 몇 개의 도로를 건너고 갈림길에 다다르자 두 사람은 손을 흔들며 “안녕.” 하고 인사했다. 이야오는 페달을 몇 번 밟다가 고개를 돌렸고, 마찬가지로 석양 아래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치밍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녁 빛 속에서 누가 알 수 없게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 p.360~3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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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불거진 학교폭력 문제는 우리 사회를 경악시켰다. 언어폭력, 폭행, 지속된 괴롭힘, 집단 따돌림 외에도 사이버 폭력 등 한층 다양해진 방법은 물론이거니와 학교폭력 가해자의 태도가 특히 그랬다. 반성은커녕 아무 일 없다는 듯 뻔뻔한 모습은 마땅히 보여야 할 가해자의 태도가 아니었다. 잘 포장된 이미지로 가까운 곳에서, TV에서 우리의 눈과 귀를 속여 온 것이다. 그들이 거짓된 모습으로 우리를 기만하는 동안 학교폭력으로 고통받은 피해자는 어떨까? 다행히 상처를 극복하고 평안한 삶을 되찾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극심한 공포와 분노 속에서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며 아물지 않는 상처에 아파한다.
왜 우는 거야? 이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 중에서 《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은 열일곱 살 소녀 이야오와 같은 골몰에서 함께 자란 동갑내기 소년 치밍 그리고 쌍둥이 남매 구썬시와 구썬샹의 슬픔으로 가득 찬 가슴 아픈 이야기다. 책을 읽을수록 화가 치밀고 눈물을 멈출 수 없는 이 소설은 아주 잠깐 동안의 아주 작은 행복조차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다. 잔인하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좀 더 따뜻한 시선과 손길이 필요한 소녀에게 닥칠 수 있는 모든 불행을 한꺼번에 모아 놓은 듯하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 이렇게 활기찬 생명력이라니. 아무리 열악한 환경이라도 어떤 생물은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아무리 커다란 고통을 당하고 황산에 부식되고 끓는 물에 삶아져도 살 수 있단 말인가? 왜 그런 고통을 견디는 걸까?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 중에서 이혼한 뒤 본심을 숨긴 채 욕설을 일삼는 엄마에게 늘 얻어맞는 이야오의 얼굴은 하루도 성할 날이 없다. 학교에는 온갖 방법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탕샤오미가 있다. 그 무리에게 시달리는 건 이제 특별한 일도 아닐 정도다. 그런 이야오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치밍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극명하게 달라진 집안 환경과 사소한 오해가 쌓여 둘을 조금씩 갈라놓기 시작한다. 이쯤에서 한 가지 의구심이 들 법하다. 왜 더 노력하지 않는 거지? 왜 당하고만 있는 걸까? 어떻게 해서든 끔찍한 현실을 벗어날 방법이 있을 텐데. 이 소설이 잔인한 점이 바로 여기 있다. 철저하게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소년 소녀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사회.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의 무관심.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현실. 소설은 믿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사실적이다. 그래도 의구심이 든다면 관련 뉴스와 자료를 살펴보기를 바란다. 《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는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이야기의 축소판일 뿐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것이다. 어둠 속으로 슬픔에 잠긴 강이 천천히 흘렀다. 미처 피하지 못한 청춘과 시간을 삼키며. 너희는 멀리 도망칠 수도 있었어. 하지만 줄곧 여기에 머물렀지. 강물이 일렁이며 치솟아 머리끝까지 잠길 지경이 되도록. 소리며 빛조차 슬픔으로 가득 찬 이 거대한 강물을 피하지 못했다. 끝없이 펼쳐진 검은 수면이 차가운 빛을 반사하며 천천히 부풀어 오르고 달빛에 이끌려 거대한 물결이 일었다. 세상은 저항할 새도 없이 이렇게 천천히 잠기고 마는 것일까? -《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 중에서 이야오는 자신을 믿어 주는 이에게 의지하여 하루하루 버티고 하루하루 살아 있을 뿐이다. 모든 슬픔을 조금씩 차오르는 눈물로 버틴다. 하지만 그마저도 사라진다면? 가진 거라고는 슬픔뿐인 자신의 세상에서 겨우 숨만 쉴 수 있는 높이까지 눈물이 차올랐을 때 그마저도 사라져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한때 너와 나는 매일 아침 함께 저 빛이 들어오는 출구를 향해 걸었다. 이제는 그가 나를 태우고 나에게 버려진, 어둠 속의 너를 떠나고 있다. 자전거 바퀴가 한 바퀴 두 바퀴 굴러가며 천천히 너에게서 멀어져 갈 때, 나는 내가 아는 세계에서 조금씩 조금씩 버려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세계가 나를 버릴 때 나 역시 천천히 손을 놓았다. 이제 다시는 그런 아침은 없을 것이다. -《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 중에서 《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라는 제목을 보면 누구나 예상하듯이 이 소설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흐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눈물이 마를 즈음, 여전히 가슴은 아릴지라도 분명히 깨닫는 것이 있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 울고 있는 이야오와 괴로워하는 아이들을 도와주지 못해도 우리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다. 슬픔에 잠긴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까이 있는 단 한 명, 당신의 관심과 사랑이다. 당신이 내민 작은 손길은 슬픔에 잠겨 허우적거리는 그들을 건져 줄 따뜻한 햇살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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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참신하고 호소력 있는 문체가 돋보인다. 여기에 산문, 시와 같은 표현을 사용해 문학적 깊이가 더해졌다. 작품은 무거운 소재에 괴로움을 호소할 곳 없는 인물을 내세워 학생들이 직면한 현실을 여지없이 드러냈는데, 사회적 약자인 학생들을 대변하려는 작가의 목소리로 느껴진다. 작가는 학생들,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이에 일어나는 폭력과 갈등 하나하나를 사실적으로 포착했고, 작품을 통해 폭로하고 비판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방치해 온 기성세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 바이예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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