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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Graphic Gong)

책소개

저자 소개 2

원저문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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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10년간 전화영어를 하다가 유학을 떠났고, 한국어로 써오던 시를 영어로 쓰기 시작했다. 시집 『책기둥』, 『배틀그라운드』,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 에세이집 『일기시대』, 『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소설집 『하품의 언덕』 등을 썼다. 독자에게 우편으로 원고를 부치는 ‘일기 딜리버리’를 운영한다. 영어로 쓴 연작 시 「Bird in an Envelope」으로 홉우드(Hopwood) 상을 수상했다.

문보영의 다른 상품

그림이빈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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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인간성이 모호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일상적 소재로 비일상적인 상황을, 비일상적 소재로 일상적 상황을 만들어보며 당연하다고 여기던 모든 것을 조금씩 의심해보고 있다. 그림책 『Stay the Same』을 출간한 바 있고 쪽프레스, 민음사, 미메시스 등의 출판사와 작업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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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466g | 255*168*18mm
ISBN13
9791159923647

책 속으로

내 추측인데, 여기 고아원 아이들은
거의 다 잠을 잘 못자는 것 같다.
왜냐하면 밤마다 뒤척이는 이불 소리들이
모여 파도 소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다 나처럼 잘 잔 척을 한다.
얘네가 비겁해서 그런 건 아니다.
하품-아이가 잠을 잘 못자면 어떤 식으로든,
어떤 의심이든 받을 수 있으니까.
우리는 조심스러운 것 뿐이다.

형은 그런 건 잘 모르는 것 같다. 헤롱헤롱.
하품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똑똑한 형이 이걸 왜 모를까 싶은데
형은 ‘왜 형이 이걸 모르지?’
싶은 걸 모를 때가 있다.

형이 잘 자는 내게 질투가 나서
오기로라도 잘 자면 좋겠다.
그럼 나도 잘 잘 수 있을텐테.

왜 안자.

너는 왜 안 자.

잘 잤는데
형 때문에 깼지.
아쉽다. 엄청 재밌는 꿈 꿨었는데.

꿈?

무슨 꿈이었는데?
이야기해줘.

어… 그게 뭐였나면
형이랑 나랑 공항에서 비행기가 날아가는 걸 구경하는 꿈이었는데
형이 그 비행기 안에서 우리한테 손을 흔드는 거야.
갑자기 형이 나한테
네가 내 동생이야?
하길래 보니까
승무원 옷을 입은 형이 나를 보고 있었어.
나는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고
형은 내 팔을 끌어서
형 팔에 있는 반점과 내 반점을 맞댔지.
형은
그렇구나
하고
내 옆 좌석에 앉았어.
더 꽉 안아드릴까요?
그러고는 창 밖만 보더라.
이제 끝!
졸립다, 자자.

너 지금 지어낸 거지?

아냐.
근데 내가 왜 반점만 확인하고
‘그렇구나’ 했을까? 특별한 것도 아니잖아.

꿈이잖아.

여기 하품-아이들 모두 손목에 반점 있잖아.

너인 걸 반점만 보고 어떻게 알았을까?

꿈은 원래 허술해.
--- p.28~31

우리는 실내 천재들.
밖에 있는 것을 안으로 끌어들이기.
형,
실내 천재들은 안에 있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어.
내가 이렇게 계속 햇빛을 끌고 올게.
나는 생각했다.

형, 네가 낫는 과정에서 네가 지치더라도,
나는 지치지 않을 거야.

형, 산책 갈까?
--- p.58~60

엄마와 아빠가 동시에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하품과 사람이 낳은 자식이므로.
나와 바란은 오래오래 안개 싸인 언덕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따금 상상을 한다. 상상 속 가족은 엄마와
아빠,
언니.
우리는 기이한 고래가 사는 아스타섬으로 향하고 있다.
가기 쉬운 곳은 절대 아니다.

아스타섬에는 사람이 만든 고래가 산다.
헤르츠 나인에서 고래는 오래전에 멸종한 아름다운 동물인데
과학자들이 특별한 기술로 고래를 부활시켰다.

