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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
4·3 레퀴엠
허영선
마음의숲 202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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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5 시인의 말

제1부

14 양하꽃 -춘자에게
16 모자 쓴 여자
18 섬의 한 여인은
20 죽음은 죽음이어서 무섭지 않고
22 굴이 울다 -차경구
24 모래밭에 누워서
26 수리대처럼 내 생은
28 누룩으로 지낸 한철
29 동백의 전언
31 멸치 떼
32 붉은 것들! -김연옥
34 고백
36 불칸쇠 -김순혜
38 용강 강갑춘
40 밋밋, 살다 보니 눈이 녹아서 -부순여
42 발의 말 -김순여
43 그늘 없는 사람
44 절대 그 밤을 모르지
46 실과 바늘을 진 어머니는
47 울다 보면 시간이 너무 짧아서 -김이선
49 꿈
50 그녀에게
52 어떤 증언 -홍춘호
54 양 할머니의 활주로
55 꽃베개 -양중윤
57 동백할망 고송당
58 풀 뽑는 방식

제2부

60 병풍 소풍 -김옥택
62 철을 잃은 아이들
64 바람의 흥얼
66 선홍의 바다, 탁발하듯 소리치는-북촌 애기무덤 앞에서
68 검은 밥 -한옥자
70 올케에게 -변영수
71 천둥을 기다리며
74 별에게
77 얼굴을 찾아서 -김옥녀
79 사라진 아이들
82 눈보라와 여인과 아이들
84 아무도 그곳에 없었네
86 푸케 씨의 저녁
88 그 겨울의 색동저고리는 -김옥자
90 당신은 누구십니까
92 알항 같은 내가 옹기를 지고
94 사월에 쓰는 편지

제3부

98 동백, 그게 그러니까
99 남매 생존기
101 어느 살아난 아이
102 그날, 수업 시간
104 북촌 이야기
105 꼴레이불 한 장 -문철부
107 모래이불 덮고서
109 나의 소년은 -김명원
111 그 겨울의 식량
112 어느 잃어버린 마을에서는
113 아무도 없는 아이
115 동산은 아직도 나를 보내주지 못하고
117 삼발이를 쓰려거든
119 아이가 아이에게 전하는 눈의 말
124 우리들의 전언
126 호적을 찾아서
130 기름떡
132 아이들을 위한 애가

제4부

136 슬픔 없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138 콩죽을 끓이며
140 비양도 미역에 대한 기억
142 그해 가을 녹하지, 아버지 일기
144 기수역
146 바람의 흙을 떠난 언어는 -김시종 시인
148 밀라이
150 사이공 강가의 부레옥잠
152 산다는 건 -비학동산
154 푸른 새벽과 검은 새벽 사이 -백합을 찾아서
156 검은 바다 건너서 부르는 노래
160 통증보다 더한
161 입 다문 말 -오계숙

제5부

164 물에 드는 시간에 -해녀 한 장만
166 왈락 -해녀 양병생
169 나 불붙게 산 여자 -해녀 정자
172 구태여 말할 일인가
174 고래와 아기와 해녀와
176 너는 내 등을 타고 나는 파도를 타고 -해녀 오홍자
179 비정한 모살판의 그대를 만나 -해녀 오순아 2
181 피난의 별
182 타다만 동백
184 생존
185 세상 가장 선명한 신호
187 문턱
189 순간들
190 동백의 기초
191 사리의 시간엔
193 휴
194 가오리에게
196 오래전 사랑
197 우리가 걷고 싶은 길은

201 [에필로그] 시의 당신들에게, 시 밖의 당신들에게
213 김시종(재일 시인) | 해명海鳴의 여운 같은 진동, 경악하며 읽었다

저자 소개 1

1957년 제주도에서 출생했으며 시인이다. 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제주 4·3평화재단 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제주 4·3연구소 이사·제주대 강사로 있다. 제주대 대학원 한국학협동과정 석사,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석사논문 「제주 4·3시기 아동학살 연구」가 있으며, 저서로 시집 『추억처럼 나의 자유는』,『뿌리의 노래』, 문화 칼럼집 『섬, 기억의 바람』, 역사서 『제주 4·3』, 4·3구술집(구술 정리) 『빌레못굴, 그 캄캄한 어둠속에서』, 『그늘속의 4·3』 (공저), 그림책 『바람을 품은 섬 제주도』, 『워낭소리』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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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10g | 128*205*13mm
ISBN13
9791162851869

책 속으로

―아까짱아,
나 여기 곱았젠 마라

―우리 언니 멍석에 안 곱아수다
순간 마당의 내가 한 발에
달려온 시퍼런 그들에게 그랬어

그들은 순식간에 빙빙 멍석을 열고
언니를 모래밭으로 끌고 갔어
--- 「고백」 중에서

배고파 죽은 막내의 흥얼이
아침의 싸락눈으로 온다
그건 어린 심장이 견딜 수 없는 일
(......)

