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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 신미식
2008년 처음으로 에티오피아를 만났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면서 느꼈던 그 날의 기억들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그토록 생생하게 내 머릿속에 저장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무런 정보도 없이 찾았던 이곳에서 나는 사진가로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날 이후로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나는 이 나라를 17번 방문했다. 17번의 여행에서 카메라가 우선인 적은 많지 않다. 그냥 이 나라가 좋았고, 이 나라 사람들이 좋아서 이 땅을 탐닉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은 사진 한 장 찍지 않은 채로 사람들과 커피를 나누는 것이 좋았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시골에서 그들이 내어주는 커피 한 잔이 소중했고 감사했다. 이들에게 커피는 삶의 중심이고, 나에게 커피는 이들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여행에서 가장 감동을 주는 대상은 화려한 풍광이 아니라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 나라. 새로움 보다 익숙한 과거를 만날 때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나라. 낯설지 않은 것들로부터 오는 편안함. 왠지 다른 세상의 나를 만나듯 에티오피아에서 보냈던 낯선 시간들이 편안했다. 에티오피아의 풍광과 내가 만난 사람들로 인해 내 안의 고정관념들이 깨어지기 시작했고, 그 순간 카메라는 심장소리와 함께 요동쳤다. 나에게 에티오피아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동경의 대상이다. 그 아름다운 풍광과 사람들을 10년에 걸친 작업으로 세상에 내어놓게 됐다. 묵묵히 걸어온 길 만큼이나 심장이 뛰는 아름다운 시간들이 사진으로 나타날 수 있기를 바란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듯 딴 짓을 한다. 마음은 바쁘고 시간은 없는데 딴 짓을 한다. 에티오피아 10년의 기록을 준비하면서 내 머릿속을 지배했던 수없이 많은 생각과 결정, 그리고 포기. 사진을 한다는 것이 세월이 지날수록 어렵다. 한 장의 사진을 선정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갈수록 길어진다. 그래서 자꾸만 그 긴장감에서 벗어나려 딴 짓을 한다. 바쁜 와중에 하지 않아도 좋을 청소를 하고, 짧은 여행을 떠난다. 떠나 있어도 생각은 온통 전시와 출판에 대한 생각뿐인데 탈출하듯 거리를 배회한다. 매번 이렇게 전시를 준비하는 시간들이 고통이며 희열이다. 사진은 특별한 장면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가 존재하는 곳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사진이다. 내가 걸었던 길. 내가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집에 들어가 마신 커피 한 잔. 정성스럽게 볶은 커피를 기꺼이 나눠준 사람들. 내가 추구한 이 평범한 에티오피아의 일상이 누군가에겐 오래도록 깊은 여운으로 간직되길 바란다. 자극적이거나 특별한 장면이 없어도 좋은 그런 사진들이 분명 감동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사진 한 장은 찍는 순간부터 이번에 세상에 내어놓기까지 내 심장을 울렸다. 사진을 찍고 2년이 되어서야 난 그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만난 이른 아침의 그 길과 사람들. 그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이들의 일상이다. 이른 아침 길을 나서는 사람들의 뒷모습과 끝없이 펼쳐진 길. 그 길에서 카메라를 들고 나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 사진 한 장은 나에게 2년 동안 사랑이었고 개봉하지 않은 귀한 선물이었다. 그런 사진을 이번 기회에 보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느낀 그 날의 감정과 같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쩌면 나보다 더한 감동을 받는 이들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군가 질문을 한다.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어떤 사진인가요?” 그동안 나는 이 질문에 단 한 번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었으면서도 자신 있게 내어놓지 못했던 나만의 사진 한 장. 그러나 나에게 그런 사진이 생겼다. 좋은 사진이란 결과도 중요하지만 촬영하는 순간의 감동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결과도 좋으면 좋겠지만 현장에서 셔터를 누르던 그 날의 감정이 복받쳐 올 정도라면 사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가 있다. 내 마음에 이미 그 순간의 모든 컷들이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마음속에 저장된 사진들. 그건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는다. 나에게 그런 사진 한 장이 남겨졌다는 건 축복이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다시 보면서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갔다. 에티오피아 땅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 느꼈던 감정들이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작가에겐 축복이다. 모든 시간을 사랑으로 받아들였기에 10년 동안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내가 만난 에티오피아 사람들과 풍광, 그들의 문화를 이번 전시와 사진집을 통해 알리고 싶다. 애티오피아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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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응시, 신미식 사진에 포박된 개념들
사진작가 신미식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무척이나 많다. ‘1세대 여행 사진가’, ‘사진에 미친놈’, ‘마다가스카르 전도사’, ‘감성 포토그래퍼’, ‘아프리카 전문 사진작가’ 등, 대표적인 것만 추슬러도 네댓 개가 넘는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필자는 ‘정직한 응시’에 마음이 간다. 굳이 미학적인 설명을 곁들이지 않아도 그가 바라보는 세상과 자연, 인간은 너무나 따뜻하고 가슴을 일렁이게 한다는 것, 그것에는 ‘응시’ - 꾸밈없는 정직한 응시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홍경한 (미술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