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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1장. 친족과 가족가시버시 : ‘부부’를 낮잡아 이르는 말도 있다겨레 : ‘친척’에서 ‘민족’으로누나 : 오빠가 여동생을 ‘누나’라고 불렀다동생 : 한배에서 태어난 사람며느리 : ‘며느리’는 적폐 언어가 아니다어버이 : ‘부(父)’와 ‘모(母)’를 지시하는 단어가 결합하다언니 :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에게도 쓰였다의붓아비 : 새 아버지 ‘義父’, 접두사가 되어가는 ‘의붓-’할배 : ‘할바’의 지역 방언형할빠/할마 :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빠, 엄마’의 역할을 하다2장. 별난 사람들개구쟁이 : 짓궂은 아이는 개궂다개차반 : ‘개’의 밥은 똥이다고바우 : 흔한 남자 이름, ‘바우’깡패 : ‘깡패’는 ‘갱(gang)’인가?꺼벙이 : 꿩의 어린 새끼는 꺼벙해 보인다꼴통 : 골수를 담는 통꽃제비 : 정처 없이 떠도는 고단한 삶나부랭이 : 나불나불, 하찮게 날리는 것들놈팡이 : ‘놈’보다 더 형편없는 놈등신 : 사람 형상의 신, ‘등신’은 어리석지 않다또라이 : 머리가 돌처럼 굳다벽창호 : 평안도 벽동과 창성의 소는 크고 억세다병신 : ‘병든 몸’, ‘병신’은 어쩌다 욕이 되었나불쌍놈 : 고약하고 나쁜, ‘쌍놈 중의 쌍놈’빨갱이 : ‘빨간 깃발’에서 ‘공산주의자’로숙맥 : ‘콩’과 ‘보리’는 서로 다른 곡물얌생이 : 염소를 이용한 도둑질은 얌체 짓이다얌체 : ‘얌체’는 염치를 모른다양아치 : ‘거지’와 ‘양아치’는 한 족속얼간이 : 약간 절인 간은 부족하고 모자라다우두머리 : ‘머리’가 된(爲頭) ‘머리’?졸개 : ‘졸’로 보이면 ‘졸개’가 된다쪼다 : 영화 「벤허」의 주인공인가, 뒷골목의 은어인가호구 : ‘호랑이의 아가리’에 들어가면 살아남지 못한다화냥 :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가 아니다3장. 음식과 과일갈매기살 : ‘가로막살(횡격막살)’이 갈매기살이 된 연유개장국 : ‘개장국’은 이제 설 땅이 없다곶감 : ‘감’을 꼬챙이에 꽂아 말리면 ‘곶감’이 된다김치 : 절인 채소, ‘딤?’에서 온 말단무지 : ‘다꾸앙’을 대체한, 달콤한 ‘무지’돈저냐 : ‘돈’처럼 작고 동그란 전, 동그랑땡불고기 : 평안도 사람들이 즐긴, 불에 구운 고기비빔밥 : 부비고 비빈, 한 그릇 밥빈대떡 : ‘전’을 ‘떡’이라 하고, ‘떡’에 ‘빈대’를 붙인 이유는?삼겹살 : ‘삼겹’이 아니라 ‘세겹’이다새알심 : 동짓날 팥죽 한 그릇에 담긴, 새알 같은 덩이송편 : 솔잎 위에 찐 귀한 떡수박 : 여름 과일의 제왕, 물 많은 박수육 : 삶아 익힌 쇠고기, ‘熟肉(숙육)’에서 ‘수육’으로수제비 : ‘손’으로 떼어 만드는 음식인가?양념 : ‘약’에서 ‘약념’, 다시 ‘양념’으로외톨밤 : 밤송이 안에 밤톨 하나, 육백 년 전의 ‘외트리밤’제육볶음 : 돼지고기, ‘저육(?肉)’으로 만든 음식짬밥 : ‘잔반(殘飯)’이 ‘잔밥’을 거쳐 ‘짠밥’으로찌개 : 찌지개, 지지개, 지짐이…아무튼 ‘지지는’ 음식청국장 : ‘청국장’은 청나라와 무관하다4장. 