막내의 흥얼이 바람의 노래로 온다
밥을 먹으면 살아지려나
한 숟갈 먹으면 살아지려나
--- 「바람의 흥얼」 중에서

철 따라 그곳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철을 잃어버린 아이들
노래를 잃어버린 새처럼
사랑을 잃었어
소년을 잃었어
학생복을 잃었어
어린 손가락을 뚫고 나갔어
물어뜯긴 철없는 산산조각
--- 「철을 잃은 아이들」 중에서

“느, 담배를 배우라. 담밸 배와사 답답헌 가슴 사악
풀어진다 담밸 배우라,
담밸 배우라” 경 해연
나 이제야 그 뜻을 알았습니다
--- 「별에게」 중에서

알겠다
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
차가운 물 속에
손을 담는 순간
일어서는 기억 한 조각
잊지 마라는 엄마의 그날처럼
--- 「아이가 아이에게 전하는 눈의 말」 중에서

진정 우리가 걷고 싶은 길은
길 위의 마음 하나
길 위의 사람 하나
하나가 되는 길

흙의 깊은 마음과도 통할 줄 아는 그런 길
사람의 길이라네

이제 그 첫 번째 길 위에
너와 나 함께 서 있네

--- 「우리가 걷고 싶은 길은」 중에서

출판사 리뷰

▶ 빼앗긴 이름과 부서진 조각들, 울음조차 배우지 못한 ‘철’ 없는 아이들

4·3의 불길은 가장 연약한 영혼들부터 삼켰다. 시인은 국가가 휘두른 비수 앞에 학생복을 입어보지도, 사랑을 고백해 보지도 못한 채 산산조각 난 아이들의 시린 눈동자를 직시한다. 그들은 울어야 할 철(계절)에 울음조차 배우지 못한 채 사라졌고, 70년이 지난 지금도 섬의 들판을 웅웅거리는 바람의 흥얼거림 속에 유령처럼 서성인다. 시인은 이 박제된 비극을 연민으로 소비하는 대신, 우리 곁에 여전히 숨 쉬는 '현재형의 고통'으로 소환해낸다.

철 따라 그곳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 철을 잃어버린 아이들 / 노래를 잃어버린 새처럼 / 사랑을 잃었어 / 소년을 잃었어 / 학생복을 잃었어 / 어린 손가락을 뚫고 나갔어 / 물어뜯긴 철없는 산산조각
〈철을 잃은 아이들〉 중

기억의 외딴집에 유폐되었던 이 아이들을 봄날의 마당으로 불러내는 것은 시인의 의무다. 부서진 삶의 파편들을 하나하나 핥아 올리는 시인의 문장은, 잊힌 존재들을 역사의 주연으로 다시 세워놓는다.

▶ 불속을 건너온 여자, 기죽지 않고 타오른 생의 의지

이 시집은 단순히 울기 위해 쓰인 기록이 아니다. 홀로 던져진 허허벌판에서 자식의 손을 놓지 않기 위해, 주홍빛 테왁보다 뜨거운 불구름 속을 헤엄쳐 건너온 여인들의 고백이다. 시인은 그들의 삶을 ‘비극’이라는 박제된 단어에 가두지 않고, “한 숟갈 먹으면 살아지려나”라고 묻는 생존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기죽지 않고 스스로를 불태우며 생을 밀어 올린 여인들의 목소리는 4·3을 ‘살아낸 역사’로 치환하며, 그 자체로 거대한 역사적 심판이자 인간의 존엄을 시적 영역 안으로 기어이 획득해 낸 결과물이다.