그 고래는 사람이 만들어서 영원히 죽지 않는다.
그래서 세 마리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사람이 만든 고래는 눈이 없지만 빛을 볼 수 있다.
투명한 등이나 꼬리로 빛을 감지해 필사적으로 빛을 피하거나 쫓았다.

사람들은 멀리서 고래를 바라볼 수 있도록 허락되었고
상상 속 우리 가족은 고래를 보러 가고 있다.
고래를 보러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함께 비포장도로를 덜컹거리며 달리고 싶었다.
--- p.106~107

아버지는 운전하는 아내의 입에
호두과자를 하나 넣어주고
뒤를 돌아 나와 언니에게 호두과자를 나눠준다. 어미 새가 새끼 새에게 먹이를 주듯이.

우리는 고래 섬에 도착한다.
하지만 섬에 들어가지 않고 멀리서 파도를 본다.
고래와 파도.

파도와
고래.
파도가 끊임없이 몰려오는 풍경.
누군가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얹는 기분일거야.
--- p.109

욱, 켁, 욱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이 났다.
하품의 전조인가.
눈을 꼭 감았다.

우욱, 웩, 우웩

그때 누군가 우리의 어깨를 잡았다.
한 번 감은 눈을 더 감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접착제를 붙인 것처럼 눈을 뜰 수도 없었다.
우리는 뒤돌아보았다.
감은 눈 속에서 누군가 보였다.
그의 눈은 푸르렀다.
세상에는 사라진 수많은 해저 도시가 있다.
물에 덮여 사라진 도시. 오래된 문명.
해저 100미터로 침잠된 도시.
그런 푸른 눈.
바란이, 혹은 내가, 또는 메오가 눈물을 흘렸다.

언덕에는 지붕이 없다는 사실을 잊지마.
가고 싶은 곳으로 가려는 마음이
우리를 병들게 해.
하지만 가고,
가고,
가라.

--- p.136~145

출판사 리뷰

“세상을 이해하는 것보다
세상을 지어내는 게 더 편했던 거야”
이해가 아닌 상상을 통해 바라보는 현실


헤르츠 나인 남서부에는 하품의 언덕이 있다. 언덕의 꼭대기에 오르면 발바닥에서부터 소름이 돋기 시작해 20초에 이르는 장구한 하품이 되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이 ‘언덕의 하품’을 경험한 사람은 죽는 날까지 잠을 자지 않는 능력을 얻지만 이는 법으로 금지되었다. 금지된 하품의 언덕에 올라 하품을 한 사람들은 성별과 무관하게 임신을 하게 되고 그렇게 출생한 아이들은 ‘하품-아이’라 불리며 낙인찍힌 삶을 살게된다. 주인공인 챰과 바란 그리고 그의 쌍둥이 형 메오는 모두 하품의 아이들이다.

챰과 바란 그리고 메오는 편견과 차별속에서 미래가 지워진 우울한 삶을 뒤로하고 자유라는 신비를 찾아 반대로 가고 또 간다. 그래픽노블 『하품의 언덕』은 이빈소연 특유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각색과 그림을 통해 마치 “직선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바람”과 낮은 하늘과 구름, 안개로 둘러싸인 ‘하품의 언덕’ 속으로 독자들을 데려가는 듯하다.

“언덕에는 지붕이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마.
가고 싶은 곳으로 가려는 마음이
우리를 병들게 해.
하지만 가고,
가고,
가라.”

추천평

이야기를 선명하게 간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그래픽 노블이 건네는 기쁨이 아닐까. 미지의 이야기를 운반하는 이토록 서늘하고 신비로운 그림들이,우리에게 다양한 해석의 경로를 제공하는 듯하다. 원작에 입체감을 더하며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이 경험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에서 현실적인 감각을 반추하게 하는 스크린 형식이 된다. 원작을 접한 독자들에겐 보다 선명한 ‘보기’의 체험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글과 그림이 서로를 돕는 ‘읽기’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텍스트의 마침표로서의 그래픽이 아니라, 그래픽 자체가 서사를 풍부하게 만들어 읽는 재미를 더해간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느꼈다. 이 책은, 지붕 없는 언덕을 지나면서도 우리가 끝까지 계속 가야 하는 이야기에 담긴 메시지를 이빈소연 작가의 그래픽으로 다원화하는 생생한 현장이기도 하다. - 서윤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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