문화와 전통과 생활가위바위보 : ‘가위’와 ‘바위’와 ‘보자기’의 위력가짜/짝퉁 : ‘가짜’가 판치니 모조 언어도 늘어난다까치설 : 까치는 설을 쇠지 않는다깡통 : ‘캔(can)’이 ‘깡’이 된 연유냄비 : 조선 시대에 일본어에서 들어온 말누비 : 천여 년 전에 중국에서 들어온 겨울 패딩도떼기 : 물건을 돗자리째 사고팔다도시락 : ‘밥고리’의 후예말모이 : 말을 모아 정리하면 ‘사전’이 된다보리윷 : 윷놀이에서도 천대받는 보리의 신세사다리 : 바큇살, 부챗살처럼 ‘살’이 달린 다리수저 : 숟가락과 젓가락숟가락 : ‘숫가락’으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쌈짓돈 : 쌈지에 든 적은 돈이지만 내 맘대로 쓴다썰매 : 눈 위를 달리는 말안성맞춤 : 안성 장인에게 맞춘 놋그릇이 최고다어깃장 : 문짝에 어긋나게 붙인 막대기오지랖 : 겉옷 앞자락의 폭은 적당해야 한다한가위 : 한 달의 가운데인 보름 중에서 가장 큰 보름한글 : 한글은 ‘조선의 글’이다행주치마 : ‘행주’는 행주대첩과는 무관한, 부엌살림의 필수품허수아비 : 가을 들판의 가짜 남자 어른, ‘헛아비’헹가래 : 축하할 때도 벌 줄 때도, 헤엄치듯 가래질5장. 공간과 지명가두리 : ‘가두리’는 가두는 곳이 아니다나들목 : 나고 드는 길목, 본래는 지명난장판 : 조선 시대 과거장도, 현대의 정치판도 난장판노다지 : ‘노 터치(no touch)’ 설은 근거 없는 민간어원논산 : 그 산에는 논이 있다독도 : 외로운 섬이 아니라, 돌로 된 섬뒤안길 : 뒤꼍 장독대로 이어지는 좁다란 길말죽거리 : 전국 곳곳에 말에게 죽을 먹이던 거리가 있었다민둥산 : 아무것도 없는, 황폐한 동산(童山)선술집 : 서서 술을 마시는 술집쑥대밭 : 쑥이 한번 번지면 온통 쑥대밭이 된다아우내 : 두 개의 물줄기를 아우른 내오솔길 : 호젓하고 좁은 길올레길 : 거리에서 대문으로 통하는 좁은 길, ‘오래’의 흔적짱깨집 : 중국 음식이나 짜장면을 파는 집판문점 : 판문점에는 ‘널문다리’가 있다6장. 자연과 날씨와 시간가마솥더위 : 한번 달구어지면 열기가 후끈한 가마솥과 같은고드름 : 곧게 뻗은 ‘곧얼음’인가, 꼬챙이처럼 뾰족한 ‘곶얼음’인가곰팡이 : ‘곰’이라는 곰팡이가 피다까치놀 : 까치를 닮은 너울, ‘까치놀’은 노을이 아니라 파도나이 : 주격형이 명사로 굳어지다만날 : ‘백날’, ‘천날’이 있으면 ‘만날’도 있다메아리 : 산(뫼)에 사는 정령무더위 : 푹푹 찌지만 ‘물더위’는 아니다미리 : 민값(선금), 민빚(외상), 민며느리, 민사위…사흘 : 셋은 사흘, 넷은 나흘소나기 : 몹시(쇠) 내리는 비우레 : 하늘이 우는가, 소리치는가장마/장맛비 : 오랫동안 내리는 비 또는 그런 현상애시당초 : ‘애시’와 ‘당초’는 비슷한 말올해 : ‘지난’과 ‘오는’ 사이, ‘올’의 정체는 불분명하다7장. 짐승과 새와 물고기고슴도치 : 가시와 같은 털이 있는, 돼지(돝)를 닮은 짐승과메기 : ‘관목(貫目)’에서 ‘과메기’로기러기 : ‘그력 그력’ 우는 새꽃게 : 꽃을 닮은 게가 아니라, 꼬챙이(곶)가 있는 게나방 : ‘나비’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말넙치 : 넓적한 물고기, ‘광어(廣魚)’에 밀려난 ‘넙치’도루묵 : ‘도로 묵이라고 불러라’는 근거 없는 민간어원두더지 : 이리저리 잘 뒤지는, 쥐 닮은 짐승따오기 : ‘다왁 다왁’ 우는 새딱따구리 : 딱딱 소리를 내며 우는 새말똥구리 : 말똥을 굴리며 사는 곤충말미잘 : 말(馬)의 항문(미주알)을 닮은 생물미꾸라지 : 미끄러운 작은 것박쥐 : 박쥐는 정말 ‘눈이 밝은 쥐’일까방아깨비 : 방아를 찧는 곤충버마재비 : ‘범’의 아류인 곤충비둘기 : ‘닭’의 한 종류인 새살쾡이 : 고양이를 닮은 삵삽살개 : 긴 털로 덮여 있는 개스라소니 : 못생긴 호랑이? 