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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011 매화(梅花) 018 게(蟹) 023 검려지기(黔驢之技) 030 조어삼매(釣魚三昧) 035 구와꽃 037 두꺼비 연적(硯滴)을 산 이야기 042 머리 047 답답할손 X선생 051 팔 년 된 조끼 054 안경 058 동해로 가던 날 063 추사(秋史) 글씨 067 김 니콜라이 072 은행이라는 곳 077 답답한 이야기 082 이동음식점(移動飮食店) 084 신형 주택 086 노시산방기(老枾山房記) 094 육장후기(醫莊後記) 103 원수원(袁隨園)과 정판교(鄭板橋)와 빙허(憑虛)와 나와 107 생각나는 화우(畵友)들 Ⅱ 119 시(詩)와 화(畵) 124 예술에 대한 소감 126 골동설(骨董說) 130 거속(去俗) 135 조선조의 산수화가 149 최북(崔北)과 임희지(林熙之) 159 오원(吾園) 일사(?事) 173 승가사(僧伽寺)의 두 고적(古蹟) 185 광개토왕 호우(壺盂)에 대하여 199 발(跋) |
金瑢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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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에 매화가 구름같이 피었더군요. 가난한 살림도 때로는 운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 수묵(水墨) 빛깔로 퇴색해버린 장지 도배에 스며드는 묵흔(墨痕)처럼 어렴풋이 한두 개씩 살이 나타나는 완자창(卍字窓) 위로 어쩌면 그렇게도 소담스런, 희멀건 꽃송이들이 소복(素服)한 부인네처럼 그렇게도 고요하게 필 수가 있습니까.
--- 「매화」 중에서 두꺼비로 치고 만든 모양이나 완전한 두꺼비도 아니요, 또 개구리는 물론 아니다. 툭 튀어나온 누깔과 떡 버티고 앉은 사지(四肢)며 아무런 굴곡이 없는 몸뚱어리― 그리고 그 입은 바보처럼 ‘헤―’ 하는 표정으로 벌린데다가, 입 속에는 파리도 아니요 벌레도 아닌, 무언지 알지 못할 구멍 뚫린 물건을 물렸다. 콧구멍은 금방이라도 벌룸벌룸할 것처럼 못나게 뚫어졌고, 등어리는 꽁무니에 이르기까지 석 줄로 두드러기가 솟은 듯 쪽 내려 얽게 만들었다. 그리고 유약을 갖은 재주를 다 부려가면서 얼룩얼룩하게 내려 부었는데, 그것도 가슴편에는 다소 희멀끔한 효과를 내게 해서 구석구석이 교(巧)하다느니보다 못난 놈의 재주를 부릴 대로 부린 것이 한층 더 사랑스럽다. 요즈음 골동가들이 본다면 거저 준 대도 안 가져갈 민속품이다. 그러나 나는 값을 물을 것도 없이 덮어놓고 사기로 하여 가지고 돌아왔다. 이날 밤에 우리 내외간에는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쌀 한 되 살 돈이 없는 판에 그놈의 두꺼비가 우리를 먹여 살리느냐는 아내의 바가지다. 이런 종류의 말다툼이 우리집에는 한두 번이 아닌지라 종래는 내가 또 화를 벌컥 내면서 “두꺼비 산 돈은 이놈의 두꺼비가 갚아줄 테니 걱정 말아”라고 소리를 쳤다. 그러한 연유로 나는 이 잡문을 또 쓰게 된 것이다. --- 「두꺼비 연적을 산 이야기」 중에서 오원은 광무(光武) 정유(丁酉, 1897)에 오십사 세로서 몰(歿)하였다고 하나, 실은 사(死)한 것이 아니요 그의 행방이 불명한 채 없어졌다고 하는 말이 더 신빙되엄직하다. 그것은 오원이 평상시에 늘 말하기를, 사람의 생사란 부운(浮雲)과 같은 것이니 경개(景槪) 좋은 곳을 찾아 숨어버림이 가(可)할 것이요, 요란스럽게 앓는다 죽는다 장사를 지낸다 하여 떠들 필요가 무어냐고 했다는 말과, 또는 그와 친교를 매우 깊이 맺었다는, 청일전쟁 당시에 종군기자로 갔다가 경성에 거주한 일이 있는 고(故) 우미우라 아츠야(海浦篤彌)란 이의 말에 의하면, 매일같이 상봉하던 오원이 수년래로 거처가 불명되었으니 그는 필연코 신선이 된 것이라고 한다는 말을 전문(傳聞)하고 보면, 사실에 있어 그가 정말 신선이 되어 갔는지도 또한 모를 일이다. 이리하여 오원은 전생의 숙업인 것처럼 배운 적 없는 그림에 천성으로 종사하다가 그 세상을 버림이 또한 신선이 잠깐 머물다 가듯 하였으니, 장수한 그라면 지금 생존했대야 구십칠 세밖에 안 되었을 최근년의 인물이면서도 너무나 기발한 그의 생애가 마치 신화 속의 인물이나 되는 것처럼 우리에게 일종 신비적인 선모심(羨慕心)을 자아내게 한다. 아마도 오원은 신선이 되었나 보다. --- 「오원 일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