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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면서
프롤로그 - 한국 문화의 ‘전통’은 지금 어떤 모습인가 1부 한국 문화의 얼굴 한옥 - 낭만적인 집, 그 이상의 건축물 정자 - 가장 아름다운 휴식 공간 마당 - 무엇이든 벌어질 수 있는 장소 한복 - 홀대받는 최고 디자인의 옷 밥 - 쌀 그 이상의 음식 김치 - 한국 요리의 핵심 2부 한국 문화의 속살 선비 - 한국의 보헤미안 유교 -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황금률 무당 - 중국 문화에 대한 무정부주의적 응답 불교 - 한국 문화의 요람 한글 - 인도 문자의 전통을 발전시킨 최고의 발명품 전통 시가 ? 한국 전통 시가의 구조와 퍼포먼스 3부 한국 문화의 자화상 띠 - 문화 우주의 영향력을 체계화한 한국의 전통문화 결혼 - 한국 사회의 물질주의와 탐욕 전통 교육과 사교육 ? 위대한 전통 혹은 현대의 골칫거리 한류 - 거액의 돈 이야기 |
Werner Sa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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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화에서건 사람들은 동일한 열망과 기본적인 필요를 느끼는 하나의 인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같다. 모든 인간에게는 음식과 보금자리, 사랑, 사회적 교류, 자부심이 필요하다. 학자들은 이러한 접근법을 ‘문화적 보편주의’라고 부르는데 의미는 매우 단순하다. “표면적으로는 서구인과 한국인이 다르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이라는 동질성이 있다”는 뜻이다.
--- pp.17-18 북촌은 정말 활기차고 흥미로운 지역이지만, 분명 광고에 나온 것처럼 전통적인 한옥 마을과는 거리가 멀다. 그곳이 성공을 거두자 전통은 사라졌다. 한옥은 배경이 되어버리고, 전체 분위기는 마치 놀이공원 같다. 주민들은 도망치듯 떠나거나 스스로 가게를 열고 장사를 한다. --- p.35 그렇다. 한복은 아름답다. 내가 일 년에 한 번 자식들과 손녀 손자들을 만나러 독일에 가면, 당연히 거기서도 편안한 한복을 입고 돌아다닌다. 많은 독일인들이 나에게 어디서 이런 ‘디자이너 옷’을 샀느냐고 물어본다! 어떤 남자는 한복이 아주 기품 있어 보인다며 실제로 나에게 자기 옷 사이즈를 알려주고 한복을 보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 p.59 나는 김치를 좋아하는 만큼 김치의 역사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너무나 소수의 사람들만 인식하는, 배워야 할 교훈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든 한국 친구들이 미국과 유럽 문화의 영향을 한탄하며 한국 문화가 흐려지고 있다고 자주 불평한다. 향수 어린 시각은 제쳐 두더라도 이는 당연히 근시안적 생각이며, 손실보다 이익에 초점을 두어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김치의 역사는 외국의 영향을 통해 결과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한국 문화로 만들어진 적절한 사례들 가운데 하나다. --- p.85 선비들이 유교 경전만 읽은 게 아니라 도교와 불교 철학에도 깊은 관심이 있었다는 것은 모두 아는 바다. 선비는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로서 전통적이지 않은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했으며, 이는 정통을 따르지 않고 정치?사회의 기득권에 반대하는 관점의 온상이 되었다. 그들은 시와 그림에 몰두하고 서로 찾아다니며 아름다운 자연 속에 지은 정자에서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열심히 공부하고 철학적인 책을 쓰며, 다른 한편으로는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시를 읊고 온갖 주제에 관해 열띤 토론을 즐기는 모습은 서양의 ‘보헤미안’을 연상케 한다. --- pp.95-96 오늘날 한국 문화의 다양한 측면들을 이해하는 데 적용할 만한 인용문을 찾고, 문화를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고전을 읽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런 경우에는 19세기의 해석을 지우고 현대에 알맞은 해석을 찾는 것이 과제다. 과거의 유교주의자들로부터 공자를 구해내야 한다! --- p.120 나는 한국의 무속 신앙이 중국 기록 문화의 압도적인 영향에 대한 ‘개인 무정부주의적’ 응답이며, 이를 통해 중국과의 교류가 있기 훨씬 전에 시작되었을 전통을 이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 p.126 세종대왕과 그의 협력자들은 이 음운론적 전통 안에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지식을 활용해 한국어 구어의 음운론을 철저히 분석했다. 우선 조음 지점(디자인의 기초로서 생물언어학)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글자들의 그래픽 형태를 고안한 다음, 파생된 글자들의 음성적 특징을 한 번에 하나의 획(‘노력’이 라는 음성적 특징을 표시하는 그래픽)으로 더하는 간단한 방식의 훌륭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한글은 인도 음운론을 바탕으로 한국어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개발되었으며 그 글자들은 온전히 독창적인 방법으로 디자인되었다. --- p.173 아주 놀라운 것은 시조창에 대한 설명에서 박의 수가 3, 5, 8, 13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자연과 예술에 깃든 최고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보편 법칙으로서 처음 발견했을 때 아주 흥미로웠다. …… 황금비는 주어진 선분을 가장 이상적으로 둘로 나누는 비율로서, 근삿값이 약 1.618인 소위 황금분할의 무리수다. 3:5=5:8=8:13……! 