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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머리에 / 기후재난천상복구단 / 간첩 / 자본주의 / 의인 / 꽃사과 / 나무야! / 토끼 / 토끼게임 / 선거철이 되면 도라지를 캔다 / 산림청이 사라져야 산림이 산다 / 꽃이 아니다 / 법을 알거든 / 께구리 게임 / 지게 / 충청도 양반도 친구 하자 / 웃고 있다 / 돌려드려요 / 자연인 / 손 / 재두루미 / 기후변화 / 빈부무한격차 / 오! / 도살자 / 빨래 / 해바라기 신 굿 / 어느 격언집보다도 참말을 하였구려 / 좋은 거름 / 물방개와 풀쇄기 / …… (중략) …… / 엿장수 / 죄스럽습니다 / 이런 생각을 말아야 했다 / 알려도 괜찮으려나 / 천날만날 욕 먹고 살아도 좋으리 / 「샘」 기르는 순간에 오늘도 젖뿡산 노을이 졌다 / 마음속에 머무시는 선생님(봉사자 최여울) / 내게 용기를 주는 아저씨(봉사자 신예슬) / 세상에 나올 수 없는 책을, 만든다는 것(SBS 시사교양본부 이큰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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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씨돌, 용현이란 이름을 아시나요? 어디에나 있었지만 어디에도 없는 듯이 보였던 한 인간의 이름이다. ‘인간’이란 참 좋은 단어다. 그 안에는 따뜻함과 정의로움, 자연스러움 등 좋은 의미가 깃들여 있지만 동시에 영악함, 잔인함, 탐욕 등의 나쁜 의미도 있다. 우리는 인간이란 단어에서 양가감정을 느끼게 된다.
요한, 씨돌, 용현은 한 인간의 세 가지 이름이다. 2019년 6월에 방송된 다큐멘터리 SBS스페셜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 씨돌 · 용현〉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물론 방송 이전에도 그는 존재했지만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을 뿐이다. 용현은 요한과 씨돌이라는 이름으로 1980 ~ 2000년대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의 아픔이 맺힌 현장마다 나타나 온몸으로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자신을 던졌다.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써 외면하거나 무심코 지나간다. 그러나 용현은 때로는 요한, 때로는 씨돌이 되어 이 땅에 민주주의란 꽃을 피우기 위해 뿌리가 되고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에서 사람을 구하고 강원도 정선 봉화치 마을에서 대자연도 지켜내었다. 그는 늘 남을 돕고 홀연히 사라지는 사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정의를 위해 사투한 현실판 홍길동과 같은 사람이었다. 2019년 SBS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그를 찾았을 때, 그는 몸의 오른쪽이 마비되고 언어장애까지 동반돼 돌보는 가족도 없이 병마에 시달리는 상황이었다. 민주화운동을 했던 당시 고문과 폭행을 당해 후유증에 시달리던 그는 봉화치 마을에서 일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졌던 것이다. 용현의 안타까운 사정은 이 땅에서 선한 일을 하다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무명씨들을 상징한다. 그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왜 모든 것을 내던졌냐. 대체 왜 이렇게까지 살았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는 짧은 글로 답했다. 이 세상에는 용현과 같은 가슴 따뜻한 인간, 어떤 상황에서도 선한 의지를 발동하는 인간들이 많다. 이 책의 사진 작업을 담당한 신미식 작가도 그런 사람이다. 평생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력하며 그것을 고스란히 렌즈에 담아왔던 신 작가는 다큐멘터리에도 참여했을 뿐 아니라, 용현의 마음이 담긴 글에 가장 어울리는 사진을 담아내기 위해 진심을 다했다. 이번에 발간한 『뿍떼기』는 ‘인간미 넘치는 세상’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담은 용현의 글과 신미식 작가의 사진이 어우러진 묵상집이다. 이 묵상집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을 위해 각자의 방법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뿍떼기는 쟁기 등 농기구의 바닥에 끼우는 넓적한 삽 모양의 쇳조각을 말하는 경상북도 사투리. 바닥에 위치해 있어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하지만 그것이 없으면 농기구는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다. 결국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마치 우리네 인생에서 요한, 씨돌, 용현과 같은 이름 모를 영웅들의 역할과 같이…. SBS의 다큐멘터리 방송 이후 지금까지 3년의 시간 동안, 용현은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왼손을 사용해 삐뚤삐뚤한 글씨로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도움과 노력으로 드디어 한 권의 푸르고 반듯한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요한, 씨돌, 용현과 같은 이 땅의 모든 선한 이들을 응원하고, 더 많은 이들이 소망을 품고 ‘인간미 넘치는 참세상’을 위해 헌신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출간됐다. “씨돌 아저씨의 글에는 아저씨 특유의 서사가 있습니다. 아저씨의 독특한 생애, 경험, 철학, 표현이 응축된 문장은 독자에게 일차적으로 쉽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저씨의 글은, 몸에 좋은 현미밥이라고 생각합니다. 꼭꼭 씹고 천천히 음미해야 감동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 SBS 시사교양본부 이큰별 PD 물이 고이고 스미듯이 눈이 날리고 꽃보리가 치듯이 친구 하자 박하 향 연보라빛 꽃송이를 떨어진 꽃가지가 감싸 주듯이 휘어진 나무에 어린 개구리가 모여들듯이 매미가 어느덧 스스로 날개를 뒤집지 못하듯이 향기 찬 바람이 못다 한 사랑을 몰고 가듯이 친구 하자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