여진어 ‘시라순’에서 온 말쓰르라미 : ‘쓰를 쓰를’ 우는 매미얼룩빼기 : ‘얼룩박이’ 황소는 칡소가 아니다염소 : 작지만 소와 닮은 짐승잔나비 : 한반도에 살았던 잿빛 원숭이조랑말 : 제주에는 아주 작은(조랑) 말이 산다청설모 : 청설모는 본래 ‘청서(靑鼠)의 털’이다크낙새 : 골락 골락 우는 ‘골락새’, 클락 클락 우는 ‘클락새’호랑이 : 범과 이리, ‘호랑’에서 이리가 사라지다8장. 풀과 나무가문비나무 : ‘검은 비자나무’인가, ‘검은 껍질의 나무’인가개나리 : 풀에도 ‘개나리’가 있다고구마 : ‘고구마’는 일본어 차용어다괴불나무/괴좆나무 : 고양이 불알을 닮은 열매나도밤나무/너도밤나무 : ‘너도 나도’ 밤나무를 닮았다담쟁이 : 담장을 타고 올라가는 나무모과 : 나무에 달리는 참외, ‘목과(木瓜)’무궁화 : ‘무궁화’는 중국어에서 온 말이다물푸레나무 : 물을 푸르게 하는 나무박태기나무 : 밥알(밥태기)과 같은 꽃이 피는 나무배롱나무 : 100일 동안 붉은 꽃, ‘백일홍(百日紅)’에서 ‘배롱’으로시금치 : 붉은 뿌리의 채소, 중국어 ‘赤根菜(치근차이)’에서 온 말억새 : ‘억새’는 억센 풀이 아니다엄나무 : 엄니 모양의 가시를 품은 나무옥수수 : 옥구슬같이 동글동글한 알맹이가 맺히다이팝나무 : 쌀밥 같은 꽃이 피는 나무찔레 : 배처럼 둥근 열매가 달린다함박꽃 : 큰 박처럼 탐스러운 꽃이 핀다9장. 육체와 정신, 생리와 질병과 죽음감질나다 : ‘감질(疳疾)’이라는 병이 나면 자꾸 먹고 싶어진다고뿔 : 감기에 걸리면 코에서 불이 난다골로 가다 : 사람이 죽으면 깊은 골(골짜기)에 묻힌다곱창 : 지방 성분으로 이루어진 창자기침 : 지금은 쓰이지 않는 동사 ‘깇다’가 있었다꼬락서니 : 꼴이 말이 아니면 ‘꼬락서니’가 된다뒈지다 : 뒤집어지면 죽을 수도 있다맨발 : 아무것도 없는 ‘맨-’과 ‘민-’사랑 : 오랫동안 생각하면 사랑이 싹튼다손님 : 손님처럼 정중히 모셔야 할 병, ‘천연두’쓸개 : 맛이 써서 ‘쓸개’가 아니다어이없다 : 정신이 없으면 어이가 없어진다얼 : 쓸개가 빠지면 얼빠진 사람이 된다얼굴 : 얼굴은 ‘얼’을 담은 그릇이 아니다염병할 :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혐오콩팥 : 콩을 닮은 모양, 팥을 닮은 색깔학을 떼다 : ‘학질’이라는 무시무시한 병에서 벗어나기10장. 말과 행위, 상황과 심리감쪽같다 : 감나무에 접을 붙인 것처럼 흔적이 없다개판 : 승부가 나지 않으면 다시 하게 되는 판꼬치꼬치 : 꼬챙이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운꼴불견 : 외양은 우스워도 내면은 충실해야꼼수 : 작고 얕은 수는 소용없다꿀밤 : 굴참나무에 달리는 밤톨 같은 열매낙동강 : 오리알 어미 품을 벗어난 오리알노가리 : 명태는 한꺼번에 수많은 알을 깐다뗑깡 : ‘간질’을 뜻하는, 일본어 잔재말썽 : ‘말’에도 모양새가 있다부랴부랴 : “불이야! 불이야!”뻘쭘하다 : 틈이 벌어지면 난감하고 머쓱해진다삿대질 : 삿대를 저어 배를 밀고 나가듯설거지 : 수습하고 정리하는 일싸가지 : 막 땅을 뚫고 나온 싹을 보면 앞날을 알 수 있다안달복달 : 안이 달고(조급해지고), 또 달다여쭙다 : 나는 선생님께 여쭙고, 선생님은 나에게 물으셨다영문 : 조선 시대 감영의 문은 언제 열리는지 알 수 없었다을씨년스럽다 : 심한 기근이 들었던 ‘을사년’의 공포이판사판 : 불교 용어 ‘이판(理判)’과 ‘사판(事判)’이 결합하면?