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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밥상을 차리며
#1 시절과 함께 보낸 한 끼: 콩나물 비빔밥 #2 반찬은 다 차려두었어: 가정식 백반 #3 우리만의 고유한 음식: 토마토 스튜 #4 단골집이 좀 많습니다: 짜장면과 탕수육 세트 #5 오늘을 축제처럼 만들고 싶을 때: 햄버거 #6 괜찮아, 고등어나 먹자: 생선구이 #7 물엿을 먹은 것 같은 날엔: 제육볶음 #8. 서툰 청춘이 돌돌 말린 음식: 캘리포니아 롤 #9 코로나 시대의 끼니: 배달 음식 #10 이 계절을 즐기는 방법: 제철 음식 #11 집이라는 기억을 끓입니다: 카레라이스 #12 덮어놓고 좋아하는 메뉴 하나쯤: 순대 #13 앞 접시 주시겠어요?: 부대찌개 #14 너와 나의 속도, 너와 나의 소리: 국수 #15 이런 아침을 바랐다: 에그베네딕트 #16 오늘도 진실에 가까운 식사를 한다: 밥상을 물리며 참고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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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한 끼를 해결하고 다음 날도 똑같은 식사를 반복하는 사람, 맛보다는 양, 속도, 가격이 더 중요한 사람, 밥을 먹는다는 게 행복이라는 걸 알지만 한편으로 무척 허전하고 슬픈 일이라는 걸 느껴 본 사람과 둘러앉아 나누면 좋을 소박한 한 상을 여기에 차려 보았다.
--- 「밥상을 차리며」 중에서 내가 그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컨테이너 식당의 한 끼 덕분이었다. 내가 그 시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참기름 냄새 그윽한 비빔밥 한 그릇 덕분이었다. 그런 끼니를 나는 진실한 한 끼라 부르고 싶다. 아마 컨테이너 식당을 지키던 아주머니는 당신의 국자가 어떤 이의 삶을 미미하게나마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누구도 그런 걸 알 수는 없다. 그저 내가 추억할 뿐이다. --- 「시절과 함께 보낸 한 끼: 콩나물비빔밥」 중에서 누군가 ‘요리’와 ‘조리’는 다르다고 말했다. 자신이 요리를 한다는 자부심이 있던 사람의 말이다. 생업을 하다가 한 시간 짬을 내어 먹는 밥이 언제나 ‘요리’일 수는 없다. 그의 기준에서 백반은 불가피하게 ‘조리’다. 일상성과 반복성, 연속성을 피할 수 없다. 나는 바싹 마른 어묵 쪼가리가 껴 있다 해도 이 끝없는 권태 속에서 가능한 한 끼는 제대로 챙겨 먹자는 백반의 마음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 「반찬은 다 차려두었어: 가정식 백반」 중에서 어떻게 한 그릇 안에 소박함과 화려함이 함께 담길 수 있을까? 국물과 밥과 고기와 김치가 한 번에 입안에서 씹힐 때 올라오는, 거의 달달하다고 해야 할 혀에 감기는 감칠맛. 순댓국을 먹기 전까진 거의 당면 순대만 먹어 봤던 나에게 고기, 채소 비율이 높은 ‘순댓국용 순대’는 한결 어른스러운 맛이었다. 성인이 되면 순대 타운에 앉아 ‘기꺼이’ 소주를 마실 줄 알았는데, 막상 어제 먹은 술 해장을 하거나 그냥 좀 저렴하게 고깃국 먹고 힘내자고 ‘부득이’ 순댓국을 뜨는 날이 훨씬 많았다. --- 「덮어놓고 좋아하는 메뉴 하나쯤: 순대」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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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한 끼를 해결하고 다음 날도 똑같은 식사를 반복하는 사람, 맛보다는 양, 속도, 가격이 더 중요한 사람, 밥을 먹는다는 게 행복이라는 걸 알지만 한편으로 무척 허전하고 슬픈 일이라는 걸 느껴 본 사람과 둘러앉아 나누면 좋을 소박한 한 상을 여기에 차려 보았다.