나 불붙게 산 여자 / 불 속 건너온 여자 / 세상천지 혼자여도 / 기죽지 않고 불탔어 불 // 나 풀 한 포기 없는 허허벌판에서 헤엄친 여자 / 아무도 없어서 / 이리저리 불 속에 살아 / 주홍의 테왁보다 더한 불구름에 산 여자
〈나 불붙게 산 여자〉 중

▶ 참혹한 겨울을 살아낸 이들에게 건네는 따스한 별빛 같은 문장

이번 시집의 탁월함은 4·3을 노골적인 단정이나 설명으로 종결시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찢겨진 존재들의 언어는 종결되지 않은 채 시간적 여운으로 독자에게 전달된다. 이해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계속 작동하기 위해 존재하는 허영선의 언어는, 독자가 지닌 해석의 편향을 흔들며 4·3을 다시 사유하게 만든다.

“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라는 나직한 고백은 모진 세월을 함께 버틴 이들만이 나눌 수 있는 서늘한 유대감의 증표다. 답답한 가슴을 삭이려 “담배를 배우라”던 어른들의 비통한 위로마저 시로 껴안으며, 시인은 참혹한 겨울을 버틴 모든 존재에게 별빛 같은 헌사를 건넨다. 사라져가는 기억을 끝내 진술하려는 시의 의무는 4·3의 진실이 더 이상 외딴집에 갇혀 있지 않도록 문을 박차고 나가는 해방의 종소리가 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허영선의 시업은 하나의 경이에 이른다.

▶ 역사적 복권과 생의 복원, 두 권으로 완성된 4·3의 입체적 지도

《법 아닌 법 앞에서》와 《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는 제주 4·3이라는 거대한 비극을 ‘법정’과 ‘삶의 현장’이라는 두 축으로 재구성한다.

《법 아닌 법 앞에서》가 국가 폭력에 의해 훼손된 명예와 존엄을 법적으로 복원하는 ‘증언의 기록’이라면, 《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는 그 모진 세월을 견뎌낸 존재들의 내면과 생명력을 응시하는 ‘생의 기록’이다. 두 시집은 민족과 역사라는 조건에 묶여 있으면서도,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언어의 리듬과 이미지를 통해 우리 의식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진실을 붙들고 있는 시의 진술이 어떻게 오늘날의 우리를 깊게 떨리게 하는지 증명해 낸다.

추천평

법정이 시가 되었고 시가 역사가 되었고 미래를 위한 기록이 될 것이다. 수백 건이 넘는 4·3재심사건을 맡은 재판장으로서 법정에서 살아남은 눈물을 보았고, 그들의 고통을 대면할 수 있었다. 우리가 모르는 이들의 말하지 못한 슬픈 삶은 그냥 알 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누구보다 제주 4·3의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한 시인이고 재판 현장의 법정을 빠짐없이 나와 지켜보며 그들의 아픔과 함께했기에 이런 시들이 탄생했을 것이다. 이는 처음으로 4·3법정을 시로 다룬 생생한 증언시이며 아무도 몰랐던 그들의 고통을 세상에 내놓은 빛의 문장이다. 이 시집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많은 사람들이 이 역사의 진실을 가슴에 새겨두길 바란다.

“법정 문밖까지 멈추지 않던 갈라지고 찢어지는 숨비소리
그 마지막 한마디 헛헛한 그 말 70년 걸렸다
헛, 참
헛, 참
헛, 참” - 장찬수 (4·3재심 부장판사)
시냇가 얕은 여울처럼 눈에 띄지 않는 어운과 어조로 항상 자신을 향한 반문이 여울 물소리를 내고 있는 시집. 도민의 목숨까지 반공이라는 논리로 짓밟고, 총기 사격의 불길로 불태워진 향토의 원통함을 허영선은 자연스러운 이미지로 이어지는 낭독의 진동(vibration)으로 계승하고 있다. 음운의 영역이라 해도 사고의 가시화는 가능하면서 현대시가 오랜 세월 감춰온 세계적인 과제인 음운의 효력을 고요히 울려 퍼지게 하고 있다.

이 시집은 4·3사건에 대한 끝나지 않는 기억. 이것을 계승하는 자를 겸허히 만들고 만다. 거기서 사유의 깊이를 바다 울음의 여운처럼 진동시키는 음운(音韻)의 힘. 어찌 경악하지 않을 수 있겠나.
- 김시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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