세상에서 가장 찬탄을 받는 예술 작품을 분석하면 항상 이 황금비를 발견하는데 나는 그것을 시조창에서도 발견한 것이다. 그때의 희열을 아무도 모를 것이다! --- p.188 우리가 항상 기억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한문 학습은 1500년 이상 고유한 한국 문화의 일부였고 항상 중국의 학문과 접촉했지만, 한국 문화 속의 한문 학습과 중국의 학문은 분명 달랐다. 이해와 추구하는 바가 한국 문화에 맞춰 바뀌고 적응되었다. 유교는 한국 문화를 형성했고 한국 문화는 유교를 형성했으며, 이것은 중국 문화에서 온 기타 모든 영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 pp.228-229 요즘은 학생들이 가능하면 적은 시간에 최대한 많이 배우려 하기 때문에 어떤 지식이 말이 되는지 질문하거나 중요한 지식과 피상적인 지식을 구별하는 법을 배울 시간이 없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보면 학생들이 윗사람들을 믿고 (새로운 무엇을 발견하는 데 관심이 있어서) 질문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그들이 던지는 유일한 질문은 정답이 이미 확정된 질문뿐이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발견을 불러올 만한 다른 관점들이 가로막히고, 과학적 연구 결과는 도그마가 되며, 현재의 전제를 가지고 얻은 정답이 내일은 틀리고 심지어 재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 p.234 다른 문화권에 문자를 보급하는 일은 사용자가 먼저 시작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역사에서는 그런 식으로 글쓰기 체계가 다른 문화로 전파되었다. 독자적인 글쓰기 체계가 없는 나라 사람들은 적절한 문화 시스템을 채택해 계획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이를 자신에게 적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만일 한국이 일방적으로 한글을 보급한다면 그저 일종의 문화적 식민주의로 보일 것이며, 우리가 식민주의 역사를 통해 경험한 원치 않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 p.2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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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 문화의 ‘전통’은 안녕한가?
밥과 김치, 한옥과 정자, 유교와 불교, 한글 그리고 한류에 이르기까지 독일인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가 그리는 한국 문화의 생생한 민낯! 우리 문화에 대한 해묵은 고정관념을 깨다 이 책은 사세 교수가 1966년 우연한 기회에 한국과 인연을 맺은 이래, 거의 50년 만에 처음으로 펴내는 대중적인 한국 문화 에세이다. 오랜 세월 쌓아온 한국학 연구 성과와 생생한 한국 체험이 바탕이 되었다. 사세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인도 잘 모르는 한국 문화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동시에 21세기 글로벌 문화로 발돋움하기 위해 한국 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도 비판적으로 언급한다. 우선, 저자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적극 되살리고 보존해나가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이 과거에 대한 ‘낭만적인 향수’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국가 브랜드’ 홍보의 차원이어서는 곤란하다. 최근의 한복 ‘홍보’가 대표적인 예다. 정부와 많은 사람들이 한복의 아름다움을 강조하지만, 실제 한국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한복을 입지 않는다. 자신들이 잘 입지도 않는 옷을 어떻게 외국에 자랑할 수 있겠는가? 저자가 보기에 한복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실제 한국 문화와, 말로만 홍보하는 상상의 한국 문화 간에 불일치”(본문 52쪽)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반면에, 그가 개량 한복을 즐겨 입는 이유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서라기보다 단지 편하고 디자인이 예쁜 옷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런 관점은 한옥에 대해서도 드러난다. ‘복원을 위한 복원’ 차원에서 한옥을 홍보하고 개발할 것이 아니라, 한옥에 축적되고 내재된 2000년간의 지혜와 정신을 되살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주인들은 부유함을 자랑하고 과거에 대한 향수를 전통으로 오인하는 데서 벗어나 한옥 설계의 기본은 건강한 신체와 조화로운 정신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본문 36쪽) 나아가 저자는 한국 전통문화 복원이 국가주의적 홍보 수단이 된 때가 박정희 정부 시대였음을 밝힌다. 박정희 정부 시대에는 국가적 목적에 따라 가장 많은 전통문화가 복원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일제강점기보다 더 많은 전통문화들이 파괴되었다. 무속을 예로 든다면, “한편에서는 정부가 마을을 기반으로 한 전통 농경 사회를 단계적으로 파괴하고 성공적인 도시화와 산업화를 이룩함으로써 전통적인 민속 문화와 무속 신앙의 물질적·사회적 기반을 무너트렸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 전통을 이용해 국민들의 민족적 자부심, 정체성, 그리고 역사의식을 고취시키려 했고, 이를 위해 민속 문화 연구를 장려하고 전국적으로 민속 축제와 민속춤 혹은 대학의 탈춤 축제 등을 지원했다.”