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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개정판 시인의 말 인동 일기 / 고니 가까이서 / 연기제 / 겨울비 오는 날의 서정 / 바람의 일기 / 분지의 꿈 / 그날 이후 / 회복기의 빛 / 빗줄기 사이서 잃어버린 부호 / 동행인의 노래 / 불의 우상 / 시정(市井)을 위한 사랑가 / 실조증 / 거미, 집짓기지요 / 환상놀음 / 사막 속의 꿈 / 풀리지 않는 시 / 정전 / 망가지는 것들을 위하여 / 추억처럼 나의 자유는 / 안개여 안개여 / 부재 / 철물점을 지나며 / 성년 연습 / 잠과 꿈 / 소리 / 십이월의 노래 / 저문 땅의 행진 / 암호 풀이 / 꽃 / 우기(雨期) 속에서 / 동화 / 밤배 위에서 / 불의 꿈 / 빛살의 나라 / 생장 연습 / 칸나를 위하여 / 파도가 / 당포의 아이들 / 제주 바다는 / 새 / 서 부두에서 / 노을의 끝 / 파도 / 숲의 소리들 / 안개 / 예감 / 수부의 잠 / 동전 / 혼선 / 1977년의 그 여름 / 소나무밭에서 만난 은둔자 / 고향 / 산조 / 빛 속에서 / 갈밭에 내리는 사랑의 아침 / 심지 뽑기 / 바다 앞에서 / 항아리 / 빙하의 나라 / 바람 속의 잠 / 소금 / 풀잎이 풀잎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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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들풀이었을 때
벌판은 쏟아져 강으로 흐르고, 흘러서 나의 자유는 탓할 것 없었네 철든 바람과도 입맞추고 목화처럼 번져, 하늘이 강물로 풀려서, 흘러서 돌아오는 강가에 서서 나의 자유는 오랑캐꽃 미나리아재비 민들레 씨앗으로 날아오르던 내 살점의 꽃들 예감하는 소금기로도 남아 있었다 ---「추억처럼 나의 자유는」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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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초판 시인의 말 부끄러움과 어둠의 밀도, 잠과 꿈, 나를 오랫동안 묶어두었던 모든 말에 대해 확연해지는 이 미안함, 나는 이것들로부터 우선 탈출하고 싶다. 그간 들여다보던 사물들, 상황, 나 자신을 포함한 온갖 것들에 자유를 주겠다. 사막을 순례하는 낙타의 움푹 파인 혹처럼 허망함과 고통스러움의 깊이가 얼마나 나를 그러잡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굳어버림’처럼 고통스러운 일은 없겠기에, 나를 에워싸는 말들이 나를 배반하고 또 황량함을 줄지라도 이제 모든 것을 조용히 하나씩 버리고 싶다. 적어도 나는 그들이 내 풀리지 않는 열망의 지평에 ‘자유로움’을 채워주며 나를 버리지 않을 것임을 믿으므로. 어둠과 빛, 시를 쓴다는 일은 모색과 실험을 통해 나를 확인하는 일인 것 같다. 뮤즈에게 감사를. 1983년 12월 허영선 개정판 시인의 말 그래, 스무 살 무렵의 너는 여기 이렇게 무엇과 싸우고 있었나. 흔들리고, 출렁이고, 부서지는 꿈속에서. 아득히 먼 저편에 풀색으로 너는 펄럭이고 있었다. 사라진 줄 알았던 먼 날의 너여, 가만히, 오래, 서성이다가 너를 열었다. 문득 고개 들고 보니 파도를 벗어나고 싶어하던 너는 끝내 그 속에 있다. 칸나가 붉은 바다로 가고 있다. 지금 사라진 자들의 그날들을 찾는 나는 어쩌면 그 무렵 이미 모호하지만 그 소리들을 듣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 삶은 모를 일. 다시는 그 씨도 없을 것 같던 아득한 날이 이렇게 다시 피어날 줄은 몰랐으니. 그 시절 그대로의 너를 그대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출구 없던 그 시절의 물음을. 어디로 갔을까. 추억처럼 나의 자유는 2022년 9월 허영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