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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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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가 하나뿐인 눈을 꼭 감고 바닷속보다 더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감은 눈 속에서 미륵용화세상에 대한 회의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그 아래쪽에서는 아직도 가능한 현실의 유혹이 불꽃처럼 펄럭였다. 과연, 백성들의 세상이 땅 위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더란 말인가? 과연, 진정한 미륵용화세상이 오기를 바라고, 그곳에서 온갖 계를 다 지키고, 오로지 바르고 곧은 일만 생각하면서 살아가기를 원하는 백성이 있기는 하더란 말인가? 백성들을 위한 미륵용화세상을 세우겠다고 맹세한 자들조차 그 터를 닦기도 전에 눈앞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저렇듯 표변하거늘..... 백성들의 소망이라 하여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는다고 어찌 단언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포고령을 어긴 자들을 벌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과 타협하고 다시 권좌에 앉아야만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불의를 치기 위하여 불의와 타협하는 것 또한 불가피한 모순이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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