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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바다와 만나다 32 숲에 가다 58 집, 창고 82 안개 116 꽃이 피다 132 겨울 154 캠핑 188 Tree 202 못다 한 이야기 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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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왔다고 생각했다.
등 뒤로 부는 바람이 나를 재촉한다고 생각했다. 멈추지 못하도록 바람이 자꾸만 등을 밀어댄다고 느꼈다. 그런데 제주의 바람 앞에 서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무게가 새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더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었다. 맞아, 잠시 쉬어가자. 제주의 숲은 나에게 깊은 쉼을 준다. 등 뒤에서 미는 바람은 재촉이 아니라 위로였다. 지친 나를 위로하는 바람의 온도가 그렇게 느껴졌다. --- p.60 「쉼이 필요할 때」 중에서 낯선 숲으로 들어갔다. 사람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은 듯 거칠고 투박했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새가 날아간다. 바스락, 하는 내 발자국 소리에 나도 놀란다. 작은 숨소리조차 크게 들리는 짙은 고요. 빼곡한 나무숲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깊은 잠을 깨우듯 아침 햇빛이 숲속 곳곳을 비추기 시작한다. 모든 성장은 고요 속에서 이뤄진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숲의 나무들은 조금씩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오늘 이름 없는 숲에서 나는 깊은숨을 쉴 수 있었다. 숨을 참아왔던 많은 시간들, 어깨를 누르는 삶의 무게 이 숲에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을 것 같은 나무들에게 나의 슬픔을 푸념한다. 그렇게 내뱉은 슬픔이 나에게서 멀리 떠나갔다. 나는 다시 기운을 얻고 숲을 나와 나만의 길을 갈 수 있게 되었다. --- p.74∼75 「낯선 숲으로 들어갔다」 중에서 섬에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낯선 이들은 제주를 탐닉하고 제주를 떠난다. 섬에 들어오고 떠나는 사람들의 반복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낯선 사람들의 체취가 섬에 가득하다. 정작 이 섬에 살던 사람들은 낯선 향기를 피해 꼭꼭 숨는다. 익숙함과 다름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 p.108 「당신이 떠나간 자리」 중에서 길은 이어지다가도 끊어진다. 사람도 이어지다가 끊어진다. 끊어진 것 같지만 어느새 이어지는 인연도 있다. 이어지는 길, 끊어지는 길. 그 길이 있는 풍경에 나를 맡긴다. 이번에 나를 이어줄 것은 사람인가, 제주인가. 빛나지 않는 길을 오랜 시간 묵묵히 걷다 보면 스스로 빛이 되어 그 길을 비추는 사람이 된다! 그 빛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고 결국 그 길은 빛나는 길이 된다. --- p.124∼125 「길을 걷다 보면」 중에서 나에게 꿈이 남아 있을까? 그렇다면 그 꿈은 무엇일까? 바보처럼 아직도 꿈에 대해 진지하다. --- p.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