일본새 : 일에도 모양새가 있다점잖다 : 젊지 않으니 의젓하다조촐하다 : 깨끗해야 조촐해진다주책 : 줏대 있는 판단력, ‘주착(主着)’에서 온 말줄행랑 : 줄지어 있는 행랑이 ‘도망’의 뜻으로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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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색다른 우리말 공부!에세이처럼 읽고, 사전처럼 활용하는 200가지 어원 이야기‘말’이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이 탄생과 소멸, 변천의 과정을 겪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과 시대상이 자연스럽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가족 호칭 중 ‘누나’라는 말은 19세기 이후 문헌에나 나타나는 새 낱말인데, 초기에는 지금과 달리 손위는 물론이고 손아래 누이(여동생)도 모두 ‘누나’라 불렀다고 한다. 이러한 호칭법은 20세기 초까지도 이어졌으나 현재는 적용 범위가 축소된 것인데, 손아랫사람에 대한 예법이 퇴색하면서 ‘누나’라는 말에도 의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또한 ‘동생’과 ‘아우’도 원래는 서로 다른 개념이었는데, ‘동생’(同生)은 16세기에는 한자 뜻 그대로 ‘함께 태어난’이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동생아우’라 하면 ‘한배에서 태어난 아우’ 곧 ‘친아우’를 가리켰고, ‘동생형’이라 하면 ‘한배에서 태어난 형’ 곧 ‘친형’을 가리켰다. 이 외에도 몇 가지 흥미로운 대목들을 소개한다.사람 형상의 신, ‘등신’은 어리석지 않다‘等(등)’이 ‘같다’의 뜻이므로 ‘等神(등신)’은 ‘신과 같음’의 뜻을 함축한다. 실제 ‘등신’은 사람과 같은 형상으로 만들어놓은 신상(神像)을 가리킨다. 이를 ‘등상(等像)’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등신’은 처음에는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귀신’과 비슷한 뜻으로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광목이 처음 나타났을 때, 너무 넓어서 어머니가 「이건 사람이 못 짜. 등신이 짜지」라고 하시던 기억이 난다”(문익환, 『죽음을 살자』, 1986)에서 보듯 실제 그와 같은 의미로 쓰인 ‘등신’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 “이건 사람이 못 짜. 등신이 짜지”는 문익환 목사의 모친인 김신묵(1895~1990) 여사의 육성 진술인데, 그렇다면 적어도 이분의 고향인 함경북도에서는 20세기의 얼마간까지도 ‘등신’이 긍정적 의미로 쓰였다고 볼 수 있다. 김신묵 여사의 육성에 섞여 있는 ‘등신’은 그 어원을 밝혀줄 수 있는 아주 진귀한 예다.그런데 현재 ‘등신’은 본래의 긍정적 의미를 잃고 ‘몹시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부정적 의미로만 쓰인다. 그 사이에 심각한 의미 변화가 일어난 것인데, 아마도 ‘등신’이 나무, 돌, 흙 등으로 만들어진, 실체가 없는 사람의 형상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이해된다. 