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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국이에요? … 009
성심학교 … 047 에메랄드 시티 … 067 스타일리스트 … 091 한 조각 … 113 묘기를 구경하다 … 139 모자 돌리기 … 163 푸에르토바야르타 … 181 스페인의 겨울 … 207 조세핀에게 보내는 편지 … 229 달의 자매 … 257 옮긴이의 말 … 277 |
Jennifer E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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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각가가 아니었다, 화가도 아니었다, 무엇을 만들어내는 부류가 아니었다. 그 오랜 세월을 죽어라 일하며 이루고자 했던 건 더도 덜도 아닌 지금 우리가 누리는 바로 그 삶이었다. 그걸 내친다면 지금껏 뭣 때문에 살았단 말인가?
--- p.22 그후로 딴생각에 빠지기 일쑤였다. 성심학교 문으로 들어갈 때는 배와 팔이 실제로 아팠다. 이곳은 어맨다가 버린 장소였다. 그애는 다른 것들과 함께 나를 두고 떠났다. --- p.60 그는 스테이시가 멀리서 돌아보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녀는 그를, 그들이 함께한 이쪽 세상을, 자신이 한때 믿었던 환하고 반짝이는 꿈인 것처럼 돌아보고 있었다. “나도 데려가.” 그가 말했다. --- p.89 나는 생각한다. 한 조각만 맞추면 모든 게 좋아질 것이다. 전쟁터에서 총을 내려놓는 군인들처럼. 딱 한 조각만 바로잡으면. 그런데 그게 뭘까? --- p.135 그녀는 다이애나가 익히 아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이 저지른 불장난에 발목이 잡혔고, 이제 인생을 돌이킬 방도가 영영 사라져버린 게 아닌가 생각하는 어린 여자의 환멸과 두려움에 찬 표정. --- p.159 “물론.” 그녀가 말했다. “원하는 걸 차지하는 건 시작에 불과하죠. 힘든 건 그걸 계속 붙잡고 있는 거예요.” --- p.172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이미 위험한 거야.” --- p.196 그는 사라져버렸고, 내 물건들도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내가 갈망했던 경지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런 것 같다. 체념의 경지. 그런데도 내 마음은 자꾸만 제이크에게?자기 인생은 끝났다는 그 치가 떨리는 믿음에?기울고 있다. 말할 수 없이 달콤하고, 다분히 멜로드라마적인 기분이다. 겨우 서른둘밖에 안 된 주제에. 새삼스레, 나 역시 그와 같은 나이라는 사실이 가슴을 친다. --- p.226 내가 서른네 살이 되면, 오늘밤도 백만 년 전의 기억이 될 것이다. (……) 그러자 지금 이 순간의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다. 언젠가는 이곳에 있었던 것이 얼마나 행운이었는지도 깨달으리라. --- p.2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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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국이에요?」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샘은 횡령 정황이 포착되어 내사가 시작되자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중국으로 도피하듯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그를 이 지경에 빠뜨린 사기꾼과 맞닥뜨린다. 그곳 신문사의 기자 행세를 하며 뻔뻔하게도 샘을 전혀 몰라보는 척하는 그 작자는 그와 그의 가족에게 시안행 기차표를 구해주고 가이드까지 자처한다. 「성심학교」 가톨릭 학교에 다니는 세라는 전학생 어맨다의 자해 현장을 목격한다. 학교에도 새아빠가 생긴 집에도 마음을 못 붙이는 세라는 어딘가 그늘진 어맨다가 자신과 같은 부류라고 생각해온 터였다. 그날 어맨다는 태연히 대신 상처를 내달라며 부탁하고 두려움을 참고 끝까지 해낸 그녀에게 키스해준다. 어느 날 말도 없이 학교에서 모습을 감춘 어맨다와 세라는 뜻밖의 장소에서 재회한다. 「에메랄드 시티」 힙스터의 삶을 바라며 뉴욕에 와 포토그래퍼의 조수로 일하는 로리에게는 모델 지망생 여자친구가 있다. 잘나가는 모델로 전 세계를 누비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스테이시, 번번이 좌절하는 그녀를 곁에서 비참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는 로리, 둘에게 뉴욕은 다가가도 결코 닿을 수 없이 멀리 떨어진 채 빛을 발하는 곳 같다. 「스타일리스트」 몇 년째 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버나뎃, 지금은 철없고 변덕스러운 십대 모델들과 함께 사막의 패션사진 촬영 현장에 있다. 매력적인 포토그래퍼와 함께 하룻밤을 보내며 세계 곳곳의 촬영지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던 중 자신이 스타일링한 옷을 입은 모델 사진이 아닌 자기 사진은 한 장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 조각」 브래들리는 열 살 때 실수로, 정말 실수로 엄마를 죽게 한 뒤 위험천만한 모험에 자기를 내던지며 살아간다. 홀리는 그런 오빠에게서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고 지켜주려 한다. 거칠고 충동적인 브래들리를 향한 주위의 우려가 커져가는 가운데, 홀리는 그에게 씌워진 죽음의 오명을 걷어내기 위해 과감한 방법을 택한다. 「묘기를 구경하다」 다이애나와 제임스 부부는 소니의 약혼을 축하하기 위해 선상 파티를 연다. 