(본문 137~138쪽) 공허한 민족주의 구호 대신 미래를 지향하는 문화 사세 교수가 한국 문화의 미래와 관련해 강조하는 또 다른 측면은 과도한 민족주의의 경계다. 소위 ‘5000년 역사’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에 대한 과장은 자칫 외국인들에게 국수주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저자가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한국 문화의 역사성과 독창성을 부정하기 위한 것도, 어떤 이념적 주장을 펴기 위해서도 아니다. 사세 교수는 한국 전통문화에 과도한 순수성과 독창성을 부여하는 것은 일종의 신화 만들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역사적 사실은 한국 문화가 동아시아의 광범위한 문화적 토양 위에서 찬란한 꽃을 피웠고, 그럴 때 한국 문화의 독창성도 빛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글이 그런 경우다. 저자는 글쓰기 체계로서 한글의 독자성과 우수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소리를 빠짐없이 기록할 수 있다거나(분명히 한글로 표기할 수 없는 외국어 음들이 있다), 글자를 만든 사람과 반포일을 아는 유일한 글자(티베트의 파스파 문자도 그런 경우다)라는 식의 과장된 주장들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저자는 한글이 세종대왕이라는 천재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낸 글쓰기 체계라는 주장보다, 인도와 중국의 음운론적 연구 성과를 수용해 한글만의 독창성을 가미해 만든 글자라는 주장을 더 선호한다. “사람들은 항상 한글의 독창성을 강조하는 데 익숙해서 내가 세종대왕과 협력자들의 엄청난 업적을 축소하려 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물론 나는 인도에서 중국으로, 다시 한국으로 이어지는 전통의 전파가 있었음을 강조하고 싶지만, 이 전통 안에서 한글의 발명은 2000년 이상의 문화적 노력이 이루어낸 탁월한 최종 결과물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본문 173쪽) 저자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이런 비판적 조언과 함께,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예를 들어, 우리가 오늘날 겨우 학교에서만 배우는 시조와 가사 등 전통 시가에서 훌륭한 예술작품이 갖추어야 할 황금률 같은 보편 법칙을 발견한다. 사세 교수는 자신이 전통 시조를 처음 접하고 즐기게 된 과정을 소개하며, 시조를 시조창의 퍼포먼스로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즉 한국시의 아름다움은 형식적인 음절 분석이나 의미 파악이 아니라 시조창의 퍼포먼스를 통해 발견되는 음악적 율동律動에 있다는 것이다. 문화는 흐르고 통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결혼, 전통 교육과 사교육, 한류 등을 다룬 꼭지)에서 현대 한국 문화와 관련한 중요한 문제들을 언급한다. 우선, 최근 다문화 현상에 대해서는 한국 사회가 과연 다문화 사회로 변모할 것인지 묻는 질문은 타당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오래전부터 다문화 국가였으며, 오히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지역 문화를 포함해 이런 다문화를 한국 사회가 수용할 만한 관용을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매우 경쟁적인 사회 안에서는 젊은이들에게 관용을 가르치기가 어렵다는 사실”(본문 218쪽)이다. 여기서 사세 교수는 현대 한국 사회의 사교육 문제를 지적한다. 한국은 예로부터 서당이나 글방(현대의 학원과 가장 가까운 형태)에서 긍정적 의미의 사교육을 해왔다. 서당과 글방에서 “전체적으로, 학생들이 공부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만큼이나 그 안에는 확실히 유쾌한 분위기가 있었다. 논어의 첫 줄에서 보듯이, 배우고 때때로 이를 익히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오로지 시험 통과를 위한 지식 습득에만 빠진 한국의 사교육은 문화 발전에 필수적인 “창의적인 지성, 직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개방적인 태도” 등을 기르는 데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전통문화의 계승과 복원이 전통 그 자체를 위해 혹은 국가적 홍보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 내재된 아름다움과 우수성 때문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한국의 전통문화를 ‘독창적이고 순수한’ 그 무엇으로 특권화하기보다 2000년이 넘는 동아시아 문화의 광범위한 토양 위에서 자라난 자연스런 문화적 흐름의 결과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식, 한복, 한옥, 한글 등의 유일성만 지나치게 선전하면 해외에서 한국은 국가주의에 경도된 나라로 인식된다. ‘한국 제일’보다는 한국 문화도 동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의 다른 문화들처럼 어떤 특색을 가진 똑같은 문화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본문 238쪽) 이 책은 한국 문화에 짙게 밴 민족주의적 화장을 걷어내고 한국 문화의 민낯을 자신 있게 드러내자고 말한다. 나아가 한국 전통문화가 21세기 문화 융합의 시대에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도 제시한다. 그것은 자신의 특색을 잃지 않되 인류 문화의 보편성을 지향하는 문화다. * 이 책의 최초 원고는 영어로 작성되었으며, 우리말 번역 원고의 내용 수정 과정에 저자인 사세 교수가 적극 참여함으로써 좀 더 완전한 글이 되도록 노력했음을 밝혀 둡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