실체가 없는 우상(偶像)에는 감정이나 생각, 의지, 능력이 없다. 이는 사람으로 치면 ‘어리석은 사람’에 해당한다. “당신이 그것을 모른다고 하면 그야말로 등신이지요”(민태원, 『무쇠탈』, 1923)에 쓰인 ‘등신’이 바로 그러한 것이다. ‘등신’은 “등신 같은 놈!”에서 보듯 욕을 만드는 데도 이용된다. 또한 “야, 이 등신아!”에서 보듯 직접 욕으로도 쓰인다. ‘비어(卑語)’가 ‘욕설’로 바뀐 예다. (본문 58쪽: 등신)깡통, ‘캔(can)’이 ‘깡’이 된 연유‘깡통’은 외국에서 들어온 물품이다. 깡통이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조선일보』 1926년 7월 14일 자의 “트레머리만 하여도 신녀성이오 깡통치마만 입어도 신녀성이라”에 나오는 ‘깡통치마(개화기에 입던, 깡통 모양의 일자형 한복 통치마)’를 참고하면, 이것이 적어도 1920년대에는 국내에 들어와 있었고, 또 같은 시기에 ‘깡통’이라는 말도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깡통’이라는 말이 광복 이후 쓰였다는 주장이 있으나 1926년의 ‘깡통치마’로써 이러한 주장은 잘못된 것임이 드러난다. (…) ‘깡통’의 어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빈 양철통을 두드릴 때 나는 소리인 ‘깡’과 한자어 ‘통(桶, 물 같은 것을 담는 나무 그릇)’이 결합된 어형으로 보는 것이다. (…) 둘째는 영어 ‘캔(can)’에서 변한 ‘깡’과 한자어 ‘통(筒, 둥글고 긴 동강으로서 속이 빈 물건)’이 결합된 어형으로 보는 것이다. (…) 셋째는 영어 ‘캔(can)’에 대한 일본어 ‘간(かん)’을 국어가 ‘깡’으로 받아들인 뒤 그것과 ‘통(筒)’을 결합한 어형으로 보는 것이다. (본문 142쪽: 깡통)헹가래, 축하할 때도 벌 줄 때도 헤엄치듯 가래질‘헹가래’를 치는 모습은 운동 경기장에서 흔히 목격된다. 우승을 축하하는 표시로 선수들이 감독이나 후원자를 번쩍 들어 위로 던져 올렸다 받았다 하기를 반복한다. 이는 전형적인 서구식 헹가래 방식이다.우리의 전통적 헹가래는 이와 달랐다. 기쁘고 좋은 일이 있을 때 축하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잘못이 있을 때 벌을 주기 위해서도 헹가래를 쳤는데, 위로 던져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이 아니라 네 활개를 번쩍 들어 앞뒤로 내밀었다 들이켰다 했다. 헹가래를 치는 의도나 방식이 서구식 헹가래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던 것이다. (…) ‘헹가래’는 근대국어 ‘헤염가래’가 ‘헴가래’를 거쳐 나온 어형이다. ‘헤염가래’의 ‘헤염’은 지금의 ‘헤엄’이며, ‘가래’는 지금의 ‘가래(흙을 파헤치거나 떠서 던지는 기구)’다. ‘헹가래’를 지시하는 단어를 만드는 데 ‘가래’를 이용한 것은 앞뒤로 내밀었다 들이켰다 하는 ‘헹가래’ 행위가 밀었다 들였다를 반복하는 ‘가래질’ 동작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헤염(헤엄)’을 이용한 것은 네 활개를 잡힌 채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행위가 손발을 이용하여 물속을 헤집는 행위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본문 180쪽: 헹가래)외로운 섬이 아니라, 돌로 된 섬 ‘독도’개개의 사람마다 이름이 있듯, 각각의 땅에도 이름이 있다. 