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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서늘한 정신
서늘한 정신|한들굴 통신|좁은 병|투명한 집|풀물|에이, 그럴 리가|들어갈 집이 없다|늪, 견뎌내다|다시 빛이 나기 전|보성리 수선화|어둡다|붉은 피, 돌다|지삿개|할 말이 있다|원가계산|방어의 잠|무릎 꿇은 나무|꽃의 장례|둥지|함덕, 한낮 2부 저기 본다 산방山房철물|베릿내의 숨비기꽃|가문동 편지|빗돌|송악산 가는 길|파란인 섬|모슬포에는 모래바람이 분다|명징한 꽃|굴속의 어둠|저기 본다-사월|꽃|저기 본다-흉터|파한집破閑集 1999|원담|베릿내의 이랑|건천乾川|일그러진, 일그러진…|수산 간다|천사의 숲|눈의 사막 3부 따로 있는 물의 길 따로 있는 물의 길|젖는 숲|연꽃, 한꺼번에|무사한 한낮|어머니 바다에 비는 내리고|어미새 까만 눈이 젖고 있다|광명사의 새벽|이중섭|그 겨울, 소매물도|정방폭포|검은 숲|마라도|저기 본다-숨비기꽃|옷을 갈아입는 바다|옹이|빈 의자, 흔들리고|석굴암자 가는 길|저기 본다-제주억새|겨울 청미래|동백, 말간 생 [해설] 정군칠의 시세계_고통과 극기, 그 상처들(송수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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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군칠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이제 10년이 지났다. 정갈하면서도 다정했던 시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시집 『수목한계선』은 그의 첫 시집이다. 서늘한 정신으로 제주의 이미지를 그린 이 시집이 고산식물처럼 외롭게 폈다 지는 것이 안타까워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다. 사람은 돌아오지 못하지만, 시집은 거뜬히 돌아올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재발간한다. 우리는 이 시집이 갖는 자장에서 더 오래 뿌리를 내려야 할 책임이 있다. - 정군칠 시인을 추억하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머리말」중에서 천 길 물길을 따라온 바람이 서느러워 바닷가에 나와 보네 앙상한 어깨뼈를 툭 치는 바람은 저 백두대간의 구릉을 에돌아 푸른 힘 간직한 탄화목을 쓰다듬고 회색잎 깔깔거리는 이깔나무 숲을 지나 황해벌판을 떠메고 온 전령이려니 지난날, 그대 비 갈기는 날의 피뢰침처럼 시퍼렇게 날이 서서는 혀를 감춘 하늘을 물어뜯어 만경들의 물꼬들을 차례차례 깨우고 나지막한 산맥을 넘을 때 누렁쇠 쇠울음으로 회오리도 쳤을 터 그대 지나는 풀밭 풀자락들은 흔들려 불꽃으로 일고 그 불길이 몰려오는 섬 기슭에서 나 오늘, 서늘한 정신 하나를 보네 ---「서늘한 정신」중에서 나는 매일 아침 소망장의사 앞을 지난다 비문이 덜 새겨진 비석들이 누워 있고 그 옆으로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머금은 동자상이 드문드문 서 있다 고갯길을 막 넘어온 자동차가 왕벚나무 가로수 아래에서 가래처럼 채 연소되지 않은 가솔린을 가륵가륵 밭아낸다 검은 길 위에 흩어진 벚꽃잎, 무리 지어 4월의 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동자상의 눈빛 속에 자동차들이 느릿느릿 지나간다 제 가는 길에 자신이 만장이 되어버린 꽃잎들. 만장 사이로 체취마저 다 잊은 아비 같기도, 어미 같기도 한 얼굴들이 아른거린다 평생 어깻죽지 한번 펴보지 못하던 생애 위로 하얀 나비떼가 날개를 살랑거리며 날아 오른다 하얀 나비가 날아가는 길, 누군가의 생애가 다시 시작되고 자동차의 백미러에 비치는 그 길이 환하다 ---「꽃의 장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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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수평선은 하나의 한계선이다. 수평선을 넘으면 또 다른 한계선이 있다는 걸 나는 몰랐다. 나는 수평선까지 갔다가 항상 그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엎드린다는 것은 결코 굴신이 아니라 내공을 더욱 단단히 하는 것이다. 나는 수평선 안에서 몸을 웅크린 채 살아 왔고 또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나의 시 또한 저 수평선 안에 갇혀 있길 바란다. 이미 내 이마에는 몇 개의 수평선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 2003. 8. 모슬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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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로 헤엄쳐나가는 시! 오늘 한라산 백록담 같은 시의 분화구 하나가 불을 뿜었다. 감동의 용암이 내 가슴속으로 뜨겁게 흐른다. 나는 지금 정군칠 시인의 시를 통해 만장굴 돌거북이 푸른 바다로 헤엄쳐나가는 모습을 본다. 제주의 상처와 고통을 어루만지며 푸른 수평선 위로 홀로 울며 걸어가는 한 시인의 간절한 뒷모습을 본다. ‘배의 밑창으로 스며든 붉은 녹’과 같은 그의 시를 우리가 고추장처럼 매일 밤 비벼 먹으면 영혼이 맑고 배부르리라. - 정호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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