--- 「밥상을 차리며」 중에서 내가 그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컨테이너 식당의 한 끼 덕분이었다. 내가 그 시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참기름 냄새 그윽한 비빔밥 한 그릇 덕분이었다. 그런 끼니를 나는 진실한 한 끼라 부르고 싶다. 아마 컨테이너 식당을 지키던 아주머니는 당신의 국자가 어떤 이의 삶을 미미하게나마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누구도 그런 걸 알 수는 없다. 그저 내가 추억할 뿐이다. --- 「시절과 함께 보낸 한 끼: 콩나물비빔밥」 중에서 누군가 ‘요리’와 ‘조리’는 다르다고 말했다. 자신이 요리를 한다는 자부심이 있던 사람의 말이다. 생업을 하다가 한 시간 짬을 내어 먹는 밥이 언제나 ‘요리’일 수는 없다. 그의 기준에서 백반은 불가피하게 ‘조리’다. 일상성과 반복성, 연속성을 피할 수 없다. 나는 바싹 마른 어묵 쪼가리가 껴 있다 해도 이 끝없는 권태 속에서 가능한 한 끼는 제대로 챙겨 먹자는 백반의 마음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 「반찬은 다 차려두었어: 가정식 백반」 중에서 어떻게 한 그릇 안에 소박함과 화려함이 함께 담길 수 있을까? 국물과 밥과 고기와 김치가 한 번에 입안에서 씹힐 때 올라오는, 거의 달달하다고 해야 할 혀에 감기는 감칠맛. 순댓국을 먹기 전까진 거의 당면 순대만 먹어 봤던 나에게 고기, 채소 비율이 높은 ‘순댓국용 순대’는 한결 어른스러운 맛이었다. 성인이 되면 순대 타운에 앉아 ‘기꺼이’ 소주를 마실 줄 알았는데, 막상 어제 먹은 술 해장을 하거나 그냥 좀 저렴하게 고깃국 먹고 힘내자고 ‘부득이’ 순댓국을 뜨는 날이 훨씬 많았다. --- 「덮어놓고 좋아하는 메뉴 하나쯤: 순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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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 끼, 잘 먹거나 거르거나
직장인의 유일한 낙, 점심시간. 오전 11시, 오늘 메뉴를 고민하는 시간이다. 사무실을 빠져나갈 타이밍, 식당으로 가는 최단 거리, 어느 집 줄이 짧을까 눈치 싸움까지. 매일이 첩보전이다. 그래서 점심 한 끼가 버겁고 번거로운 사람도 있다. 대충 아무거나 먹고 어디 숨어서 쉬거나 자리로 돌아와 쪽잠을 자는 게 행복인 사람. 차라리 굶고 그 시간에 짧은 취미 활동이라도 해야 하는 사람. 끼니때는 어김없이 찾아오고, 식사도 굴레요 속박이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를 말해 준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을 말해 준다.” 프랑스의 이름난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의 말이다. 그리고 좋은 먹거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 말을 가져다 ‘잘 먹고 잘 살기’ 캠페인을 벌인다. 라면과 김밥, 편의점 도시락을 자주 끼니 삼았던 사람들에게 정말 먹는 음식이 그 사람을 대변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진실한 한 끼’를 찾아서 저자는 매일같이 편의점 음식을 먹었고, 어느 순간 이것도 참 괜찮은 식사라고 생각했다. 편의점 음식이 ‘진실한 한 끼’ 같다고. 그때, 의문에 빠진다. 정말 ‘진실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한 식사가 여기까지일까? 기억을 거슬러 오르며 유난히 기억에 남는 한 끼를 돌이킨다. 돈도 아끼고 시간도 아끼려고 허름한 간이식당을 찾았다가 빤히 감격하고 돌아온 날들. 정말 어떤 시절을 버티는 데 도움이 된 한 끼가 있었고, 평생의 식습관을 좌우하게 된 결정적인 한 끼도 있었다. 바로 ‘진실한 한 끼’였던 것이다. 화려한 정찬보다 소박한 백반을 좋아하는 당신에게 콩나물 비빔밥, 짜장면, 잔치국수, 순댓국, 점심 백반. 어제도 먹었고 내일도 먹을지 모를 평범한 메뉴들. 하지만 아는 맛이 무섭다고 하지 않나. 매일 무언가를 정신없이 먹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값비싼 코스 요리보다 부대찌개가 더 큰 기쁨일 수 있다. 주방에서 쓱쓱 비벼 내어 주는 비빔밥 한 그릇이 화려한 브런치보다 우리를 웃음 짓게 할 수 있다. 정찬보다 백반을 더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저자는 빠르고 저렴하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모든 음식을 응원한다. 이 에세이를 마주하며 나만의 ‘진실한 한 끼’ 목록을 만들어 보셔도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