이것이 바로 ‘땅이름(지명)’이다. 그리고 사람의 이름을 짓는 데 어떤 원칙이 있듯, 땅의 이름을 짓는 데도 어떤 근거가 있다. 그 근거를 찾으면 특정 지명의 유래는 쉽게 드러나지만, 그렇지 못하면 그것은 오리무중이 된다.그럼 울릉도 동남쪽에 위치한 ‘독도’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 섬이 망망대해에 외롭게 떠 있기에 ‘홀로 獨(독)’ 자를 써서 ‘獨島(독도)’라 명명(命名)한 것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으나, 외롭게 떠 있다는 점이 명명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지명은 그렇게 낭만적이거나 시적(詩的)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울릉도 현지 주민들은 ‘독섬, 돌섬’이라는 고유어 이름에 익숙하다. ‘독섬’의 ‘독’은 ‘石(석)’의 뜻이어서 ‘독섬’은 ‘돌섬’과 같이 ‘돌로 된 섬’이라는 뜻이다. 지금도 전남과 경남의 일부 지역에서는 ‘돌’을 ‘독’이라 하고, ‘돌로 된 섬’을 ‘독섬’이라 부른다. 일설에 조선조 말 울릉도로 이주한 호남 사람들이 울릉도와 인접한 돌로 된 이 섬을 자기 지역 말로 ‘독섬’이라 불렀다고 한다.‘獨島(독도)’는 ‘독섬’을 한자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차적 지명이다. ‘독’이 ‘石(석)’을 뜻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음이 같은 한자 ‘獨(독)’을 대응하여 ‘獨島(독도)’라 한 것이다. ‘獨島’는 1904년 문헌에 처음 보인다. 한편 ‘독’에 대한 어원 정보를 유지한 상태에서 ‘독섬’을 한자화하면 ‘石島(석도)’가 된다. ‘石島’는 대한제국 〈관보(官報)〉(1900)에 실려 있어 그 권위가 느껴진다. 고유어 지명 ‘독섬’이 ‘石島(석도)’를 거쳐 ‘獨島(독도)’로 한자화하는 과정은 고유어 지명 ‘한여울(큰 여울)’이 ‘大灘(대탄)’을 거쳐 ‘漢灘(한탄)’으로 한자화하는 과정과 일치하여 의심의 여지가 없다.이로 보면 적어도 20세기를 전후한 시기에는 섬의 이름으로 ‘독섬, 석도(石島), 독도(獨島)’가 함께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독도(獨島)’가 세력을 잡아 공식 명칭이 된 것이다. (본문 194쪽: 독도)말미잘, 말[馬]의 항문(미주알)을 닮은 생물‘말미잘’의 외양은 어떠한가? 몸은 원통이고, 몸 끝에 왕관 모양의 화려한 촉수가 뻗어 있으며, 입과 항문이 하나로 되어 있다. 곧 몸의 구조가 단순하고 원시적이어서 몹시 흉측한 모습이다. 그래서 붕장어를 잡으려고 바다에 던져둔 주낙에 걸려 올라오면 재수 없다고 걸리는 족족 버렸다. (…) ‘말미잘’이라는 말은 1950년대 이후 문헌에서야 발견되나 일찍부터 쓰였을 것이다. 사전으로는 『국어대사전』(1961)에 처음 올라 있다. ‘말미잘’은 ‘말미주알’에서 줄어든 어형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미주알’은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부분’을 가리킨다. 이를 ‘밑살’이라고도 하는데, 그저 ‘항문’으로 이해하면 된다. ‘미주알고주알’의 ‘미주알’도 그와 같은 것이다.