제임스의 친구이자 남의 신부 뺏기가 취미인 난봉꾼 소니는 이번에도 딴 남자와의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있던 젊은 여자와 함께다. 취기가 오르자 소니는 느닷없이 오래전 그 일을 폭로하고, 두 남자는 엉겨붙어 싸우기 시작한다. 「모자 돌리기」 저택을 사들이고 자식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여름이면 파티를 여는, 여유롭고 안정적인 삶을 사는 샬럿에게는 스릴을 맘껏 즐기며 숱한 염문을 뿌리는 캐서린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이 년 전 캐서린의 권총 자살 소식을 들었지만 샬럿은 크게 놀라지 않는다. 「푸에르토바야르타」 멕시코의 휴양도시 푸에르토바야르타로 여행 온 엘런 가족. 그곳에서 아빠는 딱 한 번의 외도 사실을 고백하지만, 엘런은 거짓말이라는 걸 안다. 호주로 출장 간다는 아빠가 딴 여자와 있는 걸 보고 말았다. 「스페인의 겨울」 서른두 살 앨리슨은 이혼 후 무작정 떠나왔다. 위험하고 아름답고 공허한 겨울의 스페인으로. 낯모르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며 떠도는 기이한 여정 중에 지난 결혼생활이, 두고 온 딸에 대한 기억이 불쑥불쑥 끼어든다. 대학 동창과의 우연한 만남, 이후의 작은 해프닝은 아직 다 끝난 게 아니라는 깨달음의 순간으로 이어진다. 「조세핀에게 보내는 편지」 부유하지만 지루한 파커와 결혼한 루시. 보라보라섬의 아름다운 해변으로 여행 온 참이지만 남편의 관심은 온통 전쟁 관련 책에 쏠려 있다. 그곳에서 미모의 금발 여자를 보고 루시는 소식이 끊긴 옛친구 조세핀을 떠올린다. 「달의 자매」 유니언스퀘어를 본거지로 몰려다니며 약을 하고 그라피티를 일삼는 그 패거리에 끼고 싶고 경찰에 붙잡히는 것보다 따돌림을 당하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 톨리지만, 그들과 완벽한 ‘달의 자매’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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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망도 이루어진다는 에메랄드 시티까지
변화와 구원에 대한 열망으로 각자의 여정을 시작한 사람들 자기 현실의 바깥에서 뭔가를 찾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 『에메랄드 시티』 속 인물들은 인생의 벼랑 끝에 서 있다. 그들이 처한 현실은 오랫동안 염원해온 바람을 저버리고 좌절감만 안길 뿐이다. 월가에서 뼈빠지게 일하며 중산층 가정을 꾸려온 가장에게도, 꿈을 좇아 화려한 도시로 찾아든 모델 지망생에게도, 몇 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한 스타일리스트에게도, 지금껏 남부럽지 않은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부해온 젊은 여자들에게도, 외로움을 채워줄 존재를 드디어 찾았다고 생각한 십대 여자아이들에게도 위기는 찾아온다. 가정을 지탱하려다가 사기를 당해 횡령까지 저지르고, 원하는 자리에 모델로 발탁될 길은 끝내 보이지 않고, ‘일하는 동네’ 분위기상 자신은 가진 것 없이 이미 늙어버렸다는 느낌이 엄습하고, 여유롭고 안정적이었던 관계가 외도 고백으로, 과거 폭로로 흔들리는 순간이 닥치고, 애써 다가간 친구들은 말 한마디 없이 모습을 감추거나 무시하고 따돌린다. 이들은 그래서 여행을 떠난다, 탈출을 희망하며 자기 현실의 바깥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한다. 이는 “참담하지만 거치지 않고선 이른바 성찰을 얻을 수 없는 과정, 그래서 특별히 여정이라 불리는 것”(277쪽)이다. 그들이 여행을 떠났을 때도 그런 기대가 있었으리라. 도로시가 예기치 않은 사고로 오즈에 불시착한 것과 달리, 그들은 막연하지만 절실한 목적성을 가지고 여행을 떠났다. 그들이 어떤 소망도 이루어진다는 머나먼 ‘에메랄드 시티’까지 간 것은, 다만 물리적인 귀향을 바랐던 도로시와 달리, 변화를, 내처 구원을 기대해서였던 것 같다. 277~278쪽, ‘옮긴이의 말’에서 때로 녹록지 않은 이 길을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지나간다. 자기 자신 그리고 피하고 싶었던 아픈 과거와 대면하면서. ‘여행지는 가혹한 운명의 시험장이 되기도’(278쪽) 하지만, ‘여행의 하찮은 일화가 절망에 빠진 삶을 단숨에, 희망으로 전향시키기도’(283쪽) 한다. 지난 관계를 끊어낸 여자들은 이후에도 또다른 인생이 가능할 것임을 깨닫고, 십대 소녀들은 불안했던 시절을 견디고 살아남을 것이다. 꿈은 가까이 가도 멀어지기만 할 뿐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지만, 이제 “이도 저도 안 되면 그때는 세상을 달리 보게”(89쪽) 될 거라고, “새로운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211쪽)다고 담담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해도 삶은 다른 전망을 보여준다.”(280쪽) 제니퍼 이건은 각각의 단편에서 이 모든 인물을 날카롭지만 사려 깊은 시선으로 그려 보이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언론평 제니퍼 이건은 인생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을 향한 탁월한 공감을 보여준다. 그녀의 이야기들은 희망과 구원의 힘을 찬양한다. 알알이 빛나는 목걸이와도 같아서, 숨이 멎을 정도다. 글래머 이건의 목소리는 한계가 없다. 모든 이야기에서 변화의 순간은 대단히 세심하게, 특유의 스스럼없는 방식으로 구축되어 있다. 댈러스 모닝 뉴스 날카로운 시선과 우아한 산문. 그녀는 리얼리티가 환상으로 변하는 초월적인 장소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뉴욕 뉴스데이 이야기들은 이건의 생기 넘치는 이미지, 분위기와 장소의 적확한 연출로 반짝거린다. 대단히 지적이고 기품 있는 작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