‘말미주알’의 ‘말’은 동물 ‘말(馬)’을 가리킨다. (…) 그렇다면 ‘말미주알’은 ‘말의 항문’으로 해석되며, ‘말미주알’에서 줄어든 ‘말미잘’ 또한 그러하다. ‘말미잘’의 구반(口盤) 가운데 있는 입(또는 항문)이 마치 ‘말의 항문’과 같은 모습이어서 ‘말’과 ‘미주알’을 이용하여 그 명칭을 만든 것이다. 방언형 ‘말똥구녁(전남), 말똥구먹(전남)’은 이러한 사실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사물을 얼마나 예리하게 관찰했으면 바다에 사는 자포동물(刺胞動物)의 명칭을 ‘말의 항문’을 끌어들여 만들었을까 감탄할 뿐이다. (본문 272쪽: 말미잘)염병할,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혐오‘염병’은 한자어 ‘染病’이다. ‘染病(염병)’의 글자 그대로의 뜻은 ‘전염성이 있는 병’이다. 곧 ‘돌림병, 전염병’과 같은 말이다. 요즘 창궐하는 코로나19는 현대판 염병이라 할 만하다. 염병은 특별히 장티푸스를 가리키기도 한다. 예전에 가장 흔하고 무서운 돌림병이 장티푸스였기 때문에 ‘돌림병’을 지시하는 ‘염병’이 그러한 특수한 의미를 덤으로 얻은 것이다. 장티푸스를 앓는 사람을 낮잡아 ‘염병쟁이’라고 한다.장티푸스는 티푸스균이 창자에 들어가 일으키는 급성 감염병이다. 치료약이 없던 시절에는 이 병에 한번 걸리면 고열과 설사에 시달리다 비참하게 죽었다. 그리고 이 병은 전염성이 강하여 삽시간에 주변 사람들에게 옮겨가 마을 전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러므로 이 병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 혐오감이 얼마나 컸을까 짐작이 간다. ‘몹시 심하게 쓰는 떼’를 ‘염병떼’라 하는데, 이로써도 ‘염병’이 얼마나 무섭고 치명적인 병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이 병에 대한 혐오감이 ‘염병’을 이용한 ‘염병할 놈’, ‘염병에 땀을 못 낼 놈’, ‘염병할’ 등과 같은 심한 욕까지 만들어냈다. (…) ‘염병할’은 좀 특별하다. 특정 상대를 미워하고 저주하는 욕이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아 매우 못마땅한 상황을 한탄하는 넋두리 같은 욕이기 때문이다. “염병할, 왜 이렇게 무거워!”에서 ‘염병할’의 욕으로서의 기능이 잘 드러난다.‘염병할’은 ‘염병할 놈’에서 후행하는 ‘놈’이 생략되어 만들어진 욕이다. ‘오라질 놈’, ‘오사랄 놈’, ‘육시랄 놈’, ‘떡을 할 놈’에서 후행 요소 ‘놈’이 생략되어 ‘오라질’, ‘오사랄’, ‘육시랄’, ‘떡을할’이라는 욕이 만들어지듯, ‘염병할 놈’에서 ‘놈’이 생략되어 ‘염병할’이라는 욕이 만들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여기서 대단히 흥미로운 점은 특정 상대를 저주하는 욕에서 후행 요소 ‘놈’이 생략되면 특정 상황을 한탄하는 욕으로 기능이 전환된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우리말 욕의 생성도 규칙적이라 할 만하다. 이런 규칙을 찾아내는 것도 우리말을 공부하는 작은 즐거움이 아닌가 한다. (본문 374쪽: 염병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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